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합법적 점주협의회 활동에도 '횡포'

조형국 기자 2016. 10. 2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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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가맹·대리점 피해사례 발표
ㆍ제도개선 위한 국회 토론회

2014년 5월 서울 용산역 회의실 앞에 피자 프랜차이즈 체인점인 ‘피자에땅’ 본사 직원들이 몰려들었다. 한 달 전 가맹점주협의회를 결성한 피자에땅 가맹점주들이 총회를 열기로 한 이날 본사 직원들은 입구를 막고 총회에 참가한 점주들의 얼굴을 카메라로 촬영했다. 이후 본사의 단체활동 방해가 시작됐다.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채증하거나 협의회 온라인 커뮤니티를 드나들면서 동향을 살폈고 매장 불시 점검도 수시로 진행됐다. 강성원 피자에땅 가맹점주협의회장은 “식약처 위생점검도 거뜬히 통과하는 매장들이 본사 점검만 나오면 100% 떨어진다. 가게를 드나드는 손님을 따라 굴러온 낙엽을 지적사항에 포함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씨는 본사로부터 계약기간 종료를 이유로 오는 12월1일까지 폐점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협의회에서 함께 활동하던 2명의 부회장은 이미 계약기간 10년을 채웠다는 이유로 폐점됐다. 강씨는 “회사를 다니며 모은 돈으로 자영업을 시작했고 젊음을 바쳐 일했다. 10년을 일하고 매장이 손에 남은 전부인데 이마저 빼앗기게 됐다”고 말했다.

26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의 주최로 열린 ‘가맹·대리점 피해사례 발표 및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는 가맹점주들의 하소연이 쏟아졌다. 2013년 가맹사업법 개정으로 가맹점주들은 단체를 형성해 본사와 협의할 수 있게 됐지만 단체 자체는 물론 본사와의 협약도 법적으로 보호되지 않고 있다. 가맹본사들은 협의회 활동에 적극적인 점주들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가맹점주들은 과다한 인테리어비용이나 식자재 강매 등 개별적으로도 가맹본사로부터 ‘갑질’ 피해를 받는 것은 물론, 법이 보장하는 단체활동도 방해받고 있는 것이다.

50일 넘게 본사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스터피자 본사는 지난해 8월 가맹점주협의회와 상생협약을 맺었다. 또 지난 4월 있었던 정우현 미스터피자그룹 회장의 경비원 폭행 사건 후 치즈 가격 인하, 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POS) 단말기 일방적 계약 관행 개선, 상생협약 준수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룹 이미지 추락으로 매출마저 떨어지는 가운데 본사가 약속했던 상생협약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자 가맹점주들은 지난 9월6일부터 농성 중이다.

‘바르다김선생’ 가맹점주협의회는 이날 본사인 죠스푸드의 불공정 행위를 추가 신고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본사가 필수물품이 아닌 1회용 프라이팬 손잡이를 강제로 구입하도록 하는 점, 소스에 고기를 끼워 팔아 불필요한 고기 구입을 강제하는 점, 위약금을 높이는 불리한 가맹계약을 가맹점주 설명·동의 없이 개정한 점 등을 지적했다.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가맹사업 분야에서 집단적 대응이 구체화되고 있으나 제도는 이를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맹점사업자를 보호하고 집단 대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정경제팀장은 “가맹점주 단체 결성·활동을 방해할 경우 형사처벌 등 제재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르다김선생 본사 측은 “1회용 팬 손잡이는 안전사고 예방 목적으로 특별 제작한 것”이라며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려는 노력이 강매로 해석돼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 “소스·고기 묶음 판매는 정확한 조리법을 통해 맛의 통일성과 표준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경기도청 등의 공익신고로 바르다김선생 가맹사업을 조사하고 있다. 최대한 조속히 결론짓겠다”고 밝혔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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