갑자기 일사불란.. '최순실 게이트' 수습 각본 있나

김청환 입력 2016. 10. 31. 04: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영태ㆍ최순실 등 잇달아 모습 드러내

의혹 부인하며 ‘꼬리 자르기’ 양상

야권 “누군가의 기획대로 움직이는 듯”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들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는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60)씨, 미르ㆍK스포츠 재단 설립에 연루된 차은택(47) 광고감독 등은 검찰수사 직전 한꺼번에 해외로 출국했으나, 이번에는 거의 동시에 귀국하고 있다. 정치권은 우연이기보다 누군가의 기획에 따라 이들이 행동하고 발언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가 기점이었다. 이전까지 해외로 잠적했거나 입을 닫고 있던 사건 관련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하루 뒤인 26일 최씨가 2개월 가량 잠적을 끝내고 독일에서 세계일보와 첫 인터뷰를 했다. 다음날에는 최씨의 최측근인 고영태(40) 더블루K 이사가 잠적을 마치고 태국에서 급거 귀국해 검찰에 자진출두 했다.

28일에는 최씨 사건과 관련해 꽉 막혀있던 상황이 한꺼번에 뚫리기 시작한다. 종적을 감췄던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 나타나 ‘최씨의 연설문 수정 의혹’을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또 “신경쇠약으로 귀국이 어렵다”던 최씨는 차씨와 동시에 변호인을 통해 귀국 의사를 밝혔다. 최씨 사건을 폭로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도 검찰에 자진출석 해 조사를 받았고, 청와대는 이날 밤 늦게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들에게 일괄 사표 제출을 요구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후에도 상황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최씨의 국정농단 기록이 담긴 태플릿PC의 소유자로 알려진 김한수 청와대 행정관이 29일 검찰에 스스로 나가 조사 받은 데 이어, 30일에는 최씨가 몰래 귀국을 한 뒤 국내에서 잠적했다.

지난달 국내외로 잠적했던 사건의 핵심 관련자들이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이후 봇물 터지듯 일사분란 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이 의혹이 부풀려졌다며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도 공통된다. 최씨가 인터뷰에서 청와대 보고서를 매일 봤다는 의혹에 대해 “말도 안 된다”고 부인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최씨가 9월 초부터 거주해온 독일이 아닌 영국의 히드로공항을 경유해 브리티시항공 편으로 귀국, 언론을 피한 것도 기획입국 가능성에 무게를 싣게 한다.

이처럼 우연으로 보기 어려운 여러 정황에 대해 누군가가 막후에서 사건 수습을 염두에 두고 이들을 조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예결위원장인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예결위 전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오늘 하루 진행된 일을 보면 뭔가 거대한 회로가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뒤에서 큰 손이 작동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최근 2, 3일의 흐름을 보면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가 너무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고, 추미애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이들이 갑자기 눈부실 정도로 일사불란하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누군가의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이 각본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의해 작성됐고, 지금 일련의 진전은 그가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사건 전모를 사전 파악했을 우 수석이 이날까지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또는 제3의 기관이나 실력자가 막후에서 입 맞추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의심이다. 이 사건에 소극적이던 검찰이 이날 귀국한 최씨를 긴급체포 하지 않아 말 맞추기 할 시간을 제공한 것도 이런 의혹을 키우고 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