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체절명' 홍명보의 항저우, 이겨야 산다

'절체절명' 홍명보의 항저우, 이겨야 산다

(베스트 일레븐)

클럽 감독으로서는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는 홍명보 항저우(杭州) 뤼청(綠城) 감독이 강등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딱 한 경기 남았다. 무조건 이긴 뒤 순위 다툼을 하는 경쟁자가 무승부 이하 결과를 내기를 바라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내몰려 있다.

오는 30일 저녁 8시 35분(한국 시각) 항저우 황룽(黃龍) 스포츠 센터에서 킥오프되는 2016 중국 슈퍼리그(CSL) 최종전(30라운드)에서, 항저우는 옌볜 푸더와 일전을 벌인다. 29라운드를 치른 현재 항저우는 8승 7무 14패(승점 31점)으로 16개 팀 중 15위를 달리고 있다. CSL은 하위 2개 팀이 2부리그로 강등당한다. 따라서 이 순위대로 시즌을 마칠 경우, 홍 감독은 클럽 지도자 데뷔 시즌에 강등이라는 대단히 씁쓸한 결과를 맛보게 된다. 애당초 강등이 유력한 팀을 맡아 힘겨운 승부가 예상되긴 했지만, 정말 강등당하면 한 시즌 만에 경질이라는 악몽 같은 상황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단히 절박한 처지다.

상대가 누구든 무조건 이겨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CSL에서 생존하는 데 있어, 한국인 감독들과 인연이 얽히고설켜 주목을 끈다. 일단 항저우의 생존 여부가 걸린 마지막 경기 상대가 박태하 감독이 이끄는 옌볜(延邊) 푸더(富德)다. 홍 감독의 항저우는 박 감독의 옌볜을 상대로 지난 7월 3일 원정 경기서 4-2로 승리하며 기선을 잡은 바 있어 자신감을 내비칠 만하다.

그러나 옌볜의 분위기도 상당히 좋다. 구단 창단 후 올 시즌 처음으로 CSL에 도전장을 내민 옌볜은 10승 6무 13패(승점 36점)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잔류를 확정 지은 상황이다. 시즌 막판 한때 3연패 수렁에 빠지며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으나, 지난 두 경기에서 우승을 확정 지은 광저우(廣州) 에버그란데와 최하위 스자좡(石家莊) 융창(永昌)을 상대로 1승 1무를 거두며 분위기가 살아났다. 결과적으로 지난 두 경기에서 얻은 승점 4점 덕분에 1부리그에 생존한 셈이다. 따라서 지난 맞대결과는 다른 결과를 내겠다는 의지가 클 것으로 보인다.

항저우가 옌볜을 또 꺾는다고 해도 다른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바로 이장수 감독이 이끄는 창춘(長春) 야타이(亞泰)다. 시즌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최악의 부진을 보였던 창춘은 최근 세 경기에서 연승을 달리며 항저우를 추월하고 안정권인 14위(9승 5무 15패, 승점 32점)로 뛰어올랐다. 승점상 단 1점 차로 항저우에 앞서 있다.

창춘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CSL의 명가 상하이(上海) 선화(申花)를 상대로 홈 경기를 치르는데, 상하이가 최근 세 경기에서 연속 무승부를 거두는 등 상당히 좋지 못한 페이스를 보이고 있어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사실 상하이가 연승 행진을 달린다손 치더라도 어렵게 잡은 생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쓸 것이다.

절박한 항저우로서는 이런 창춘의 분위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쨌든 항저우가 살아남으려면 무조건 옌볜을 꺾어야 한다. 비겨도 가능성은 있긴 하다. 창춘이 선화에 패할 경우 골 득실에서 앞지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남을 경우 홍 감독의 거취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궁지에 몰린 홍 감독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따낸 승리를 통해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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