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돌봐주겠다고 약속했어요"..'농장노예' 가족의 분노

입력 2016. 10. 2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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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여동생 "걱정말라더니 도의원 출신 농장주 오빠 땅까지 팔아서 챙겼더라"

피해자 여동생 "걱정말라더니 도의원 출신 농장주 오빠 땅까지 팔아서 챙겼더라"

(순창=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잘 돌봐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진짜 화가 납니다."

'농장노예' 사건 피해자 A(66)씨가 27일 오후 전북 순창의 한 병원에서 여동생과 대화하고 있다.

'농장노예' 사건 피해자 A(66)씨의 여동생은 30여년 만에 오빠를 다시 만났던 올해 1월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여동생 B(64)씨는 당시 광주 한 병원에서 오빠가 암 치료를 받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전북 임실에서 한달음에 달려갔다.

젊은 시절의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쇠약해진 오빠 옆에는 자신을 '사장'이라고 소개한 전직 도의원 오모(67)씨가 서 있었다.

A씨는 집 나간 아내를 향한 분을 삭이지 못해 술독에 빠져 살았던 어느 날 가족과 소식을 끊었다.

그 후 전국을 떠돌던 A씨가 전남 곡성에 정착해 일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런 오빠에게 일자리와 숙식을 제공하고 병 치료까지 해준 오씨를 B씨는 고맙게 여겼다.

병시중에 보태도록 현금 50만원까지 건넸다.

이날 오씨는 A씨가 가진 논을 팔아 치료비에 쓰자고 B씨를 설득했다.

B씨는 자신이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답변을 미뤘고, 이 자리에서 A씨는 "자식들에게 물려줄 땅"이라며 완강하게 거부했다.

이야기가 마무리되자 "잘 돌보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오씨에게 오빠를 맡기고 B씨는 임실로 돌아갔다.

몇 달 뒤 B씨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오빠가 물도 나오지 않는 폐가에서 겨울에는 전기장판 한 장에 의존하며 현대판 노예로 살아왔다는 것이다.

A씨가 거주했던 전남 장성군 소재 농장 숙소 내부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찰은 오빠를 발견했던 날 휴대용 산소호흡기를 지닌 채 비를 맞으며 들일을 하고 있었다고 B씨에게 전했다.

B씨의 가슴을 후벼 파는 사실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씨는 지난해부터 오빠의 기초연금을 가로챘고, 그 사이 논도 팔아서 땅값을 챙겼다.

B씨는 "의료기록을 보니 오빠가 작년 12월까지 한 번도 병원에 안갔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A씨는 노인보호전문기관과 경찰의 도움으로 지난 5월 초 전북 순창의 병원에서 식도암과 폐렴 치료를 받고 있다.

입원 초기만 해도 동료 환자들과 잘 어울렸다는 A씨는 27일 침대에 누워 한마디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오씨는 지난 10년간 곡성과 장성에 있는 자신의 축사와 농장에서 무일푼으로 A씨를 부려온 사실이 적발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름 석자를 겨우 쓰고 숫자 계산 등을 할 줄 모르는 A씨는 "오씨가 적금을 들어주는 줄 알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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