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이 '목표' 돼선 안 돼..오직 '재미' 생각해야"
뉴턴·아인슈타인 배출한 英 왕립학회장 방한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해마다 10월이 되면 노벨 과학상에 대한 탄식의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이웃 일본은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총 22명이나 배출했고, 중국도 지난해 처음으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냈지만 아직 국내에는 수상자가 1명도 없기 때문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초청으로 28일 서울대를 찾은 벤카트라만(벤키) 라마크리슈난(64) 영국 왕립학회(The Royal Society) 회장은 이에 대해 "노벨상은 연구의 '부산물'일 뿐,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1660년 설립된 영국 왕립학회는 현재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집단이다.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유명 과학자들이 이곳의 회원이었으며, 노벨상 수상자만도 80여 명에 달한다.
라마크리슈난 회장 역시 노벨상 수상자다. 세포 안에서 단백질을 합성하는 '리보솜'의 3차원 구조를 풀어낸 공로로 2009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그는 "젊은 과학자라면 '노벨상'보다는 오히려 본인이 어떤 질문을 가졌는지, 또 그 질문이 얼마나 재밌는 것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구는 오래 걸리고 힘들며, 지루할 때도 있는데 '재미'가 있어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라마크리슈난 회장은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재미가 없어 생물학을 선택했다는 경험담을 전했다. 그는 "다시 대학 수업을 들으며 '퇴보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겐 무엇보다 재미가 중요했다"고 밝혔다.
그는 과학자들이 연구소에만 머물지 말고 대중을 만나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연구하는데, 이를 어떻게 쓰는지를 알려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왕립학회의 경우 대중강연을 잘하는 과학자에게 해마다 상을 주고, 우수한 과학서적을 선정해 상금을 준다고 했다. 그는 "대중강연을 하거나 저서를 남기는 과학자들에 대해 '연구 열심히 안 하는 사람'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이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연구자가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만 좋은 성과가 나온다며, 영국의 '홀데인 원칙'을 소개했다. 이는 정책 결정자가 연구에 대한 큰 주제를 정해줄 수는 있지만, 연구비와 연구에 대한 세부 사항은 모두 과학자가 정한다는 것이다.
그는 "만일 정부가 제시한 주제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면 연구자는 얼마든지 정부에 의견을 말할 수 있다"며 "영국의 경우 정부와 학계의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라마크리슈난 회장은 한국의 과학정책에 대해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율이 높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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