햅쌀값 13만원대 붕괴.. '변동직불금' 보조 한도 넘어서나

박찬준 입력 2016. 10. 2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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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만에 최저 수준 떨어져.. 농민 피해 우려

올해 수확한 햅쌀 가격이 21년 만에 13만원 아래로 추락했다. 이 가격이 내년 1월까지 유지되면 가격하락 피해를 보전해주는 변동직불금이 세계무역기구(WTO)의 농업보조총액(AMS) 한도를 넘어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초래하게 된다. AMS 한도 초과 변동직불금은 지급할 수 없어 농가 피해가 우려된다.

통계청은 지난 25일자 산지 쌀값(80㎏ 기준)이 12만9628원이라고 27일 밝혔다. 1995년 10월25일 11만5875원 이후 처음으로 13만원대가 붕괴했다. 2016년산 햅쌀 첫 조사 가격인 지난 5일에는 13만4076원, 열흘 뒤인 15일에는 13만1808원이었다. 이런 추세라면 추가 하락 가능성도 있다.

변동직불금은 수확기(10월∼이듬해 1월) 평균가격이 목표가격(18만8000원)에 미달하면 차액의 85%가 농가에 지급된다. 산지 쌀값이 13만411원을 밑돌면 변동직불금 규모가 연간 AMS 한도인 1조4900억원을 넘어선다. AMS 한도를 초과하는 변동직불금은 농가에 지급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가격하락 피해의 일정 부분을 농가가 떠안아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변동직불금 예산(정부안)은 9777억4700만원인데 산지 쌀값이 계속 하락하면 최대 5122억5300만원을 증액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산지 쌀값 하락세가 심해지자 수요량을 초과하는 25만t을 10월 말부터 시장격리하겠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전체 시장격리 물량은 2016년산 실수확량이 발표되는 11월 중순에 확정하되 25만t을 우선 격리하겠다는 뜻이다. 작년 시장격리 시점(11월12일)보다 보름 정도 일찍 시장격리에 나서 쌀값 하락세를 진정시키려는 의도였다. 한 미곡종합처리장(RPC) 관계자는 “정부의 시장격리 물량이 예상보다 적어 시장반응이 거의 없었다”며 “시장격리 물량을 30만t 이상으로 늘리고 격리시점도 더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확 전 이삭에서 싹트는 수발아(穗發芽) 피해 면적이 1만5000㏊에 육박하고 곡식이 여무는 시기에 비가 내려 생산량 감소가 예상된다”면서 “산지 쌀값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수발아 피해 벼는 시장격리용으로 수매할 예정이다. 농민단체와 산지농가들은 “수발아 피해에 따른 생산량 감소규모는 2만∼3만t도 안 될 것”이라며 변동직불금의 AMS 한도 초과 시 대응방안을 주문했다.

그러나 정부의 쌀 시장격리 물량 확대나 변동직불금 증액 등으로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풍년의 역설’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농가는 쌀 가격이 떨어져도 목표가격의 96∼97% 수준까지 보전을 받는다. 쌀농가에 ㏊당 100만원을 지급하는 쌀소득보전 고정직불금과 가격하락 피해를 메워주는 변동직불금이라는 보호장치 덕분이다. 농업전문가들은 “ ‘쌀값 하락→농민단체의 반발→쌀 시장격리·변동직불금 지급 등 막대한 예산투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쌀농업정책 방향을 보호 위주에서 경쟁력 강화 쪽으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도 최근 쌀 직불금의 비중을 줄일 뜻을 밝힌 바 있다.

농식품부는 논에 다른 작물을 심도록 ‘쌀생산조정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쌀생산조정제는 농지에 벼 대체작물을 심으면 ㏊당 일정액의 보상금을 주는 제도다. 농식품부는 대상 농지 규모를 3만㏊로 잡으면 관련 예산이 보상금(㏊당 300만원) 900억원, 행정비용 4억원을 합쳐 총 904억원으로 보고 있다.

세종=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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