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쉬겠다는 최순실, 그걸 허락한 검찰

하성태 2016. 10. 30. 12: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게릴라칼럼] "상상초월 의혹 막아야하지 않나" 변호사의 자신감, 검찰 불신만 키워

[오마이뉴스 글:하성태, 편집:장지혜]

새벽까지 이어진 시민들의 대규모 촛불이 꺼진 뒤 고작 몇 시간 뒤였다. 그것도 일요일(30)일 오전 7시 반. 국민들과 언론의 눈을 조금이나마 피하고자 했을까. 아니면 일간지 1면을 장식코자 했을까.

30일 오전 9시 반 담당 변호사의 짤막한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그나마 공중파에서는 SBS만이 유일하게 실시간 특보로 소식을 전했다. SNS에선 분노가 들끓었다.

최순실씨가 전격 입국했다. 최순실씨는 런던을 출발한 영국 히드로공항 영국항공(BA)편으로 오전 7시 35분경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즉각 체포나 소환이 아닌 '입국'이었다. 이날 오전, 한 시민에 의해 찍힌 최순실씨의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유포됐다. 딸 정유라씨는 곁에 없었다. 선글라스를 쓴 모습은 당당해 보였다. 환자의 모습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리고,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동북아 이경재 변호사의 기자회견이 방송을 탔다. "몸 좀 추스르고 나가겠다고" 했다. 검찰 조사에 말이다. 국가 전체를 뒤흔든 장본인이, "시차도 있고", "건강도 좋지 않아" 직접 검찰에 조사를 받기 위한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참 대단한 실세다.

이에 검찰은 공식적으로 "오늘은 소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일요일인 오늘 청와대 압수수색을 다시 벌이겠다는 검찰이 최순실씨에게는 하루의 말미를 주겠다니.

주요 증인이나 피의자가 될 핵심인사들과 입을 맞추고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어주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헛발질을 벌인 검찰이 무슨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한심하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역시 이 변호사의 기자회견 직후 자신의 SNS에 이렇게 적었다.

"여전히 최순실은 비선실세로서의 특권을 맘껏 누리는 중. 해외도피하다 귀국한 국가적 의혹 대상 민간인이 언론에 전혀 노출되지 않고 보호받은 채 극비 귀국한 사례가 있나요? 검찰 역시 바로 신병확보 않고 충분한 휴식과 자유 주고. ㅠㅠ"

"몸 추스르기 위해 하루 쉬겠다"는 최순실, 그걸 들어준 검찰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귀국한 것으로 알려진 30일 오전 최씨 변론을 맡은 이경재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정곡빌딩 서관에서 최씨 귀국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남소연
하나하나 이 변호사의 기자회견 발언들을 뜯어보자.

"최(순실) 원장은 변호인과 상의하여 검찰 수사팀과 소환 일정 등에 대해 연락하고 있습니다."

이미 검찰과 교감이 충분히 있었다는 반증일 수 있다. 그렇다면 검찰은 국가를 초토화시킨 용의자를 왜 순순히 인천공항으로 입국토록 놔뒀는지 꼭 해명해야 한다. 심지어 검찰은 최순실씨의 몸 상태를 '고려'해 하루 쉴 수 있는 말미를 줬다고 한다. 그 이유가 도피도 아닌 "장시간 여행", 스스로 선택한 독일·영국행으로 인한 '시차'라니, 어이가 없다. 

"변호인은 수사 담당자에게 최원장이 건강이 좋지 않고 장시간 여행, 시차 등으로 매우 지쳐 있으므로 하루 정도 몸을 추스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최원장은 변호인을 통해 밝힌 바와 같이 검찰 수사에 적극 순응하겠으며, 있는 그대로 진술하고자 합니다. 자신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들께 좌절과 허탈감을 가져온데 대해 깊이 사죄 드리는 심경을 표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참담한 심정"이라거나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식의 표현은 박근혜 대통령의 말투와 꼭 닮은 가식적 사과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에 관해서는 여기서 답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며 피해갔다.

그러면서도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것 자체에 참담한 심정"이라며  지금까지 구체화된 의혹과 혐의를 부인하는 뉘앙스를 보였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만큼이나 '무쓸모'요, 법률적으로 문제가 될 부분은 적절하게 피해가는 답변인 셈이다.  

최순실과 검찰, 윗선의 교감 의혹설... 이유 있다

이날 최순실씨의 귀국 내용을 속보를 내보낸 언론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검찰이 현재 최순실씨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보이는 혐의는 두 가지로 수렴된다. 미르·K스포츠재단 예산 관련 횡령과 대통령 연설문 관련 청와대 기록물 유출 혐의 말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미 거듭 "몸을 추스르기 위해"라는 이유를 들어 최순실씨의 편의를 봐준 셈이 됐다. 심지어 이 변호사는 "철저히 조사해 진상 규명하면 된다"며 일종의 자신감도 내비쳤다.

지난 화요일(25일),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 이후 세계일보의 최순실씨 단독 인터뷰가 목요일(27일)에 보도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최씨는 입국은 어렵다는 뜻을 비쳤다. 금요일 오후 (28일), 박 대통령이 '문고리 3인방'을 포함, 청와대 수석비서진들의 일괄사표 지시했다. 대대적인 '박근혜 하야' 시위가 시작된 다음날, 최순실씨가 귀국했다.

이 변호사는 "여러 상상 초월하는 의혹들을 막아야하지 않겠나"라는 말도 남겼다. 그간의 의혹이 상상을 초월하긴 하지만, "막을 수 있다"고 본 것과 다를 바 없다. 심지어 이 변호사는 최씨의 런던행이 "도피를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런던행에 대해 "(최씨가) 너무나 큰 국민의 지탄의 대상이 된 상태"고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을 못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최씨의 건강·심리 상태 악화에 대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어쩜 이리 당당한가. 기자회견만 놓고 보면, '기름장어' 뺨치는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하지만, 문체부 압수수색 당시 빈박스 의혹을 일으켰던 그 검찰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야당은 즉각 긴급체포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의 논평처럼, "거대한 존재가 최순실씨를 보호하고 조정하는 듯"한 인상을 받고 분노하는 국민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몸을 추스르기 위해 하루의 말미를 받을 수 있는 '국정농단'의 주범이라니. 하긴, 그 다른 축인 박근혜 대통령 역시 '하야'는커녕 청와대에서 두 발 뻗고 주말을 보내고 계시니까. 아니, 하루 푹 쉴 예정인 최순실씨와 박근혜 대통령이 '피해자' 운운하며 달콤한 통화를 나눌지도 모를 일이다. 촛불을 든 광화문의 시민들이, 우리 국민들이 모두가 이런 걱정을 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어떤 나라에서 살고 있는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응원하는 방법!
☞ 자발적 유료 구독 [10만인클럽]

모바일로 즐기는 오마이뉴스!
☞ 모바일 앱 [아이폰] [안드로이드]
☞ 공식 SNS [페이스북] [트위터]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