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PC유출 수사해야"..인터뷰가 수사 가이드라인?

김수완 기자 입력 2016. 10. 27. 11:53 수정 2016. 10. 27. 18: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가기밀 사전유출 의혹은 "고의 없었다" 책임 회피
비선실세 의혹 최순실. (TV조선캡처) /뉴스1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비선실세 국정농단' 논란의 중심에 있는 고 최태민 목사의 딸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60)가 결국 언론을 통해 입을 열었다.

그러나 "(태블릿 PC 유출 경위를) 검찰이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하는 등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부분이 인터뷰에 담겨 있어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씨는 26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세계일보 취재진과 만나 "왜 그런 것을 가지고 사회 물의를 일으켰는지 박근혜 대통령에게 머리를 숙이고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논란이 불거진 후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최씨는 이 인터뷰에서 "제가 신의로 뭔가 도와주고 싶어서 한 일일 뿐"이라며 국정개입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또 국가기밀이 담긴 문건을 받아봤다는 의혹 역시 "민간인이어서 국가기밀이나 국가기록인지 잘 몰랐다"며 건네받았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책임을 모두 부인했다.

광고감독 차은택씨 등 지인을 동원해 재단운영을 사실상 좌지우지했다는 의혹도 "차씨와 가깝지도 않고 옛날 한번 인연이 있었을 뿐"이라고 부인했다. 이런 최씨의 주장만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일 경우 각종 국정개입·국가기밀 사전유출 의혹에 법적인 책임을 지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국정·재단운영 개입의혹에 대해서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나 업무방해 혐의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었는데 공무·업무를 방해한 행위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나 공무상비밀 누설 혐의로 최씨를 처벌하려면 최씨가 대통령기록물이나 공무상비밀이라는 사실을 알고 해당 문서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건네받았어야 한다. 문건을 건네준 청와대 관계자가 유출 범죄의 정범이고 최씨는 공범이어서, 최씨를 공범으로 처벌하려면 문건 유출에 대한 사전 협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씨가 사실상 검찰에 일종의 수사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인터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최씨는 K스포츠재단 자금 유용 의혹에 대해서도 "절대 자금지원을 받은 것이 없다"며 "감사해보면 당장 나올 것을 가지고 (돈을) 유용했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의혹을 전면적으로 부인했다. 재단 자금유용 의혹에 대해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 적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태 해결 방식 朴 대통령과 유사…책임 엉뚱한 곳으로 돌려"

최씨는 이번 인터뷰에서 검찰에 '수사를 주문'하는 듯한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최씨는 "(태블릿 PC가) 어떻게 유출됐는지 누가 제공한지도 모른다, 검찰에서 확인해봐야 한다, 취득 경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언론사에 대한 검찰수사를 주문했다. 또 "협박도 하고 5억(원)을 달라고 했다"며 의혹을 폭로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국장에게 오히려 범죄 혐의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법무법인 양재의 김용민 변호사는 "책임을 엉뚱한 곳으로 돌려가면서 컴퓨터 입수가 잘못됐으니 그걸 수사하라고 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관계만 봐도 국정개입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고 단순히 문서만 수정해주려고 받았다고 보기도 어려운 데다가, 권한·직함·직급 등이 전혀 없는 사람이 문서를 수정하는 그 자체가 국정 개입이자 농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씨가) 사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 방향이 박 대통령과 상당히 유사하다,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 당시 (박 대통령도) 문건유출이 잘못이라고 말을 했다"며 "또 이번 대통령 사과에서 설정된 가이드라인을 서로 충실히 따라가고 있다, 이 부분도 사전교감을 하고 사과까지 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14년 불거졌던 '정윤회 문건유출' 파문 당시 정윤회씨(61) 역시 언론 인터뷰, 검찰 출석 당시 남긴 말 등을 통해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던 적이 있다. 당시 정씨는 "나를 음해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왜 조작까지 하느냐"라거나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불장난에 춤춘 사람들이 누군지 다 밝혀지리라 생각한다"며 문건유출의 배후를 지목하는 듯한 말을 남겼다.

검찰은 수사결과, 문건의 내용을 거짓으로 판단해 정씨 등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오히려 문건을 유출한 것으로 지목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박관천 전 경정 등만 대통령기록물법 위반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공교롭게도 김수남 검찰총장은 최씨의 이같은 인터뷰가 보도된 직후인 27일 오전 최씨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했다. 본부장은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58·사법연수원 18기)이 맡게 됐다.

abilitykl@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