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1인 체제' 굳히기 위해 반부패 규정 대폭 강화
[경향신문] ㆍ중국 ‘6중전회’ 폐막…내용과 의미
‘핵심.’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6중전회)가 27일 막을 내리면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사진)에게 이런 수식어를 붙였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시절 쓰이다가 후진타오 시대 때 사라진 이 표현은 이번 회의에서 되살아났다. 덩샤오핑 시대부터 중국 공산당의 통치시스템으로 자리 잡아온 집단지도체제를 폐기한다고 못박지는 않았으나, 핵심 지도자를 부각시킴으로써 시 주석 ‘1인 지도체제’를 사실상 공식화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중국에서 시 주석을 가리키는 핵심이라는 호칭이 등장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리훙중(李鴻忠) 후베이성 당서기가 지난해 12월 시 주석을 “당 중앙의 영도핵심”이라 칭하자 베이징, 톈진, 네이멍구 자치구, 안후이, 쓰촨성 등 지역 지도자들이 줄줄이 ‘핵심’ 표현을 썼다. 지난 1월 시 주석의 최측근인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비서실장)은 당 관리들에게 ‘절대 충성’을 요구했고, 중국 매체들에서 ‘시핵심(習核心)’이라는 표현이 크게 늘었다. 공산당 기관지 광명일보는 이달 초 칼럼에서 “강력한 핵심 리더십이 중화부흥이란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산당 지도부와 350여명의 당 중앙위원, 후보위원들은 베이징에서 나흘간 열린 이번 6중전회에서 시 주석을 핵심으로 선언하면서 반부패 작업을 명분으로 권력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 회의에서 공산당은 시 주석이 제창한 4대 전면 지침 중 하나인 전면적 종엄치당(從嚴治黨·엄격한 당 관리)과 반부패 문제를 주로 논의했고, 당내 정치생활 준칙과 당내 감독조례 개정안을 채택함으로써 반부패를 제도화했다.
명분은 공산당원과 공직자들의 투명성을 강제한다는 것이지만, 시 주석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2012년 말 집권 이후 지금까지 100만여명의 공직자들을 부정부패 혐의로 처벌했다. 공보는 “시 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 솔선수범하며 전면적 종엄치당을 결연히 추진해 부패를 척결하고 당원들의 마음과 민심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6중전회에서는 반부패를 제도로 격상시킴으로써 더 강력한 사정을 실시할 근거를 만들었다.
반부패 작업은 시 주석의 권력강화와 떼어놓을 수 없다. 공산당은 “당 중앙의 집중된 통일적 영도가 우선돼야 한다” “한 국가, 한 정당에서 ‘영도 핵심’은 지극히 중요하다”고 했다. ‘당 중앙’을 강조함으로써 기존의 집체영도(집단지도)체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으나, ‘반부패 제도화’를 통해 8900만명에 달하는 공산당원과 공직자들에 대한 내부 단속을 강화할 수 있게 되면서 시 주석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것은 분명하다. 공보는 “당의 규율은 반드시 엄격해야 하고, 강철 같은 규율로 당을 다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번 6중전회를 통해 ‘가장 큰 부패는 불충(不忠)’이라는 논리가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반부패 운동이 당원과 공직자의 청렴을 넘어 당의 핵심인 시 주석에 대한 절대 충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부패 사정작업의 핵심 기관인 기율위의 권한과 위상도 강화된다. 홍콩 명보는 폐막에 앞서 “이번 6중전회를 통해 최고인민검찰원(검찰)에 속해있던 반부패국이 중앙기율위로 이전되며, 기율위가 반부패 사정의 전권을 가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강력한 사정 칼날을 휘둘러온 왕치산(王岐山) 기율위 서기는 시 주석의 최측근이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이 가능하도록, 공산당의 관례였던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원칙을 바꿀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원칙대로라면 내년 가을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선 현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 중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제외한 5명이 은퇴한다. 5년 뒤 2022년 20차 당 대회에서는 시 주석도 퇴진해야 한다. 7상8하 원칙을 무력화하면 올해 63세인 시 주석이 2022년 이후까지 집권을 연장할 수 있다.
차기 지도부 자리를 둘러싼 경쟁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당 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결의가 통과되면서 지도부의 시선이 그리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당 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진출하기 위한 중앙 관료와 지방 관리들의 자리다툼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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