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용 드라마 '고호'의 유쾌한 반란

김표향 2016. 10. 2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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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웹드라마로 만들어진 SBS '고호' 화제몰이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회사 선후배이자 미묘한 애정 관계에 놓인 강태호와 고호를 연기한 김영광(왼쪽)과 유리. 김종학 프로덕션 제공

구멍 난 편성표를 땜질하기 위해 긴급 편성된 드라마 한 편이 유쾌한 반란을 일으켰다. 22일 첫 방영된 SBS 주말드라마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고호의 별밤’)가 20~30대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거센 입소문을 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드라마는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4년차 AE 고호(소녀시대 유리)가 일과 사랑에서 겪는 좌충우돌을 그린다. 까칠한 회사 사수 강태호(김영광)와 갑자기 직속 팀장으로 부임해온 옛 남자친구 황지훈(이지훈), 저돌적으로 다가오는 후배 오정민(신재하) 등 주변 다섯 남자들과 얽힌 에피소드가 발랄하게 펼쳐졌다. 29일과 30일 3, 4부 방영을 남겨놓고 있다. “설레 미치는 줄 알았다”(sm00****)는 시청평부터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칭찬까지 호의적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그 덕에 김영광이 출연하는 KBS2 월화드라마 ‘우리집에 사는 남자’까지 홍보 효과를 봤다는 우스갯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고호의 별밤’은 당초 ‘끝에서 두번째 사랑’ 후속으로 잡혀 있던 이영애 주연의 ‘사임당: 빛의 일기’ 편성이 내년 1월로 미뤄지면서 후속작을 준비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투입됐다. 중국 소후닷컴에서 공개된 20분 분량의 20부작 웹드라마를 1시간 분량 4부작으로 재편집해 방영했다. 이를테면 중국에서 드라마를 역수입해 재활용한 셈이다. 이미 공개된 결말과 웹드라마에 대한 낮은 인지도 등 불리한 조건이었지만 관계자들조차 기대 이상의 반응에 놀라고 있다. SBS 관계자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피노키오’ 등 인기 드라마를 연출한 조수원 PD의 드라마라 완성도를 믿고 편성했지만 웹드라마의 지상파 방영은 처음이라 다소 모험이긴 했다”며 “급하게 편성돼 홍보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청률(1회 4.4%, 2회 4.8%)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웹드라마의 짧은 호흡이 온라인에서 1~2분 길이의 영상물을 공유하고 즐기는 젊은층의 취향과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방용 ‘고호의 별밤’은 전체 길이는 길지만 그 안에선 에피소드별로 호흡이 끊어져 이야기에 리듬감이 있고 템포가 빠르다. 한 장면만 봐도 눈길을 잡는 이른바 ‘짤방’도 많아 화제를 키웠다. 제작 관계자는 “코믹하거나 로맨틱한 장면만 다시보기 하는 시청자들이 많고, 편집된 장면이 궁금해서 소후닷컴에 공개된 원본을 찾아봤다는 후기도 많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웹드라마 시청층이 두텁지 않지만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고호의 별밤’도 지난 7월 첫 공개된 이후 4개월간 소후닷컴에서만 누적조회수 4,600만 건을 기록했다. 제작 관계자는 “실력 있는 연출자와 작가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웹드라마의 스토리와 완성도가 TV드라마 못지않게 좋아졌다”며 “가볍게 드라마를 즐기려는 젊은 시청자들에게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갈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고호의 별밤’ 제작사는 TV 방영 후 원본을 보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해 웹드라마 20부 전체를 공개하는 시기와 방법을 놓고 온라인 유통사와 협의 중이라고도 전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mailto:suzak@hankookilbo.com)

김영광(위부터)과 이지훈, 신재하는 제각각 다른 매력으로 여심을 공략한다. 김종학프로덕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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