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단독] 생활체육도 K-스포츠로 전격 개명

권종오 기자 2016. 10. 2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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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스포츠 재단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가운데 논란의 중심인  K-스포츠재단 출범과 동시에 대한민국의 대표적 생활체육 기관의 이름도 K-스포츠클럽으로 갑자기 바뀐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기도의 한 K-스포츠클럽 관계자는 SBS와 전화 통화에서 “종합형 스포츠클럽이란 이름으로 3년간 운영해 왔는데 올해 1월 중순 국민생활체육회로부터 이름을 K-스포츠클럽으로 바꾸라는 공문을 받았다. 당시에는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K-스포츠재단이 출범한 직후였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종합형 스포츠클럽’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13년으로, 국민생활체육회가 ‘스포츠클럽 천국’인 독일과 일본을 벤치마킹해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프로 선수를 꿈꾸는 어린이부터, 학생, 직장인,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의 지역 주민이 저렴한 비용으로 원하는 스포츠를 배우고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만들었습니다. 1개 스포츠클럽에 평균 7개 종목의 스포츠교실이 운영되고 있는데 ‘국민 스포츠’인 배드민턴을 할 수 있는 클럽이 가장 많고, 그 뒤를 축구, 탁구, 에어로빅이 잇고 있습니다.

최순실 씨가 좌지우지했던 K스포츠재단이 공식 출범하는 것은 2016년 1월 13일입니다. 그리고 ‘종합형 스포츠클럽’이 ‘K-스포츠클럽’으로 이름을 갑자기 바꾼 것은 1월 15일에서 19일 사이입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너무도 많습니다.

이에 대해 ‘종합형 스포츠클럽’을 담당했던 당시 국민생활체육회 실무자는 “종합형 스포츠클럽이란 이름이 일본 명칭을 그대로 베낀 것이어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그래서 문화체육관광부와 상의해 K-스포츠클럽으로 변경한 것이다”고 해명했습니다.

국민생활체육회의 상급 기관은 문화체육관광부입니다. 즉, 이름을 바꾸려면 문체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K스포츠재단의 설립을 승인한 기관도 다름 아닌 문체부입니다. 쉽게 말하면 문체부가 지난 1월 13일 K스포츠재단 설립을 승인하는 것과 동시에 ‘종합형 스포츠클럽’의 이름도 사실상 바꿨다는 것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의 테마여행을 홍보할 때 ‘K-투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결론적으로 ‘K스포츠’라는 명칭은 문체부에서 만들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K스포츠재단이 국내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졌다”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일관된 주장과는 서로 상반되는 것입니다.

그럼 K스포츠재단 출범과 동시에 한국의 대표적 생활체육 기관의 명칭이 K-스포츠클럽으로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내 체육계 사정에 정통한 A씨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종합형 스포츠클럽과 K스포츠재단은 아무 연관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K-스포츠클럽으로 이름을 바꾸면 K스포츠재단에서 운영하는 클럽이란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K-스포츠클럽의 경우 소도시는 3년에 6억원, 대도시는 3년에 9억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엘리트 선수 육성까지 맡는 ‘거점 K-스포츠클럽’의 경우 3년에 무려 24억원이다. 현재는 K-스포츠클럽의 수가 30여개이지만 조만간 226개로 늘어난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K스포츠재단이 K-스포츠클럽 운영 및 관리와 관련해 여러 가지로 사업 기반을 확충하고 돈을 벌어들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K스포츠재단의 출범과 동시에 갑작스런 ‘K-스포츠클럽’으로의 명칭 변경은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모든 의혹의 열쇠는 문체부, 더 정확히 말하면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리는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이 쥐고 있다는 게 국내 체육계의 한결같은 생각입니다.

지난 25일 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은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이 최순실 씨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에 대해 김 차관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관련 당사자들이 이실직고하지 않는 한 검찰 조사, 나아가 특검 도입 외에는 달리 진상을 규명할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권종오 기자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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