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닝 이슈] 계속되는 '문화계 성추문', 권력 뒤 악습

입력 2016. 10. 28. 17:50 수정 2016. 10. 2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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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뉴스]
◀ 앵커 ▶

문화계의 성추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이번엔 시인 배용제 씨가 미성년자인 습작생들을 성폭행했다는 폭로가 나왔는데요.

자세한 내용을 유선경 아나운서와 살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지난 1997년 등단한 중견시인 배용제 씨입니다.

배용제 시인은 지난 2012년부터 3년 동안 경기도의 한 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학과 학생들과 성인들을 대상으로 시 창작 모임을 지도했는데요.

배 시인에게 수업을 들었던 학생 6명이 트위터를 통해, 과거 배 씨에게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던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배 시인이 학생들을 자신의 창작실로 한 명씩 불러 "시 세계를 넓히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경험을 해 봐야한다"면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고 성관계를 제의했다는 겁니다.

자신을 '습작생 6(육)'이라고 지칭한 이 여성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배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는데, 배 시인이 그 후, "사회적인 금기를 넘을 줄 알아야 한다. 너도 그런 세계로 초대해 주겠다"면서 변태적인 성행위를 제안하고, 알몸을 촬영하기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배 씨가 "사고가 나서 돈이 필요하다"면서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서 돈을 빌려 가 몇 년 동안 갚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폭로 사실이 공론화되자 배용제 시인은 자신의 블로그에 사과문을 올리고 잘못을 인정했는데요.

배 씨는 "시를 가르친다는 명목 하에 수많은 성적 언어와 스킨십으로 추행을 저질렀다"면서 의혹을 인정하고 시집 출간은 물론 모든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앵커 ▶

미술계에서도 한 유명 미술관의 책임 큐레이터가 여성 작가들을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있었는데요.

먼저 관련 보도를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광화문의 한 미술관 로비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이 미술관의 책임 큐레이터가 저지른 성추행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서입니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며 문화 예술 기획자로도 활동해온 함영준 씨가 과거 여성작가 등을 대상으로 노골적인 성추행을 했다는 사실이 폭로됐습니다.

같이 활동했던 동인회와 출판사 측은 함씨와의 결별을 선언했습니다.

함 씨는 자신의 행동이 파렴치했다면서 모든 현재 직위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요즘 SNS에서 '해시태그'를 많이 보게 되시죠?

해시태그, 즉 우물정자(#) 뒤에 특정 단어를 쓰면, 이 단어와 관련된 게시글을 한꺼번에 볼 수 있게 하는 기능인데요.

최근 '문화계_내_성폭력', 이런 식으로 해시태그를 단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SNS에 해시태그를 달고 자신이 겪은 성폭력 상황에 대해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는 건데요.

이와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는 사람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그동안 묻혀 있었던 성폭력에 대한 고발이 문화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앞서 유명미술관의 책임 큐레이터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한 대학생의 증언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피해 여성 ▶
"작년 스무 살쯤에 미술관 책임 큐레이터님으로부터 성추행과 성폭력을 당했고요. 다행히도 저뿐만이 아니라 동일인에게 당한 다른 많은 분들이 동조를 해주시고, 각자 본인이 당하셨던 일들 다 얘기 같이 해주시고 연대해주시고 지지해주셔서 일단 1차 사과문은 받은 상태고요. 진짜 공공연했어요. '그 교수님 그냥 그렇게 그 선생님 그렇대, 그리고 그 작가는 어땠대.' 그런데 사실상 피해자분들이 더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법구조가 있었고 그 판을 떠나거나 하실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저도 사실상 얘길 하기가 되게 어려웠습니다. 저는 계속 미술을 하고 싶었고, 지금도 하고 싶고… 그런데 과연 이 얘기를 해서 나에게 어떠한 큰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 많이 고민을 했는데,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연대를 해주셔서…."

◀ 앵커 ▶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은교'로 유명한, 올해 일흔 살의 원로소설가 박범신 씨도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죠.

논란이 일자, 박범신 씨는 신작 장편소설 출간을 중단하기도 했는데요.

관련 보도를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70세 소설가 이적요와 제자 서지우 사이에 나타나는 17세 여고생 은교.

