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롯데' 신동빈, 순환출자 어떻게 풀까..'가능성 높은 3가지 시나리오'

안재만 기자 2016. 10. 2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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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억원대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과 지주회사 전환,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호텔롯데 상장과 지주회사 전환은 현행 법이나 규정상 불가능한 부분이 있어 당장 추진이 어렵고, 순환출자 해소 정도가 빠른 시일 내에 추진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민에게 사과하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롯데그룹 사장단 /유진우 기자

순환출자란 한 그룹 안에서 A기업이 B기업에, B기업이 C기업에, C기업이 다시 A기업에 출자하는 식으로 그룹 계열사들끼리 돌려가며 자본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재벌 오너들이 소량의 지분으로 그룹을 손쉽게 지배하는 수단으로 순환출자를 활용해 왔다. 롯데그룹에는 ‘롯데쇼핑→대홍기획→롯데정보통신→롯데쇼핑’과 ‘롯데제과→롯데푸드→대홍기획→롯데제과’ 등의 순환출자가 존재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롯데그룹 순환출자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67개로, 전체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중 71.3%를 차지했다. 그나마 이것도 대폭 축소한 수준으로 롯데그룹은 지난 2014년만 해도 순환출자 건수가 9만5033개에 달했다.

◆ 난제로 분류되는 롯데쇼핑 지분 정리

롯데그룹이 순환출자를 해소하기에 가장 어려운 점은 지배구조상 하위에 있는 기업들이 주력 계열사 롯데쇼핑(023530)의 주요주주라는 것이다. 일례로 한국후지필름은 연 매출이 600억원대에 그치지만 롯데쇼핑 보유 지분율은 7.86%(247만4543주)에 달한다. 유동자산이 700억원대에 그치는 회사가 롯데쇼핑 지분만 5800억원 어치를 들고 있다.

한국후지필름의 롯데쇼핑 투자 시기는 1987년이었다. 1970년 협우실업이란 이름으로 출범한 롯데쇼핑은 당시 계열사 투자를 받고 백화점 사업을 확장했다. 당시 후지필름과 롯데제과 등은 56억원을 투자하고 롯데쇼핑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롯데쇼핑은 롯데리아, 코리아세븐, 롯데하이마트,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주요 계열사다. 이 때문에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여타 계열사들이 롯데쇼핑 지분을 처분하는 것이 향후 지주회사 전환 때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자금력이 있는 롯데쇼핑 밑으로 더 많은 계열사를 모으려면, 롯데제과나 후지필름 같은 회사들이 롯데쇼핑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롯데쇼핑 덩치가 워낙 커져 오너 일가나 호텔롯데 등이 지분을 받아주기 만만치 않다. 실제 롯데그룹은 2015년 이후 빠른 속도로 순환출자를 해소해 왔지만, 롯데쇼핑과 관련한 부분은 손을 대지 않았다.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호텔롯데 부동산 처분·롯데쇼핑 분할 또는 합병 등 3가지 방안 거론

롯데그룹 지배구조도 /하이투자증권 제공

롯데쇼핑 지분 정리와 관련해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지배구조상 상단에 있는 호텔롯데가 롯데쇼핑 주주들의 지분을 다 받아가는 것이다. 호텔롯데는 롯데쇼핑 지분 8.83%를 보유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13.46%)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13.45%) 다음으로 주식이 많다.

호텔롯데가 후지필름과 롯데제과의 7.86%를 포함해 롯데정보통신(4.81%), 롯데칠성(3.93%), 롯데건설(0.95%), 부산롯데호텔(0.78%) 등의 지분을 사들이는데 필요한 비용은 약 2조원 가량이다. 6월 말 기준 호텔롯데의 현금성자산은 약 7500억원 가량이다. 따라서 계열사의 롯데쇼핑 보유지분을 매입하려면 보유 자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 호텔롯데는 투자용 부동산 1조원을 포함해 유형자산만 7조원 이상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롯데제과를 모두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나누고, 지주회사들을 합치는 방안이다. 롯데쇼핑, 롯데제과 지분을 가지고 있는 하위 계열사들은 사업회사 지분을 갖고, 그 위에 지주회사를 두면 큰 비용 부담 없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과정은 다소 복잡하지만 돈이 들지 않는 것이 장점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아예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을 합쳐 ‘빅 호텔롯데’를 만드는 방안도 거론된다. 두 회사를 합치면 예상 시가총액이 20조원이 넘을 정도로 자금력이 커져 여타 계열사들이 보유한 롯데쇼핑 지분을 자사주 형태로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쇼핑 지분만 있고, 호텔롯데 지분이 없다는 문제도 한번에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합병 방안을 고민했다가 포기한 것으로 알려진다.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법인의 지배력을 낮추겠다는 애초 취지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그러나 증권가 일각에서는 호텔롯데 상장이 지연될 경우 시도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이제 막 쇄신안을 발표한 상황이라 호텔롯데 부동산 처분이나 지분 정리 등과 관련해 아직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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