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새벽까지 일 시키고 아침에 해고통보" 박근혜 정부의 피도 눈물도 없는 공직자 해고

허진무·최미랑 기자 2016. 10. 2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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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의 관계를 풍자한 그림. 경향신문 페이스북 계정 댓글에서 갈무리

“우리가 나간 것은 지금도 기억을 합니다. 108번뇌라고 하잖아요. (쫓겨난 날이) 10월 8일이다. 참담했던 것이 그 전날 국정감사를 해서 자정 넘게 일하고 새벽 1시쯤 마쳤다. 아침에 (거주지인) 세종시 아파트로 퇴근했는데 (김기춘 전 비서실장 지시를 받은 김희범 1차관이) 나가라고 했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승마대회 판정시비 여파로 2014년 10월 8일 쫓겨난 문화체육관광부 한 고위 인사는 이렇게 전했다. 그는 “참 매몰차고 야멸차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정감사 중 사퇴를 시키면 논란이 발생할 것을 예상해 끝까지 일을 시킨 후 쫓아낸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피도 눈물도 없는 공직자 ‘찍어내기’의 단면이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7월 17일 정상근 문체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후임자가 없는 가운데서도 청와대에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유진룡 장관을 면직했다. 국정운영 연속성보다는 ‘눈엣가시’ 제거가 우선인 셈이었다.

그해 4월 15일 ‘문고리3인방’을 조사했던 조응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홍경식 민정수석으로부터 “즉각 나가라”라는 통보를 받았다. 조 비서관이 짐을 싸기 위한 시간을 달라고 하자 홍 수석은 “짐은 부쳐 줄테니 어서 나가라”고 재촉했다.

조 전 비서관과 같은 시기에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한 국정원·검찰·경찰 등 사정기관 요원 20여명이 그해 7월1일 쫓겨난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직원에 대한 직접 통보없이 각 비서관실에 원래 부서의 ‘원대복귀’를 지시하는 팩스를 보냈다. 일종의 ‘팩스해고’였다.

청와대 한 비서관은 아무런 설명없이 경질 통보를 받은 충격으로 며칠간 청와대 주변을 서성거렸다. 억울함을 누그러뜨리지 못한 이 비서관은 청와대 인근에서 항의 기자회견까지 열려고 했었다. 6개월만에 경질된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은 2014년 말 “(내게 소명할 기회는) 아무것도 없었다. 대대장이나 중대장급 인사도 이러진 않는다”고 항변했다. 전직 청와대 근무자는 “이렇게 상처주고 쫓아내면 그들의 한이 결국 청와대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무·최미랑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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