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 "삼겹살·버터만 주로 먹으면.. 심혈관 위험"

이민석 기자 2016. 10. 2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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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전문의학회, '高지방·低탄수 다이어트'에 이례적 경고] - 체중감량 효과 검증도 안됐는데.. MBC 방송 이후 열풍 불러 高지방 식품 매출 2~3배 증가 의사들 "삼겹살 기름 마시는 등 비상식적 방송 두고볼 수 없다"

쌀밥이나 면 같은 탄수화물 섭취를 대폭 줄이고 삼겹살·버터 등 지방 섭취를 늘리는 이른바 '고(高)지방·저(低)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최근 20~40대 사이에서 열풍을 일으키는 데 대해 국내 최고 권위의 의학 및 영양학 전문가들이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내분비학회와 대한당뇨병학회, 대한비만학회, 한국영양학회,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등 의학계 5개 전문학회는 26일 '건강한 식단을 위한 3가지 실천 사항'이라는 공동 성명서에서 "고지방·저탄수 다이어트는 체중 감량 효과에 대한 검증이 안 됐을 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무기력증 등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탄수화물·지방·단백질이 고르게 균형 잡힌 식단과 활동량 증대를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비만·당뇨병·심혈관 질환 등의 예방과 관리에 필수 조건"이라고 밝혔다.

◇아침 안심스테이크, 점심·저녁 곱창

'고지방·저탄수' 다이어트는 지난달 19일 MBC '지방의 누명'이란 프로그램이 방송된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프로그램이 고지방 식단으로 체중 감량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한 뒤 이 내용을 요약한 글과 실제 효과를 봤다는 후기(後記)가 인터넷에 퍼졌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이 방송 프로그램이 첫 방영된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5일까지 17일 동안 삼겹살·오겹살 등 돼지고기 매출은 전월 동기(8월19일~9월5일)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치즈·버터는 3배로 뛰었고, 올리브유와 마카다미아 등 견과류 매출도 크게 늘었다.

'고지방·저탄수' 다이어트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탄수화물을 식단의 5~10% 이하로 섭취하고, 지방으로 70% 이상을 채우면 체중이 준다'고 주장한다. 탄수화물은 체내(體內)에서 인슐린의 작용으로 지방으로 전환돼 체중 증가를 유발하는 반면, 지방은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포만감을 쉽게 느끼게 하기 때문에 감량(減量)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글에는 '버터, 돼지고기만 먹었더니 4㎏이나 빠졌다' '아침은 안심스테이크, 점심·저녁은 곱창만 먹고 살을 뺐다' 같은 후기가 붙어 있다. '고기는 풀만 먹은 돼지·소를 고를 것' '버터는 국이나 고기 어떤 음식에 양껏 넣어도 되지만 탄수화물은 절대 먹지 말 것' 같은 수칙도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성공 후기만큼 부작용을 겪었다는 글도 늘어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육아 카페에 "고지방 다이어트 사흘 만에 두통이 오더니만 짜증이 늘어 결국 일주일 만에 포기했다"며 "다시 쌀밥을 먹기 시작하니 오히려 식사량이 늘어 결국 2㎏이 쪘다"고 했다.

◇전문가들 "비상식적 방송에 화났다"

5개 전문의학회는 성명서에서 "2000년대 이후 탄수화물·지방 비율을 달리한 식사를 통한 체중 감량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됐지만, 큰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이번에 성명을 발표한 5개 전문의학회에는 식이법(다이어트)과 건강을 연구하고 관련 환자를 진료하는 의대 교수와 전문의가 총망라돼 있다. 대한비만학회 오상우(동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사는 "방송에서 흥미 있는 것을 다룰 수 있지만, 커피에 버터를 섞어 먹고, 삼겹살 기름을 마시는 등 상식 밖의 내용을 내보내는 것에 전문가들이 화났다"며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간헐적 단식이나 1일 1식 효과를 방송에서 다뤘을 때 참았지만 이번만큼은 도가 지나치다고 보고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 공동성명서를 냈다"고 말했다.

이 학회들은 지방을 과다 섭취하면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는 'LDL(저밀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하면서 심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오랫동안 탄수화물을 거의 안 먹기는 힘들어 금방 포기하게 되고, 이후 몸무게가 다시 증가하는 '요요 현상'이 찾아올 수 있다고도 했다. 김양현 고대안암병원 비만대사센터 교수는 "잊을 만하면 과장된 식이법이 언론에 나와 사람들이 잘못된 식이법을 따라 하고 있다"며 "골고루 먹되 적게 먹고, 운동을 병행하는 '생활형 다이어트'를 능가할 수 있는 식이법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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