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인사이드]승부조작 프로게이머의 씁쓸한 엔딩

최민숙 입력 2016. 10. 28. 14: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27일, 스타크래프트2 블리즈컨 우승 트로피에 적힌 역대 우승자 목록에서 이승현의 이름이 빠졌다는 사실이 ‘너치오’ 아서 블로흐에 의해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역대 우승 선수들의 닉네임이 모두 새겨져 있는 WCS 우승 트로피에 이승현의 이름이 없었다”며, “내 생각에는 승부조작을 한 선수라 이름이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서 블로흐는 2016 스타2 케스파컵에도 참가했던 외국인 선수로, 현재 WCS 글로벌 토너먼트 참가를 위해 미국에 체류하고 있다.


블리자드 관계자 역시 “WCS 우승을 포함해 이승현의 모든 기록이 삭제된 것이 맞다”고 확인해줬다. WCS 최연소 우승자로 등극해 촉망받는 정상급 프로게이머였던 이승현은 자신의 모든 기록이 말소됨에 따라 스타2 역사에 남긴 것 없이 쓸쓸히 퇴장하게 됐다.


1997년생인 이승현은 중학생이던 2012년 프로 무대에 데뷔, 그해 GSL 시즌4 결승전에서 정종현을 꺾고 우승하며 스타2 최연소 우승자가 됐다. 만15세의 나이로 GSL 로열로더가 된 이승현은 만 17세에 스타2 월드 챔피언 자리에 올라 WCS 최연소 우승자 타이틀까지 얻었다.


이승현은 역대 저그 중 최다 프리미엄급 대회 우승 경력을 쌓으면서 스타급 프로게이머로 발돋움했다. 셧다운제 대상자였던 어린 나이로 인해 연습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이룬 성과라 더욱 놀라웠다. 이승현은 GSL과 MLG, IEM, 드림핵에서 모두 우승을 경험했고, 2014 WCS 글로벌 파이널 우승으로 5개의 프리미엄급 대회 타이틀을 보유하게 됐다. e스포츠 어닝에 따르면, 이승현이 벌어들인 상금은 총 47만 5000달러(한화 약 5억 4400만 원)에 달한다.



그런데 올해 4월, 이승현의 스타2 케스파컵 승부조작 사실이 드러나 e스포츠계에 충격을 던졌다. 이승현은 지난 1월 스타2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돼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 벌금 7000만 원의 1심 판결을 받았다. 이에 이승현은 선처를 호소했으나 항소가 기각되면서 원심이 확정됐다. 승부조작의 대가로 받은 금품 액수도 승부조작 프로게이머에 비해 컸다. 2015년 적발된 스타2 승부조작 선수들이 500만 원에서 최대 2000만 원을 챙긴 것과 달리, 이승현은 두 번의 승부조작 대가로 7000만 원을 수수했다.


결국, 이승현은 승부조작이 발각되며 법적 처벌을 받게 됐고 자신이 세운 모든 기록과 타이틀을 잃었다. 후배 프로게이머들에게 실력으로 귀감이 되어줄 수 있었던 뛰어난 선수였지만, 프로게이머로서 하지 말아야할 승부조작에 손을 대면서 자신이 쌓아온 명예를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다.  욕심 때문에, 이승현은 자기가 쌓은 업적을 스스로 물거품으로 만들면서 불명예스러운 엔딩을 맞이하게 됐다.


앞으로 이승현은 모든 프로게이머들에게 승부조작의 경종을 울리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한때 가장 뛰어난 스타2 선수였던 이승현이 다른 프로게이머들의 뇌리에 그리고 e스포츠 역사 속에, 언짢은 이름으로 남게 된 것이 씁쓸하다.


포모스 최민숙 기자 minimaxi@fomos.co.kr

Copyright © 포모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