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에 선 이재용, 산적한 '숙제' 안고 무거운 첫발

이윤주·이호준 기자 입력 2016. 10. 27. 22:06 수정 2016. 10. 2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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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
ㆍ갤노트7 단종 등 위기 속 ‘총대’…실패 만회할 신제품 ‘발등의 불’
ㆍ연말 그룹 정기인사에 촉각 …조직문화 쇄신 청사진도 제시해야

갤럭시노트7 단종 등 그룹의 최대 위기 중에 삼성을 이끌게 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내부 역량을 총합해 당면한 위기를 돌파해 나가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지주회사로의 전환기에 내·외부 목소리를 절충하는 조정자로서의 능력도 보여줘야 한다. ‘이재용의 삼성 시대’가 열린 만큼 전면에 나서 현재의 위기 상황에 대해 설명한 뒤, 비전을 당당하게 제시하는 것이 출발점이라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27일 삼성전자 임시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당초 업계에서는 내년 3월 정기주총 때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갤럭시노트7이 단종된 뒤 원인 규명과 신뢰 회복이 당면 과제로 떠오르면서 시기가 앞당겨진 것으로 보인다. 어느 때보다 내부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이 부회장은 등기이사 등판과 함께 본격적으로 경영능력을 시험받게 됐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2014년부터 이미 미래전략실 핵심인사와 함께 실질적으로 그룹의 의사결정을 내려왔다. 이후 바이오산업 강화, 일부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실용주의 경영 스타일’을 일부 드러냈다.

그러나 등기이사 선임은 지금까지의 ‘장막 뒤의 경영’과는 비교할 수 없는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다. 등기이사가 되면 사업계획이나 투자, 채용, 인사 등 경영의 주요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이사회 구성원이 된다. 의사결정 권한과 함께 그에 따르는 민형사상 책임을 모두 안게 된다. 주주 앞에 직접 나서 설명도 해야 한다. 2014년 이후 이 부회장이 공식석상에서 대중을 향해 발언한 것은 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 대국민사과를 한 것이 유일하다. 갤럭시노트7의 리콜과 단종 사태에서도 그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기술의 삼성’이라는 브랜드 하락 등에 대해 삼성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려면 이 부회장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장 갤럭시노트7 발화의 원인 규명과 실패를 만회할 신제품의 출시가 시급한 과제다. 정확한 사태의 원인을 밝히고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품질에 대한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지배력 확대, 헤지펀드 엘리엇의 회사 분할과 30조원 규모의 특별배당 요구 등에 대한 대응책 마련 등도 과제다. 지주회사 전환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과도기의 조직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당장 삼성그룹의 연말 정기인사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차적으로 ‘갤럭시노트7’ 사태를 수습하는 인적 쇄신의 범위와,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을 중심으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미래전략실(미전실)의 위상 변화가 관전포인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의 승진 인사가 최소폭에 그쳤기 때문에 올해는 움직임이 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면서도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해온 이 부회장이 굳이 큰 틀을 흔드는 모험을 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 갤럭시노트7의 단종을 계기로 삼성그룹의 수직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를 어떻게 쇄신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날 주주자격으로 주총에 참석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재용 부회장이 사내이사가 됐으니 기술적인 차원을 넘어 회사 조직문화와 지배구조와 관련해 이사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개선해달라”며 “이 부회장이 자신의 말로 설명함으로써 리더십을 보여주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질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발언했다.

<이윤주·이호준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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