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전날 밤.. 청와대·최순실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

정녹용 기자 2016. 10. 2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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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의 국정 농단] - 朴대통령의 첫 수습책 이정현·정진석 따로 찾아가 朴대통령에게 쇄신책 건의 이틀전엔 "못 간다" 했던 최씨, 돌연 "한국 가서 조사받겠다" "참모진 개편만으론 한계.. 2~3단계 수습책 나와야"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심야에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 일괄 사표 제출을 지시한 것은 청와대가 후속 조치들을 빨리 내놓지 않고 시간을 끈다면 민심 회복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9일 서울 도심에선 최순실씨 국정 농단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의 대규모 촛불 집회가 예정돼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이날 오전 청와대를 찾아 박근혜 대통령과 1시간 30분간 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과 회동 자리에서 "인적 쇄신에 속도를 내달라" "당사자(최씨)가 빨리 들어와서 수사를 적극적으로 해 국민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그는 "엄중한 시기인 만큼 빨리 인적 쇄신 요구가 추진될 수 있도록 해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가감없이 여론을 전달했다"고 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청와대를 찾아 박 대통령과 회동을 갖고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여당의 투톱이 잇달아 청와대를 찾아 박 대통령과 머리를 맞대고 수습 방안을 찾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박 대통령은 여당 투톱과의 면담 등을 위해 이날 예정됐던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들과의 오찬 간담회 일정을 취소했다. 박 대통령은 이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에 보기 드물 정도로 심각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이날 밤 '일괄 사표 제출 지시'가 내려졌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수석비서관뿐만 아니라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도 모두 사표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첫단추는 역시 가급적 빨리 청와대 비서진을 개편하는 것이란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 참모진 개편만으로 성난 민심을 달래고 정치권의 국정 쇄신 요구에 부응하기엔 역부족인 만큼 2, 3단계의 수습책이 제시돼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당 고위관계자는 "야당에선 물론 여당 내에서도 청와대의 인사 조치가 제한적인 것에 그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만약 이번 파문과 관련됐거나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데 책임 있는 관계자들이 (문책에서) 빠지게 될 경우 다시는 수습의 기회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중립적이고 중량감 있는 비서실장부터 임명하고 그의 주도 아래 인선이 이뤄져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날 오전만 해도 청와대의 모습에선 급박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가 이날 오전 "상황을 설명하겠다"며 춘추관을 찾아 브리핑 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지난 25일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마찬가지로 민심을 오히려 더 자극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오전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도 인적 쇄신 문제는 대통령 결심을 기다리고, 맡은 바 업무를 챙긴다는 것 외에 특별한 방안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날 오후 들어 급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관계자는 "29일 대규모 촛불 집회가 예사롭지 않은 만큼 한발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진언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여당 내 증폭하는 위기감도 속속 청와대에 전달됐다고 한다. 새누리당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이날 공개적으로 "비서실장 등 비서진은 즉각 사의를 밝히는 것이 마땅하다"며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즉각적인 교체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비박계에선 "수습책 제시가 내주로 넘어가면 '골든타임'을 넘기는 것"이라며 집단 반발 움직임도 나타났다. 정병국 의원은 "당은 이 사태에 대해 공동 책임감을 느끼면서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수습책을 내놔야 한다"며 "비대위가 아니라 비비대위라도 꾸려 이 국면을 극복할 수 있다면 해야 한다"고 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새누리당이 하루빨리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국가 리더십 공백을 메우는 데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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