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소재 문화재 현지활용 방안도 찾아야"

신은별 2016. 10. 2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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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휘준 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
안휘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전 이사장은 26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해외 소재 문화재는 모두 약탈 문화재고 그래서 전부 환수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며 하지만 “현지에 두고 한국문화를 알리는 방편으로 활용할 문화재도 있다”고 말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해외 소재 문화재 대다수가

사장(私藏) 또는 사장(死藏)

유출 경위 ‘불법ㆍ우호’ 구분해

환수ㆍ활용 투트랙 대응해야

“국내에 있든 해외에 있든 우리 문화재는 한 점 한 점이 보배롭습니다. 소재지로 인해 문화재의 중요성이 변하지는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만 내세우기보다 방치된 문화재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시급하죠.”

지난달 임기를 마친 안휘준(76)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초대이사장은 26일 한국일보와 만나 “해외 소재 문화재 중 절대 다수가 사장(私藏) 또는 사장(死藏)돼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해외소재 한국문화재를 체계적으로 조사, 연구하고 활용, 홍보하기 위해 2012년 7월 설립된 문화재청 산하 특수법인이다. 재임 기간 해외 유수 박물관과 미술관은 물론 민간에 흩어져 있는 한국문화재 실태 파악에 주력한 안휘준 전 이사장은 지난 4년 활동과 성과를 담은 ‘한국의 해외문화재’(사회평론)를 최근 냈다.

홍익대를 거쳐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에서 가르쳤고 서울대 박물관장, 국사편찬위원 등을 지낸 안 전 이사장은 해외문화재 환수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해외 문화재 실태 파악”을 꼽았다. “전부 몇 점인지, 국가별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분야별ㆍ시대별 분포는 어떤지, 급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일일이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재 유출 경위 파악도 중요하다. 그는 유출 경위에 따라 문화재를 크게 세 종류로 구분했다. 약탈ㆍ절도ㆍ협박 등 불법 행위로 유출된 문화재, 외교ㆍ통상ㆍ선물 등 합법적이고 우호적인 경위로 나간 것, 유출 경위가 밝혀지지 않은 문화재이다. 어떻게 흘러나갔는지에 따라 ‘환수’를 강구할 수도, ‘현지 활용’을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되돌려 받을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문화와 역사를 연구하고 올바르게 소개할 수 있도록 활용이라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강압적인 태도로 ‘무조건 내놓으라’거나 지나치게 요란을 떨면 오히려 우리 문화재를 꽁꽁 숨기게 만들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가 임기 내내 “사자가 사냥감을 사냥하듯 조심스레” “손바닥 위 밤송이를 대하듯 조심스레” 해외소재문화재에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다.

재단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으로 해외 한국문화재는 20개국 582개처 16만 7,968점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재단 설립이 얼마 되지 않은 데다 인적 구성, 예산, 시설 등 측면에서 턱없이 부족해 아직 갈 길이 멀다.

안 전 이사장은 특히 “중국 소재 문화재 파악이 어렵다”고 말했다. “각종 기록을 보면 중국으로 흘러간 한국문화재가 무척 많아요. 사신을 수도 없이 주고 받은 만큼 선물도 갔을 테니까요. ‘금강산도’ 같은 것도 15세기 중국 사진들이 여러 폭 가져갔다고 기록돼 있어요. 분명 어딘가에 보관돼 있을 텐데 중국은 이상하리만치 공개를 하지 않아요. 시간을 두고 노하우를 쌓아야 할 필요성이 재단에 있는 거죠.”

“중국과 일본문화재는 세계 각국에서 보살피는 사람이 많아요. 중국은 자국에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동양 문화 중심지로 각국이 알아서 중국학을 배우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바쁘죠. 일본은 해외소재 문화재를 위해 정부ㆍ민간이 많은 지원을 합니다. 유명 대학과 박물관에 거금을 투자하고 전문 큐레이터를 심어놨어요. 반면 양적ㆍ질적으로 열세인 한국 문화재는 중국이나 일본문화재 연구 인력이 간간이 들여다보는 식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환수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조차 ‘내 물건 내가 돌려받는다는 데 뭐가 문제냐’며 ‘투자가 웬말이냐’는 태도를 보인다고 그는 지적했다.

3년 임기를 채우고 1년을 더 재단 일을 본 뒤 물러난 소감은 “시원섭섭”이 아니라 “시원”이다. “공부하고 집필할 것이 워낙 많아 마음이 급했기 때문”이다. “마음을 다스릴 줄 몰랐다면 아마 진작에 몸 져 누웠을 거에요. 외국에 있는 문화재 생각만 하면 정말 그렇다니까요.”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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