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5가지 이상한 문체부 인사

조태성 2016. 10. 2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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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을 둘러싼 각종 의혹의 핵심에 청와대가 있다면, 그 핵심을 드러내는 말단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놓여 있다. 최순실 게이트의 이면에는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을 통한 모금 활동이 있었고, 재단 설립과 운영 이전엔 ‘문체부 점령 시나리오’가 있었다.

# “나쁜 사람이라더라” 노태강 좌천

직접적 발단은 2013년 9월 널리 알려진 정유라씨 관련 승마협회 특별감사였다. 이때 최순실씨에게 유리한 감사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사를 진행한 노태강 문체부 체육국장과 진재수 체육정책과장이 물러났다. 유진룡 전 장관은 당시 청와대로 불려 들어가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노 국장과 진 과장을 콕 집어 “나쁜 사람이라더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유 전 장관은 이를 최순실씨의 남편 정윤회씨의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2013년 정부대변인 자격으로 브리핑을 바친 유진룡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브리핑룸에서 나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정부 반성“ 이야기하다 쫓겨난 유진룡

유 장관이 대중들에게 널리 이름을 알린 건 아이러니하게도 참여정부와의 갈등 때문이다. 문체부 차관이던 2006년 청와대 참모로부터 “배째 달라면 배째 드리죠”라는 폭언을 들었다는 논란 속에서 사퇴했다. 이 때문에 ‘반(反)노무현’을 내세운 MB정부에서 중용될 것이라는 설이 나돌았지만, 실제 장관이 된 것은 2013년 박근혜정부 들어서다. 순탄치는 않았다.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좌파적출’로 상징되는 MB정부 문화정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이후 국무회의 석상에서 정부가 반성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다가 대통령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는 얘기들이 나돌기 시작했다. 이후 개각 대상에 이름을 올리면서 2014년 7월 장관직을 내놨다. 그 과정도 개운치 않았다. 2014년 6월 공무차 러시아를 방문 중일 때 주러 한국대사관을 통해 경질을 통보 받은 것은 물론, 7월에는 후임자도 없이 면직 처리됐고 이임식도 없이 떠났다.

# 덩달아 쫓겨난 유진룡 키즈

유 전 장관이 해임된 이후 과정은 일사천리다. 2014년 7월 김희범 미국 애틀란타 총영사를불러들여 문체부 1차관을 맡긴 다음, 10월엔 김 차관에게 문체부에 남아 있던 ‘유진룡의 아이들’ 1급 공무원 6명을 솎아내도록 했다. 이 작업을 마무리한 뒤 6개월만인 2015년 2월 김희범 차관도 옷을 벗었다. 말 안 듣고 버틸 사람은 다 나가라는 정권의 신호이자 이후 진행될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설립 사업에 걸림돌이 될만한 이들이 미리 치워버린 격이라는 게 유 전 장관의 주장이다. 그 배후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있다고도 했다. 물론 김 전 실장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2014년 5월 승마협회 감사가 시작될 무렵, 갑자기 스포츠비리 4대악 합동수사반이 만들어졌다. 김종 2차관(오른쪽)이 수사반 개소식에 참석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승승장구 김종 제2차관

김종 2차관은 2013년 노태강 체육국장 등이 좌천될 때 문체부에 들어왔다. 이미 이때부터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한양대 인맥이다, ‘문화계 좌파’를 치기 위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낙점했다는 얘기들이 돌았다. 그가 2차관이 된 이후 1차관 소관이던 관광ㆍ종교업무가 2차관 소관으로 넘어오고, 체육관광정책실이 체육정책실과 관광정책실로 확대되는 등의 조직 개편이 이어지면서 김종 2차관이 ‘문체부의 실세’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았다.

유진룡 전 장관도 김종 2차관을 통해 인사청탁이 이뤄진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최순실 파문이 터진 뒤엔 김종 2차관이 최순실씨에게 인사청탁을 하고 주요 현안을 보고한다는 언론보도가 줄이었다. 김 2차관은 “최순실은 알지도, 보지도 못한 사람이니 청탁이나 보고 같은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프랑스장식미술전으로 갈등을 빚은 끝에 올해 3월 관장직을 그만뒀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프랑스 장식미술전’ 철퇴 김영나 관장

올해 3월엔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의 경질이 눈길을 끌었다. 김 관장은 박정희 정권 시절 초대 국립박물관장을 지낸 고 김재원 박사의 딸인데다, 서양근대미술사 전공이어서 중앙박물관에는 안 어울리지 않느냐는 세간의 지적을 뛰어넘을 정도로 업무 추진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 받던 인물이었다. 이 때문에 2011년 MB정부 시절 임명됐음에도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유임됐고, 이로 인해 5년간 관장 자리를 지켰다. 그런 김 전 관장이 올해 3월 전화로 경질을 통보 받고 이임식도 하지 않은 채 짐 싸들고 나가버린 일이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한불교류130주년을 맞아 프랑스와의 교환전시로 중앙박물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랑스장식미술전’이었다. 김 전 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에다 까르띠에 등 해외 명품브랜드 제품을 전시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전시를 반대했다. 내쫓길 만한 이유는 그것 뿐이었다. 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장식미술전 이전에는 청와대와 문체부에서는 그 어떤 간섭도 없었기 떄문에 갑작스런 경질에 다들 놀랬다”고 전했다.

나중에 이 당시 승마협회 감사 문제 때문에 좌천된 노태강 문체부 체육국장이 당시 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이었고, 장식미술전 문제를 살펴보던 박근혜 대통령이 “이 사람이 아직도 있어요?”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때문에 장식미술전 반대는 김 전 관장의 원칙의 문제를 넘어서는, 관료들의 조직적 반발로 받아들여졌고 김 전 관장 뿐 아니라 박민권 당시 문체부 1차관도 함께 물러났다는 게 정설이다. 노태강 국장은 중앙박물관에서도 물러났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mailto: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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