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자 재범률 확 낮아지는데.. 색안경에 막힌 취업문

신혜정 2016. 10. 28.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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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수 대상 구인ㆍ구직 만남 행사

면접자 중 실제 취업 연결 5% 뿐

전체 출소자 재범률 22%

취업한 사람은 1.2%에 불과

“사회 복귀 길 더 넓혀줘야”

“지난 1년 동안 굴하지 않고 제 인생을 재설계했습니다. 부족한 만큼 누구보다 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청년은 시종일관 면접자와 눈을 맞추려 노력했다. 어릴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했던 A(22)씨는 한 순간의 욕심으로 다른 사람 차에 손을 댔다. 대가는 혹독했다. 또래들이 캠퍼스의 낭만을 즐길 때 그는 수의를 입고 구치소 좁은 공간에서 청춘을 허비해야 했다. 그의 바람은 출소 후 취직해 돈을 모은 뒤 못다한 대학공부를 끝마치는 것이다. 면접을 마친 A씨는 “연습 때는 허리도 꼿꼿이 세우고 당당하게 말했는데 실전은 역시 쉽지 않다”며 멋쩍게 웃었다.

꽉 끼는 정장과 비뚤어진 넥타이, 힘이 잔뜩 들어간 어깨. 지난 24일 서울 구로구 천왕동 남부구치소에서 열린 ‘출소예정자 구인ㆍ구직 만남의 날’ 행사에 참여한 모범수 20여명의 모습은 영락없는 취업준비생이었다. 행사는 28일 교정의 날을 맞아 법무부 교정본부가 수형자들의 취업지원을 돕기 위해 2009년부터 개최해 왔다. 지난해까지 면접을 거쳐 좁은 취업문을 통과한 출소자는 938명. 1년에 134명 꼴이다.

교정본부가 이런 행사를 여는 것은 6%에 불과한 출소자들의 취업률을 높여 재범 가능성을 낮추려는 취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생활고에 시달렸던 오패산터널 총기난사 사건 피의자처럼 사회에 기댈 게 없는 사람일수록 다시 범죄에 빠져들기 쉽다”며 “직업을 매개로 사회와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매년 22%를 상회하는 전체 출소자 재범률과 달리 법무보호복지공단의 ‘허그일자리지원’ 상담을 통해 취업한 출소자들의 재범률(2015년 기준)은 1.2%에 불과했다.

이날 오랜 만에 수의를 벗은 수형자들의 눈빛엔 긴장과 설렘이 교차했다. 이들에게 취업은 삶을 재건하기 위한 희망이다. 행사에 참여한 B(36)씨는 투자 사기로 9개월 간 수감생활을 하면서 거의 매일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큰 아들이 빚만 남긴 채 감옥에 가자 칠순이 다 된 아버지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옥바라지를 했다. B씨는 “월급이 얼마건, 또 어떤 일자리도 나에겐 과분하다. 반드시 취업에 성공해 더 이상 부모님을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모범수로서 면접 기회만 갖는 것도 선택 받은 셈이지만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해 면접을 치른 수형자 5,525명 중 직장을 구한 이는 278명(5%)에 그쳤다. 취업 결심을 하고도 출소 후 편견이 두려워 연락을 끊는 수형자가 다반사인 탓이다. 지난 4년간 출소자들을 채용해 온 양정욱 한독자동차 대표는 “출소자들이 출근하면 ‘낙하산이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철저하게 비밀을 지키지만 이들은 단 한 명이 과거를 아는 것조차 부끄러워한다”며 “우리 사회가 여전히 전과자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해마다 행사 규모가 커지는 만큼 충분한 정보제공과 취업 교육의 내실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수형자 C(40)씨는 “면접 본 회사 정보가 이름과 직종, 위치뿐이라 면접을 준비하기가 어려웠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서현 남부구치소 취업지원협의회 부위원장은“직업기술교육에 치우친 지금의 재사회화 프로그램을 취업의지를 고취시키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전과자의 취업을 사회 안정을 위한 투자로서 받아들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전례 없는 취업난 속에 범죄를 저지를 사람에게까지 취업 기회를 줘야 하느냐는 비판도 있으나 이 역시도 전과자는 위험하다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출소자 중심의 사회적기업을 장려해 사회 복귀에 성공한 사례가 늘면 모든 사회구성원을 보듬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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