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도 '헷갈려'.. 청탁금지법 적용 혼선 거듭

유태영 2016. 10. 27.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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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해석 의뢰 4800여건 / 담당 인력은 10여명 불과 / 법원·검찰도 어려움 가중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한국 사회 부패의 사슬을 끊고 각종 접대문화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출발했지만 여전히 법 적용 등을 놓고 혼선이 적지 않다.

사제간에 캔커피나 스승의날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은 게 대표적이다. 이 문제는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조차 “현실적으로 처벌할 수 있겠느냐”며 허용 취지로 설명했다가 “원천 금지”로 말을 뒤집어 혼란을 초래했다. 사회 상규 등을 감안했을 때 규정대로 적용하기가 모호한 부분들이 적지 않아 발생한 혼선이다. 같은 조직의 공직자 등끼리는 경조사비 상한액(10만원)을 어느 정도 넘어서도 괜찮은 것으로 해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7일 권익위에 따르면 10여명에 불과한 담당 인력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유권해석 의뢰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6시 기준 공문·메일로 1443건, 홈페이지 2438건, 국민신문고 1017건의 질의가 폭주했다.

대중식당으로 바꾼 고급 한정식집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한 달째인 27일 고급 한정식집에서 가격을 낮춘 대중식당으로 변모한 서울 경희궁길의 한 업소 관계자가 가격표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남정탁 기자
이런 상황은 수사기관인 경찰과 검찰, 최종 판단기관인 법원의 부담과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강원도 춘천에서 민원인이 경찰관에게 4만5000원짜리로 떡 한 상자를 보냈다가 최근 ‘청탁금지법 위반 1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이철성 경찰청장은 “사회 상규로 볼 여지도 있지만 권익위에서 경직된 해석이 나오니까 일선에서 부담스러워 자진 신고한 것”이라며 “초기 시행착오로 본다”고 설명했다.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도 청탁금지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하고 있다. 재경 지법의 한 판사는 “법으로 문화를 강제하면서 오히려 자기검열을 하게 만드는 수준까지 오게 됐다”며 “사람들의 활동이 위축되는 면도 있어서 부작용이 커 보인다”고 했다. 시민들의 자율적 개선 노력을 해결해야 할 일을 법원이 법률에 따라 판단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얘기다. 검찰은 아예 무분별한 신고에 대해선 수사권 발동을 자제하고 허위신고로 드러나면 무고죄로 처벌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는 권익위로 26일까지 47건, 경찰로 12건이 접수됐다. 유형별로는 부정청탁 관련이 18건, 금품수수 39건, 외부강의 2건이다. 이 중 과태료 사건 3건이 재판에 넘겨졌으며, 형사처벌 대상 사건은 접수된 바 없다고 대법원은 밝혔다.

112로는 27일까지 289건의 신고가 접수됐는데, 193건이 시행 첫 일주일에 몰렸다. 대부분은 단순 상담·문의였으며,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1건은 법 적용 대상자가 아닌 사실이 확인돼 현장에서 종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위반 사례가 쌓이지 않고 행동지침이 불명확하다 보니 초기 혼란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 정리가 돼 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유태영·박현준·박세준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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