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신해철과 '음악대장' 그리고 밥 딜런

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입력 2016. 10. 2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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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고 신해철, '음악대장' 하현우, 밥 딜런(사진=자료사진·MBC·소니뮤직 제공)
"저는 미국 대중음악사에서 밥 딜런에게 내리는 평가를 한국의 대중음악사에서 신해철에게 그대로 적용하고 싶어요."

유명 대중음악평론가 강헌 씨는 책 '진중권이 만난 예술가의 비밀'(진중권·창비·2015)에서 고 신해철(1968~2014)을 '한국의 밥 딜런'으로 규정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밥 딜런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위대한 미국 음악의 전통 내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고 설명했다.

밥 딜런은 대중음악에 사회성을 담은 대표적인 저항 뮤지션으로 꼽힌다. 1960년대 서구 기성세대의 권위를 무너뜨린 청년운동을 상징하는 인물로도 이름높다.

지난 2014년 10월 27일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신해철 역시, 생전 자신의 음악에 인문학적 통찰을 담으려 애쓰고, 음악 외적으로도 정치·사회 이슈에 대한 소신 있는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는 데서 밥 딜런과 닮은꼴이다.

강헌 씨는 위 책에서 "밥 딜런의 음악이 미국, 나아가서 세계 대중음악사에 끼친 결정적인 공로는, 대중음악이 문학적 예술로 승화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보여줬다는 것"이라며 "통속적이고 동어반복적인 사랑 타령에서 벗어나서 대중음악이 인간인식의 내면, 나아가 사회와 역사에 대한 통찰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의 비틀스 같은 밴드들이 철학적·사회학적 통찰의 음악으로 전환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밥 딜런"이라며 "이와 마찬가지로 신해철은 그 이전에 한국 대중음악사가 다다르지 못했던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신해철이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2년이 흘렀다. 27일, 2주기를 맞아 '마왕'이라 불렸던 고인에 대한 추모가 줄을 잇고 있다. 라디오 등 매체에서도 신해철의 음악으로 고인을 기리고 있다.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신해철 형 기일… 그가 지금 여기 있었다면 뭐라 말했을까… 괜히 미안합니다. 형이 두고간 음악만 듣습니다"라고 적으며 그리움을 나타냈다.

고 신해철이 한국 대중음악사에 끼친 영향력은 음악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으로 화제를 모은 '음악대장' 하현우를 통해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평소 "신해철을 존경한다"고 말해 온 국카스텐 보컬 하현우는 음악대장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오르는 동안 고 신해철의 노래를 3곡 불렀다.

음악대장 하현우가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불렀던,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갈망을 노래한 고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 '라젠카 세이브 어스' '일상으로의 초대' 가사를 전한다.

'음악대장' 하현우가 부른 고 신해철의 노래
민물장어의 꿈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두고 온 고향 보고픈 얼굴/ 따뜻한 저녁과 웃음소리/ 고갤 흔들어 지워버리며 소리를 듣네// 나를 부르는 쉬지 말고 가라하는/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익숙해 가는 거친 잠자리도 또 다른 안식을 빚어/ 그마저 두려울 뿐인데 부끄러운 게으름/ 자잘한 욕심들아/ 얼마나 나일 먹어야/ 마음의 안식을 얻을까// 하루 또 하루 무거워지는/ 고독의 무게를 참는 것은/ 그보다 힘든 그보다 슬픈 의미도 없이/ 잊혀지긴 싫은 두려움 때문이지만//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라젠카 세이브 어스(Lazenca, save us)

Lazenca, save us/ Lazenca, save us/ Lazenca, save us/ Lazenca, save us, save us, save us, save us//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려/ 탄식은 하늘을 가리우며/ 멸망의 공포가 지배하는 이곳/ 희망은 이미 날개를 접었나// 대지는 죽음에 물들어/ 검은 태양만이/ 아직 눈물 흘릴 뿐/ 마지막 한 줄기 강물도 말라버린 후엔/ 남은 건 포기뿐인가// 강철의 심장 천둥의 날개 펴고/ 결단의 칼을 높이 든 자여/ 복수의 이빨 증오의 발톱으로/ 우리의 봄을 되돌려다오// 이미 예언된 미래조차/ 지킬 의지 없이 허공에 흩어지는가// 강철의 심장 천둥의 날개 펴고/ 결단의 칼을 높이 든 자여/ 복수의 이빨 증오의 발톱으로/ 우리의 봄을 되돌려다오// 강철의 심장 천둥의 날개 펴고/ 결단의 칼을 높이 든 자여/ 복수의 이빨 증오의 발톱으로/ 우리의 봄을 되돌려다오// Lazenca, save us/ Lazenca, save us/ Lazenca, save us/ Lazenca, save us. save us, save us, save us

일상으로의 초대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보고 생각에 잠길 때/ 요즘엔 뭔가 텅 빈 것 같아/ 지금의 난 누군가 필요한 것 같아// 친굴 만나고 전화를 하고/ 밤새도록 깨어 있을 때도/ 문득 자꾸만 네가 생각나/ 모든 시간 모든 곳에서 난 널 느껴// 내게로 와 줘 내 생활 속으로/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 게 새로울 거야/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 게 달라질 거야// 서로에 대해 거의 모든 걸/ 지켜보며 알게 된다는 게/ 말처럼 그리 쉽지 않겠지/ 그렇지만 난 준비가 된 것 같아/ 너의 대답을 나 기다려도 되겠니// 난 내가 말할 때/ 귀 기울이는 너의 표정이 좋아/ 내 말이라면 어떤 거짓 허풍도/ 믿을 것 같은 그런 진지한 얼굴/ 네가 날 볼 때마다/ 난 내 안에서/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져/ 네가 날 믿는 동안엔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이런 날 이해하겠니// 내게로 와 줘/ 내 생활 속으로/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 게 새로울 거야/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 게 달라질 거야// (중략)// 해가 저물면 둘이 나란히/ 지친 몸을 서로에 기대며/ 그 날의 일과 주변 일들을/ 얘기하다 조용히 잠들고 싶어

[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jinu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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