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에게 많은 기대는 금물, 큰 실망도 금물

손병하 2016. 10. 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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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에게 많은 기대는 금물, 큰 실망도 금물



(베스트 일레븐)

“은퇴 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란전이 끝난 후 후배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너무 일찍 은퇴했다’는 후회가 처음 들었다.”

후배들을 위해, 흔들리는 한국 축구를 위해 차두리가 돌아왔다. 2015년 3월 31일 열린 평가전(對 뉴질랜드)을 끝으로 태극 마크를 반납했던 차두리는 지난 27일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A대표팀) 전력 분석관이란 신분으로 다시 태극 마크를 받았다. 약 1년 7개월 만의 극적 복귀다.

차두리가 A대표팀 전력 분석관이란 낯선 신분으로 태극 마크를 다시 손에 쥔 건 대한축구협회(KFA)의 요청 때문이다. KFA는 슈틸리케호에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가교 역을 할 사람이 필요했고, 그 적임자가 차두리라고 판단해서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차두리도 현 A대표팀의 위기 상황을 절감해 공부를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차두리의 전력 분석관 선임 후 축구계 안팎의 분위기는 대단히 환영적이고 호의적이다. 언론은 물론 축구 팬들도 차두리의 복귀를 크게 환영하며, 그가 가진 긍정적이고 인간적 마인드가 A대표팀에 큰 힘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축구인 차두리가 가진 기술적 역량과 풍부한 경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제 막 지도자의 길에 접어든 차두리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품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고, 실망이 크면 분노로 변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차두리가 이제 막 지도자 길로 들어선 초보라는 점, 그리고 우리 모두의 간절한 읍소로 이 길에 들어섰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실 차두리가 A대표팀에 합류했다고 해서, 갑자기 모든 게 마법처럼 달라질 순 없는 노릇이다. 차두리가 머물 곳은 피치 안이 아닌 피치 밖이며, 선수들을 직접 지도하고 지휘할 권한이 아닌 단순 가교 구실을 하게 된다. 차두리가 슈틸리케호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은 제한적이고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한 사람의 존재나 구실로 한 단체가 송두리째 변할 수도 있다. 그 사람이 가진 에너지와 역량이 아주 긍정적으로 발휘 됐을 때 얘기다. 만약 차두리가 그 역을 정말 잘 해낸다면, 그래서 위기의 슈틸리케호를 구한다면, 그때 가서 감사와 존경의 박수를 보내도 늦지 않다. 지금은 차오르는 기대를 억누르고 ‘초보 지도자’ 차두리가 걷는 길을 묵묵히 응원할 때다.

우리는 지난 역사 속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던 이들이 한국 축구가 보낸 SOS에 응했다 된서리를 맞는 경우를 적잖이 봤다. 영웅이기에 무언갈 해주길 바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고,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을 경우 실망이 분노로 변해서 일어난 일들이다.

차두리에겐 같은 경험을 하게 해선 안 된다.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오더라도 차두리가 지금 어떤 마음으로 KFA가 보낸 SOS를 수용했고, 어떤 신분으로 A대표팀에 합류했는지를 잊어선 안 된다. 차두리에게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당연히 실망도 금물이다. 쉽지 않았을 결정을 한 차두리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손병하 기자(bluekorea@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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