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낀 한국 스마트폰 산업이 사는 법

정진호 기자 2016. 10. 2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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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와 도전의식 절실..장기적 생태계 통합도

(지디넷코리아=정진호 기자)대한민국 스마트폰 산업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그동안 시장 포화와 중국의 추격, 애플과의 경쟁에서 고군분투 했지만 예기치 못한 '갤럭시노트7' 리콜-단종 사태까지 겹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팎의 경제 여건도 좋지 않다. 3분기 국내 제조업 성장은 뒷걸음 치고 휴대폰 수출은 수개월째 곤두박질이다. 휴대폰 수출은 9월 한 달에만 작년 같은 달보다 33.8% 줄었다. 지난 6월에는 작년 동월 대비 8.3%, 7월에는 10.2%, 8월 18.1% 줄어들더니 지난 달 들어 감소율이 더 커진 것이다. 제조업 체감 경기도 최악이다.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제조회사인 삼성전자는 갤노트7 리콜과 단종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당장 3, 4분기 실적 악화와 인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연말 임원진을 최소 20% 가량 줄일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미 시작된 그룹 계열사의 구조조정과 맞물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마저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무선사업부에서 잔뼈가 굶은 연구 직원들도 노심초사다.

갤럭시노트7과 전용 케이스. 갤럭시노트7 사용자들은 노트7 전용으로 구입한 액세서리 제품에 대해 확인 절차를 거쳐 환불을 받을 수 있다. (사진=씨넷)


어제(27일) 발표된 3분기 실적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사업부는 갤노트7 단종 여파로 가까스로 적자를 면했다. 전체 실적도 이달 초 발표한 잠정집계치보다 영업이익은 2조원 이상 급감했다. 내년 1분기엔 추가 기회손실이 1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그러나 제품 단종으로 인한 소비자 교환과 환불 프로그램, 부품 협력사 손실 보전 등을 모두 감안하면 손실액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전 세계적으로 제품 안정성에 대한 신뢰 하락은 돈으로 환산하기도 어렵다. 이재용 부회장을 등기이사로 승인받는 제48기 임시주주 총회가 갤노트7 관련 주주들의 성토장이 된 것도 이 같은 우려와 무관치 않다.

이 자리에서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이번 갤럭시노트7 이슈로 경영상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여 주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친 점 깊이 사과 드린다"며 “발화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회복하며 승승장구하던 모습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불과 2~3개월 전까지 잘 나가다가 이제는 스마트폰 사업 프로세스 전체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삼성전자와 함께 한국의 스마트폰 양대 산맥인 LG전자도 사정은 녹록치 않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맡고 있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는 지난 3분기 4천36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6분기째 연속 적자다. 지난 2분기 1천535억원 손실보다 적자폭이 배 이상 커진 셈이다. 연간으로 따지면 1조원에 가까운 규모다. LG전자 입장에서 장기간 감당하기 어려운 숫자다.

LG그룹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업으로 큰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다"며 "손실을 최대한 줄이고 그룹 전체가 전기자동차 등 미래 성장 사업구조로 전환할 때 까지 MC사업본부가 버티면서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고 한숨 짓는다.

업계에는 LG전자가 MC사업본부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향후 현재 인력을 절반 가까이 줄일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LG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6월말 기준 MC사업본부 정규직 직원수는 총 6천983명이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총 7천888명이었다.

LG전자 'V20'(왼쪽)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사진=씨넷)


더 걱정스러운 것은 '세계의 시장'이라고 불리는 북미 시장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갤노트7' 사태로 향후 버라이즌, AT&T 등 미국 주요 이동통신사와의 협상력 약화와 납품단가 하락 등이 우려된다. 물론 단기적인 악재이긴 하겠지만 글로벌로 확대되면 곤란하다. 한국 스마트폰에 대한 해외 소비자들의 신뢰와 충성도 하락도 가볍게 볼만한 사안이 아니다. 블랙베리 등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기업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북미에서의 문제는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산 스마트폰 등 다른 업체로 번질 수 있다"며 "해외 사업자들의 요구 조건이 예전보다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 LG전자는 지난 달 28일 국내에서 출시한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V20의 미국 런칭(예약판매)을 오늘(28일)부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이 틈을 타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군단의 미국 및 글로벌 진출과 반격이 더 거세질 게 뻔하다. 애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럼 점점 경쟁이 격화되어 가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위기 돌파의 해법은 무엇일까. 높은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선제적인 군살빼기도 병행해야 하겠지만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은 제품의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다.

결국 중국 등 경쟁 주자들이 따라오기 힘든 차별성에 역점을 둘 수밖에 없다. 물론 PC 시장처럼 기술이 점점 더 범용화 되어가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별화란 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기껏해야 메모리 용량을 늘리거나 클럭 스피드를 향상시키거나,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높이는 정도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눈높이가 높아진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치기엔 역부족이다.

가치 창출에는 더 도전적인 실험 정신이 필요하다. 다양한 기구물을 통한 변형된 형태의 디자인을 채용한다거나, 고배율 줌 카메라 기능, 결제 서비스 등 각종 메리트 있는 가치를 제공하는 일이 시급하다.

스마트폰 역사는 이제 고작 10년이다. 미래 정보기술(IT) 산업의 '절대반지'로 여겨지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대화형 AI폰이나 자율주행차와 한 몸이 되는 오토(Auto)폰은 아직 진행형이다. 아직 대화형 AI 등 현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의 한계치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시간은 걸리겠지만 스마트폰의 발전 가능성은 아직 무궁무진하다.

요즘은 중국 업체들이 더 실험적이다. '짝퉁 기업'의 오명을 안았던 샤오미가 최근 내놓은 베젤리스폰 '미믹스(MI MIX)'는 한국 기업들이 한번 쯤 눈여겨 볼만한 제품이다. 노키아, 모토로라를 바라보며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1%의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해 뛰었던 과거 초심으로 돌아가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기술의 실험 정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장기적으로 한국 스마트폰 산업 경쟁력을 위해 셋트 업체간 연합과 생태계 통합도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정진호 기자(jhjung70@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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