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녀연합' 홍승희 "1년6월 구형, 예술 검열하려는 것"

박동해 기자 입력 2016. 10. 2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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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풍자 아니었어도 수사 시작했을지.." "모두가 삶 온전하게 살아내는 사회 됐으면"
지난 1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 한일협상 타결 환영 집회를 갖기 위해 소녀상으로 이동하는 어버이연합회원들을 홍승희씨가 막아서고 있다.. 뉴스1 DB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지난 1월 '효녀연합'이라는 이름으로 '어버이연합' 등 보수 단체들과 맞서는 시위를 벌여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홍승희씨(25)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렸다.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퍼포먼스를 했던 것과, 대통령 풍자 그림, 시민과 경찰 그림을 서울 홍대입구역 지하철 인근 공사장 펜스에 그린 것에 대해 검찰이 '일반교통방해죄'와 '재물손괴죄'로 징역 1년6월을 구형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뉴스1은 지난 24일 승희씨를 홍대입구역 근처 카페에서 만나 지금까지의 근황과 현재의 심정에 대해서 들었다. 검찰의 실형 구형에도 그는 좌절하거나 낙담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재판 당시 승희씨는 그동안 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던 재판들과 마찬가지고 이번에도 큰 처벌을 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또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처벌의 대상인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별다른 걱정 없이 법정을 찾았던 승희씨는 검찰이 1년6월이라는 실형을 구형했을 때 믿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 순간이 "현실같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많은 재판 중에서 검찰이 실형을 구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사실 재판장에서 나올 때도 실형을 구형받은 지 몰라 변호사에게 다시 물어보고 나서야 알았다"라며 "변호사도 놀라서 '벌금형 정도 나올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승희씨는 벌금형을 받을 것으로 생각해 검찰에서 제시하는 증거도 모두 인정하고 '표현의 자유'로 봐달라며 감형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실형 구형에 당황한 사람은 승희씨뿐만이 아니었다. 승희씨는 "법정에 나와 있는 검사도 공소장을 읽는데 목소리가 떨리고 구형을 할 때는 흐려지더라"라며 "그분도 당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승희씨는 검찰이 이렇게 실형을 구형한 이유에 대해서는 "특정한 사람을 그려서 그런 것 같다"며 "제가 대통령 풍자 그림이 아니었어도 이렇게 수사를 시작했을지 의문이다"이라고 주장했다.

경찰과 검찰의 조사 내용도 승희씨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승희씨는 한번도 그림에 대해 설명한 적이 없고 묵비권을 행사했고, 적용된 죄목도 '일반교통방해죄'와 '재물손괴죄'였지만 경찰과 검찰은 그림의 '내용'에 대해서 물었다.

경찰이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한 홍승희씨의 그림 중 하나 © News1

"박근혜 대통령은 왜 그렸냐", "물대포는 무슨 의미로 그린 것이냐" 그렇게 계속되는 질문에 승희씨는 자신에게 붙은 죄목들이 '그냥 갖다 붙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희씨는 "풍자이고 해악일 뿐인데 그림이 뭐라고 이렇게 일이 크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며 수사당국의 행위가 '예술을 검열하는 행위'라며 한숨을 쉬었다.

승희씨는 자신에게 실형을 구형한 검찰에게 자신들의 행위에 "부끄럽지 않은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세월호 참사 이후 너무나 부끄러워 거리로 나섰는데 검찰은 부끄럽지 않았는지, 이런 것을 가지고 재판을 하는 상황이 부끄럽지 않은지 묻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형이 구형되기는 했어도 승희씨는두렵지 않고 떳떳하다"고 말했다. 그는 "실형이 선고되며 고립이 될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많은 분이 응원해줘 지금은 혼자가 아니라고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승희씨는 검찰이 정말 잘못하고 있는 것은 자신에 대한 '표적 수사'가 아닌 사회 전반의 예술적 상상력을 구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이 사회가 '거대한 감옥'과도 같다고 말했다.

그는 줄곧 이 사회가 개인들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제약하고 있다며 그동안 자신의 행동을 거창한 '저항'이나 '투쟁'이라기보다 이런 제약을 벗어나 '삶을 온전히 느끼려는 시도'라고 했다.

승희씨는 남들이 자기를 바라볼 때도 '효녀', '투사'가 아닌 그냥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내기 위해 노력한 사람'으로 봐줬으면 좋겠다며 '예술' 또한 그 자연스러운 삶의 덩어리의 한 부분일뿐이라고 했다.

승희씨는 자신이 추구하는 살은 "말하고 싶을 때 말하고 노래하고 싶을 때 노래하고, 춤추고 싶을 때 춤추는 일방적인 인간의 삶의 방식"이라며 "이 사회가 개인을 그렇게 행동하지 못하게 하는 현실이 두렵기 보다는 안타깝고 아쉽다"고 말했다.

승희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11월 11일에 열린다. 이번 재판을 위해 지난 5개월간 지내왔던 인도를 떠나 귀국했던 승희씨는 11월 재판이 끝나면 곧바로 짐을 싸 인도로 돌아갈 예정이다.

자신이 가게 되면 이 정권이 스스로가 독재 정권이고 사법부까지 망가진 것을 증명하는 꼴이라고 밝힌 승희씨는 감옥에 가더라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계속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감옥에 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승희씨는 사회적 감옥을 깨트리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문제에도 관심이 있다는 그는 "한국의 여성들을 자신들 만의 작은 독방에 갇혀 있다"며 "이런 독방을 무너트리기 위한 활동들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나의 자궁, 나의 것-낙태죄 폐지를 위한 여성들의 검은 시위'에서 홍승희씨가 발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일부개정령을 통해 임신중절수술을 한 의사를 최대 12개월까지 자격 정지하는 시행규칙을 개정하자 대한산부인과협회는 모든 인공임신중절 시술 중단을 선언했다. 2016.10.1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pot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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