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씨 "김상률 만난 이틀 뒤 안종범이 일거리 줘"

노용택 황인호 이경원 기자 입력 2016. 10. 27. 21:35 수정 2016. 10. 2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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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루케이 前 대표가 말하는 '이상한 비즈니스'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개인 회사인 더블루케이에서 초대 대표이사를 지냈던 조모씨가 공개한 스마트폰의 일정표. 올해 1월 26일 부분에 ‘13시 김종 차관 안수석 미팅’이라고 적혀 있다. 이경원 기자

최순실(60)씨가 회장으로 있던 스포츠마케팅 업체 더블루케이의 대표이사 조모(57)씨에게 지난 1월 19일 갑작스러운 전화가 걸려왔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라서 수신을 거부했는데, 이내 문자메시지가 왔다. “수석께서 전화하고 싶어 하시는데, 받으십시오.” 다시 걸려온 전화를 받으니 청와대 김상률 교육문화수석이었다고 한다.

당시 김 수석은 생면부지인 조씨에게 “다음 날 12시에 만나자”며 약속을 잡았다. 놀란 조씨는 이 사실을 당시 독일에 머물고 있던 최씨에게 보고했다. 최씨는 전화로 “(K스포츠재단) 박헌영 과장과 같이 참석하라”고 지시했다. 이튿날 점심식사 자리에서 김 수석은 “스포츠마케팅 회사를 설립한다고 해서 궁금해서 와봤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가 “설날이 지나면 (설립을) 다 할 수 있다”고 답하자, 김 수석은 “설날 이후 다시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조씨는 더블루케이에서 일을 시작한 이래 비상식적인 일을 많이 겪었다고 27일 국민일보에 털어놓았다.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세워진 작은 업체 대표인데 청와대 수석, 정부부처 차관 등을 계속 만나게 됐기 때문이다. 조씨가 노력을 하지 않아도, 만남은 누군가가 늘 주선해 알려줬다.

김 수석을 만난 이틀 뒤인 22일에는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고 한다. 안 수석은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사장이 전화할 테니 받아서 미팅을 잡고 일을 하면 된다”고 구체적인 일거리까지 던져줬다. GKL은 최씨의 최측근 고영태(40)씨와 손잡고 장애인 펜싱팀 창단을 추진했다. 조씨는 실제 1월 24일 GKL과 미팅을 했다고 밝혔다.

같은 달 26일에는 조씨, 안 수석, K스포츠재단 정현식 사무총장,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만남이 이뤄졌다. 조씨는 “서로 안면을 트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다만 이에 대해 김 차관은 “1월에는 만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조씨는 2월 25일엔 김 차관이 먼저 연락을 해 와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만나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차관은 “당시 교육문화위원회가 열려 국회에 머물고 있었다”며 만남의 날짜가 부정확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3월 8일 더블루케이가 경기장 건설업체인 스위스 ‘누슬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자리에 안 수석과 김 차관이 참석했다. 차례로 들어온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영어로 자기소개를 했고, 더블루케이를 언급하기도 했다고 조씨는 기억했다. 두 사람은 조씨가 업무협약서에 서명할 땐 자리에 없었다.

비상식적인 일을 많이 겪는 와중에 조씨는 최씨와 갈등을 겪었다. 사업을 수주해야 하는 신설업체로서 ‘을(乙)’의 태도를 취하려 하면, 최씨는 “우리가 ‘갑(甲)’이고 GKL이 ‘을’”이라고 강조했다. 조씨는 최씨로부터 “일을 어떻게 하느냐” “상대방 회사 소속 직원이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최씨는 조씨가 출근한 직후 만들어간 근로계약서에도 서명하지 않았다. 그래서 조씨는 2월 말부터 퇴사를 고려했다.

조씨를 최씨에게 소개시켜준 이는 그가 다니는 교회의 장로인 장모(64)씨다. 장씨는 최씨 소유 신사동 빌딩에 위치한 ‘티알씨’라는 회사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4월 6일 설립된 티알씨는 올해 8월 24일 이름을 ‘세온’으로 변경했는데, 미르·K스포츠 재단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제2의 컨트롤타워로 의심받고 있는 회사다. 장씨는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전혀 근거 없는 일”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노용택 황인호 이경원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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