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Y] 유해진은 되고, 차승원은 안 된 이유

김지혜 기자 2016. 10. 2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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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 김지혜 기자] 배우 유해진이 영화 제목처럼 '행운'의 사나이가 됐다. '럭키'(감독 이계벽, 제작 용필름)가 비수기 극장가에서 놀라운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개봉 2주차에 50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아 코미디 장르로는 역대 최단 기간 기록을 세웠다. 

배우 유해진에게 전기(轉機)가 될 작품이다. '왕의 남자'(2005)로 일찌감치 천만 배우라는 수식어를 달고,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의 800만 흥행의 일등공신으로 꼽히긴 했지만, 엄밀히 말해 주연작은 아니었다.

'럭키'는 첫 원톱 주연작. 이 영화의 성공으로 충무로 최고의 신스틸러에서 일급 주연 배우의 가능성을 입증해 냈다.

'삼시세끼'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전국민적 인기는 유해진에 대한 호감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반면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국민적 인기를 얻었으나, 정작 본업에서 재미를 못 본 배우도 있다. 차승원은 지난 9월 영화 '고산자:대동여지도'(감독 강우석)로 '하이힐'(2013) 이후 무려 3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했다. 100억대 제작비를 투입한 대작이었으나 손익분기점에 한참 못 미치는 97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차승원은 예능을 통해 '차줌마'라는 애칭까지 획득하며 터프가이 이미지를 180도 바꿨다. 게다가 절친 유해진과의 찰떡 콤비는 '삼시세끼'를 힐링 예능으로 만든 원동력이었다. 

배우가 예능에 진출했을 때 낼 수 있는 효과는 뚜렷하다. 친근하고 진솔한 면모를 표출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다세대의 팬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차승원과 유해진은 꾸밈없는 모습과 소탈한 면모로 큰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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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인 연기 성적표는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예능 이미지가 배우에게 약 혹은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예다.

유해진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코미디 장르에서 제 기량을 맘껏 뽐냈다. 냉혹한 킬러와 어리숙한 삼류 배우 사이를 오가는 유해진은 진지해도 웃기고, 망가져도 웃겼다. 특유의 희극적 캐릭터와 연기력이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했다. 게다가 장르와 캐릭터 모두 예능에서 발현된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졌다. 

차승원은 예능 이미지가 정극에서 출동했다. 물론 이 영화의 실패는 차승원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영화 자체의 아쉬움 탓이 크다.

'고산자:대동여지도'는 조선 최고의 지도꾼 김정호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보여준 영화였다. 식민사관, 천주교 박해 등 논란이 될 만한 요소가 다분한 작품이었기에 어떤 식으로 그려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묵직한 메시지와 이야기 톤을 예상했던 영화는 뜬금없는 코미디와 민족주의로 점철된 후반부로 혹평을 받았다. 

심지어 이 작품은 차승원의 예능 이미지를 가져오는 장면도 의도적으로 배치했다. '삼시세끼'를 대사로 언급하는 이 신은 차승원도 우려를 표했지만 강우석 감독의 판단에 의해 삽입됐다. 극의 분위기와는 맞지 않은 무리수 개그였다. 그 결과, 관객들의 헛웃음만 유발하고야 말았다. 

차승원은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다. 코미디, 스릴러, 사극 등 장르를 넘나들며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왔다. 굳이 이러한 무리수로 극의 흐름을 깬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영화를 선택한 대다수의 관객은 차승원의 코미디가 아닌 차승원이 연기하는 김정호의 삶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두 배우 모두 예능에서 얻은 인기를 영화로 이어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대중과의 교감 유무는 전략과 판단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배우의 작품 선택과 배우의 활용은 영화의 성패를 갈랐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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