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미 그린 달빛' 김유정, 누구의 딸 아닌 '주인공' 되다 [인터뷰]

오지원 기자 2016. 10. 2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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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TV 속 어린 아역 배우들이 눈물을 뚝뚝 흘릴 때면 놀라움과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런 아역 배우들은 여러 작품을 통해 자신의 성장을 입증하고, 어느 순간 성인의 문턱 앞에서 한번 더 도약을 보여준다. 이 과정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 아역 배우 중 하나가 배우 김유정이다. 그는 아역이라는 수식어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김유정은 최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극본 김민정∙연출 김성윤)에서 여자 주인공 홍라온 역을 맡아 남장 내시로 변신해 왕세자 이영(박보검)과의 사랑스러운 로맨스를 그려나갔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인기리에 방영됐고, 종영 후에도 가히 신드롬이라고 할 만큼 여전히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인기 돌풍의 중심에 있는 김유정은 드라마 방영 중에는 정작 인기를 잘 실감하지 못했단다. 그는 “종영하고 팬사인회까지 하고 나서야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김유정은 출연을 결정하기 위해 작품을 검토하면서도 이렇게 큰 인기가 찾아올 것이라고는 것이 예상하지 못 했다. 다만 캐릭터와 대본에 매력을 느껴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라온은 ’즐거운’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항상 밝은 인물이어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준다. 나도 라온을 연기하면서 그런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고 싶었다”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더불어 김유정은 “대본도 워낙 탄탄하고 재미있었다”고 작품에 대한 칭찬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런 매력에 끌려 막상 출연을 결정하고 나니, 오히려 작품의 캐릭터와 대본의 매력은 김유정에게 걱정과 부담으로 다가왔다. 김유정은 “내가 이렇게 (대본만큼) 재미있게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고 작품을 준비하던 때를 회상했다.

더욱이 홍라온 역은 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여주인공이었기에 김유정에게 라온을 맡는 일은 큰 의미이자 부담이 됐다. 지난 2003년 다섯 살의 나이로 데뷔한 김유정은 ‘주인공’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있었다. 오히려 김유정은 13년 연기 기간 동안 여주인공의 아역, 주인공의 딸로 더 익숙했다. 그렇기에 첫 타이틀롤을 맡는다는 부담감이 클 터.

“라온이라는 자리가 부담이 안 됐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며 웃어 보인 김유정은 라온으로 변신하며 부담감뿐만 아니라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생각, 고민도 많았다고. 이로 인해 김유정은 “드라마 촬영 초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많이 사라졌었다”며 힘들었던 마음을 고백했다.

이런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줬던 사람들은 현장에서 함께 했던 배우, 스태프들이었다. 김유정은 “그렇게 칭찬을 많이 받아본 적이 처음이었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다들 ‘너 잘 하고 있다. 너 믿고 의지하고 있는데 네가 너를 못 믿으면 어떻게 하냐’고 해주셨고, 그런 말이 힘이 많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김유정은 이러한 동료들의 칭찬을 마음에 새긴 채 부담을 떨쳐내고 즐기자고 다짐을 했다고.

드라마 방영 내내 김유정과 배우 박보검의 연기 호흡에 대한 호평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이 잘 맞았던 것은 아니었다. 김유정은 “초반에 어려움이 많았다. 대본 리딩도 많이 맞춰봤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편해지며 자연스럽게 연기 호흡도 좋아졌다. 그 사이, 김유정과 박보검의 서로를 향한 냉정한 연기 평가가 가장 큰 도움이 됐다. 김유정은 “서로 냉정하게 연기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해줬다. 그래서 서로 의지도 많이 됐고, 편하게 촬영할 수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런 면에 대해 김유정은 박보검에 대한 고마움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

출연한 배우들 중 막내에 가까운 김유정이었지만, 그는 함께 많은 촬영을 했던 20대 초중반의 배우들과 친구처럼 잘 지냈다고 했다. 동료 배우들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말을 연신 내뱉는 김유정에게서는 드라마의 공을 다른 사람들에게 돌릴 줄 아는 성숙한 어른의 모습이 엿보였다.

더욱이 김유정은 작품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자신의 캐릭터를 큰 그림에서 바라보는 통찰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을 엔딩신으로 꼽은 그는 “영과 라온의 관계가 마냥 연인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백성과 세자로서의 모습이 가장 많이 비춰졌다”며 영과 라온을 단순한 연인이 아닌 그 이상의 관계로 해석하고 있었다.

이렇게 13년 간 스스로 작품을 깊이 있게 해석하고 표현할 만큼 성숙한 배우로 성장해온 김유정은 여전히 ‘훌륭한 배우’로 조금 더 성장하기를 꿈꾸고 있었다. 그는 “훌륭한 배우란 누군가를 존중해주고, 누군가에게 존경 받는 배우”라면서 “어딜 가나 향이 남지만 그 향이 은은하게 남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그렸다.

공교롭게도 김유정에게는 성인이 되기까지 약 1년, 배우로서 성인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까지는 그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다. 아역이라는 수식어를 완전히 떨쳐내고 성인 연기자로 나아가는 문턱에 선 김유정. 한번 더 크게 도약할 기회를 앞에 둔 그는 “나이에 맞는 풋풋한 역할들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저도 나이가 들어 있을 것”이라며 오히려 여유를 보였다.

그의 말처럼 과도기를 자연스럽게 넘기고 누군가에게 존경 받고, 은은한 향을 남기는 배우가 된 김유정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

구르미 그린 달빛 | 김유정 | 박보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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