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땐 흰색, 유엔총회선 회색.. 최씨가 적은대로 입었다

이옥진 기자 2016. 10. 26.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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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의 국정 농단] "최씨, 朴대통령 2014년 9월 캐나다·美 순방 기밀 미리 받아" TV조선, 최씨의 '서울 강남 의상실' CCTV 영상 확보해 분석 - 최씨, 순방 일정에 의상 자필메모 11가지 의상 색깔 적어넣어.. 대통령, 8번 최씨 코디대로 입어 - 강남 의상실 CCTV 영상 보니 최씨, 옷에 장식을 대보는 등 디자인까지 직접 관여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秘線) 실세'로 지목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적어도 2014년 11월 말까지는 박 대통령의 의상(衣裳)을 담당하며 대통령의 해외 행사 의전에 관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최씨는 대외비(對外秘) 사항인 박 대통령 해외순방 일정을 사전에 입수했고, 일정에 따라 대통령이 착용해야 할 옷과 액세서리 등을 챙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TV조선은 25일 "최씨는 박 대통령의 2013년 11월 서유럽 순방과 2014년 9월 캐나다·미국 순방 등의 일정표를 미리 받았고, 일정표에 따라 의상 등을 만들어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외교부 의전장실에서 작성된 해당 문건에는 '대외(對外)주의'라는 표시가 찍혀 있었지만, 민간인인 최씨가 이를 사전에 전달받아 박 대통령이 입을 옷을 정한 것이다.

'북극성 일정(안)'이란 제목이 달린 2014년 9월 4박7일짜리 캐나다·미국 순방 일정 문건에는 최씨가 자필로 메모를 남겼다. 대통령 해외 방문 행사는 보안 문제 때문에 청와대 경호실에서 '북극성'처럼 암호명을 붙인다. 이런 암호명 자체가 외부에 나가서는 안 되는 보안 사항이다. 이 메모에는 9월 20일 서울공항 출발에는 '보라', 동포 간담회에는 '한복', 9월 21일 공식 환영식에는 '빨강', 9월 22일 한·캐나다 정상회담에는 '흰색' 등이다. 최씨는 해당 일정에 총 11가지의 의상 색깔을 적었다. 최씨의 측근은 "(최씨의) 글씨체가 워낙 독특해 한눈에도 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문건 오른쪽 상단에는 최종본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last'라는 단어가 최씨의 필체로 표기돼 있었다. 실제 박 대통령은 한·캐나다 정상회담, 유엔총회 기조연설 등 주요 행사에서 최씨가 적은 색깔의 옷을 착용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가 '코디 메모'를 한 11개의 일정 중 8개 일정을 최씨가 적은 대로 입었다.

TV조선이 입수한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최씨는 이곳을 수시로 드나들며 박 대통령 옷을 제작했다. 이 사무실은 일명 '샘플실'이라고 불렸는데, 박 대통령 전용 의상실로 쓰였다고 한다. 2014년 11월 한 달 동안 최씨는 최소 6번 이상 이곳을 찾았다. 최씨는 재단사에게 박 대통령의 옷을 만들 것을 지시했고, 박 대통령의 개인 트레이너 출신으로 알려진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은 이곳을 드나들며 옷을 운반한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옷 중 대부분은 박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회담하거나, 정부 공식 행사에 참석할 때 입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무실에 있던 옷은 짧게는 사흘, 길게는 1달여 뒤에 박 대통령이 입고 행사에 나간 것들이었다. 이 사무실의 2014년 11월 3일 CCTV 영상을 보면, 가운데 옷걸이에 초록색 재킷과 파란색 재킷이 걸려 있었다. 최씨는 이 옷들에 장식을 손수 대보고, 재단사와 한참을 논의했다. 이 초록색 재킷은 박 대통령이 며칠 뒤인 11월 6일 중국 베이징TV와 인터뷰를 할 때 입은 옷, 11월 21일 '경우의 날' 축하 연설 때 입었던 옷과 흡사하다. 파란색 재킷은 11월 15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존 필립 키 뉴질랜드 총리와 한·뉴질랜드 FTA 협상 타결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할 때 입은 옷과 같은 모양에 같은 색깔이다. 이 두 재킷에는 최씨가 대봤던 장식과 같은 디자인의 장식이 옷깃에 붙었다.

2014년 11월 14일 최씨는 이 사무실을 또 찾았다. 이때 걸려 있던 주황색 코트는 그해 12월 11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필리핀의 베니그노 아키노 3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등장했다. 닷새 뒤인 같은 해 11월 19일에는 윤 행정관이 홀로 이 사무실을 찾아 검은색 옷가방에 옷을 넣어 나가는 장면이 CCTV에 담겼다.

같은 해 11월 24일 이 사무실에는 다양한 옷이 등장했다. 연두색과 황토색 한복 옷감부터 시작해, 박 대통령의 일상복으로 추정되는 흰색 패딩, 검은색 트레이닝복 바지, 분홍색 집업(지퍼가 달려 있는 상의) 등이다. 최씨가 재단사와 한복 옷감을 만지작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CCTV에 잡혔다. 나흘 뒤인 11일 28일 이 사무실 가운데 옷걸이에 걸려 있던 검은색 코트는 그해 12월 23일 박 대통령이 정부세종청사 완공 기념식에 입었던 것과 디자인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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