"제가 어려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세요?"

"세상 사람들은 70 노인과 여고생의 관계, 그것을 사랑이라고 하지 않아요. 더러운 스캔들이라고요!"

세 명의 주인공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 특히 원로소설가와 여고생과의 파격적인 관계를 그려 화제가 됐었습니다.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쓴 박범신 씨가 성희롱과 성추행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전직 출판 편집자라고 밝힌 한 여성은 지난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박 씨가 출판사 편집자와 방송작가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벌어진 일을 공개했습니다.

이 여성은 박범신 씨가 동석한 여성팬들을 '늙은 은교'와 '젊은 은교'라고 부르고, 편집장에게도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여성도 박 씨가 여성들을 지칭할 때마다 숫자를 넣어 '몇 번째 은교'로 지칭했다며 자신의 번호를 물어보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논란이 일자 박범신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스탕달'을 언급하며 사과글을 게시했다가 비난이 일자 삭제했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문단에서 벌어진 성추문, 이뿐만이 아닙니다.

박진성 시인은 작가 지망생 등을 상습 성추행했다는 주장이 나왔는데요.

"자살하겠다"며 연락이 와서 찾아갔더니 성추행을 했고, 노래방에서 "자의적이지 않은 성관계를 했다"는 폭로도 나왔습니다.

박진성 시인은 자신의 블로그에 '사죄드립니다' 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사과하고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백상웅 시인은 과거 성추행 경력이 논란이 됐는데요.

10여 년 전 창작모임 뒤풀이에서 후배를 성추행했다는 폭로에 대해 "저도 한때 성폭력의 가해자였다"면서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 앵커 ▶

영화계에도 성추문 파문이 번졌는데요,

한 여성이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한 유명 영화 평론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건데요.

관련 보도를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한 여성이 트위터에 올린 글입니다.

영화평론가 김 모 씨가 자신의 작업물을 같이 보자며 집으로 유인해 관계를 가졌다고 폭로했습니다.

당시 이 여성은 미성년자였고, 그 뒤로는 성폭행당하는 것처럼 연기해 달라는 요구까지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씨네21에서 평론으로 등단한 김 씨는 SNS로 여성들에게 접근해 성폭행하고 인터넷에 여성의 사진과 영상을 올려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김 씨는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을 예로 들어 여성혐오를 비난하는 글을 쓰면서 페미니스트를 자처했습니다.

씨네21 측은 평론가 김 씨와는 이미 모든 계약 관계를 끊고 법적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씨네21 관계자]
"트위터에 나온 그대로 고요. 정확한 내용은 제가 말씀드리기가 좀 곤란해요."

트위터에는 "자신은 다자연애주의자라며 가학적 성행위를 강요해놓고 자기 애인에게 선물을 주는 사진을 올려 괴로웠다", "전주국제영화제서 만나 맥주 한잔했는데 2차로 모텔을 가자더라" 등 김 씨에 대한 폭로가 잇따랐습니다.

김 씨는 논란이 일자 트위터 계정을 삭제했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끊이지 않는 문화계 성추문 논란, 곪았던 상처가 이제야 터졌다는 분위기도 있는데요.

문화계 성폭력 사건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가해자는 알려진 '문화계 인사', 피해자는 그런 문화계에서 일하고 싶어한 '젊은 여성'이라는 점입니다.

주로 도제 방식의 수업이 이뤄지는 문화계의 특성상, 성추문이 발생했다고 해도 공론화되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영화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최공재/영화 감독 ▶
"일종에 하나의 문화 권력입니다. 문화 권력들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뭐냐면 이 사람한테 찍히면 영원히 이제 문화계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는 거죠. 그러한 시스템이 수십 년 동안 진행되어 왔었고 문화계 쪽에서는 소설 쪽에서 먼저 터진 이유가 그쪽은 등단문화라는 희한한 문화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제 위에다가 잘 보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고 미술계에 등단문화가 있잖아요. 위에다가 잘 보이지 못하면 자기가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성하지 못하는…그러니까 실력보다는 연줄과 위에 스승 뭐 이런 사람들에… 뭐 이런 부분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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