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용암택·히요미' LG 주포들의 역량은 PO까지였다

잠실=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2016. 10. 25.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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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리그 공신이지만' LG 박용택(왼쪽)과 루이스 히메네스는 NC와 플레이오프에서 중심 타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무산의 큰 원인이 됐다.(자료사진=LG)
쌍둥이 군단이 노렸던 14년 만의 한국시리즈(KS) 진출은 또 다시 좌절됐다. 마운드는 제몫을 다했지만 중심 타선은 KS의 무게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LG는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3-8 패배를 안았다. 전날 연장 11회말 극적인 끝내기 승리의 기운을 잇지 못한 채 1승3패로 시리즈를 NC에 내줬다.

2002년 이후 14년 만의 KS 진출의 염원은 또 다시 무위로 돌아갔다. 2년 만의 PO 진출로 가을야구를 마감해야 했다.

중심 타선의 역량에서 승부가 갈렸다. 이날 NC는 4회 4번 타자 에릭 테임즈의 동점 1점 홈런과 7회 6번 박석민의 역전 결승 1점 홈런 등 중심 타자들이 제몫을 톡톡히 해냈다. 살얼음 승부에서 한방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부진했던 3번 나성범도 6-3으로 앞선 9회 5번 이호준과 함께 쐐기점을 합작하는 등 멀티히트를 날렸다.

반면 LG 중심 타선은 고비마다 침묵했다. 이날 LG는 승기를 잡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1회 1사 1, 3루와 3회 무사 만루, 5회 2사 2, 3루 등이었다. 여기서 장타가 아니라 안타 1개면 단숨에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하지만 믿었던 중심 타자들이 이번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경기 전 양상문 LG 감독은 "박용택과 히메네스가 터져야 한다"면서 "오늘은 한방을 터뜨려 주길 바란다"고 신뢰를 보였다.

'득점권에서 안타가 필요한데...' LG 히메네스가 25일 NC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상대 선발 에릭 해커와 승부에서 범타를 때리고 있다.(잠실=LG)
그러나 히메네스는 1회 NC 선발 에릭 해커로부터 2루수 병살타를 때렸다. 전력질주로 심판 합의 판정까지 시도했지만 히메네스의 타점은 기록되지 못했다.

3회 무사 만루 기회가 가장 아쉬웠다. 흔들리던 해커를 끌어내리고 승기를 잡을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박용택의 타구는 NC 2루수 박민우의 호수비에 걸렸다. 중전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낸 박민우는 유격수 손시헌에게 곧바로 토스, 병살타를 완성했다.

그나마 LG는 1점을 선취했다. 이어진 2사 3루에서 추가점을 노릴 만했다. 그러나 히메네스가 힘없이 3루 땅볼에 그쳐 공격이 끝났다. 히메네스는 1-1로 맞선 5회말에도 박용택의 빗맞은 안타로 만든 2사 2, 3루에서 3루 땅볼을 쳤다. LG 팬들은 땅을 쳤다.

히메네스는 전날 3차전에서도 두 차례의 만루와 1사 2, 3루 기회에서 삼진과 병살타, 범타 등으로 물러나 4번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숱한 기회가 날아가자 마운드도 더는 버티지 못했다. LG는 22일 2차전 선발 데이비드 허프를 3일 만에 등판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허프는 5회 1사 2루에서 대타 권희동과 박민우를 잇따라 직접 땅볼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7회 박석민에게 불의의 솔로 홈런을 맞고 역전을 허용했다. 허프는 2차전에서도 박석민에게 7회 2점 결승 홈런을 맞은 바 있다. 맥이 풀린 허프는 대타 김성욱에게도 2점 좌월 홈런을 맞고 강판했다.

'용암 대신 찬물이...' LG 박용택이 25일 NC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상대 선발 에릭 해커와 승부에서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잠실=LG)
LG 타선은 중심 타자들의 득점권 침묵 바이러스가 전염됐다. LG는 PO에서 3차전까지 득점권에서 20타수 1안타, 타율 5푼에 그쳤다. 이날도 LG는 6회까지 득점권에서 6타수 무안타에 머물렀다. 결국 7회 홈런 2방으로 3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잠실을 홈으로 쓰는 LG는 홈런에서 NC에 뒤질 수밖에 없다. 한방을 쳐줄 타자들이 부족하다. 그러나 득점권에서 필요한 것은 홈런이 아니라 희생타나 단타, 혹은 볼넷 등의 팀 타격이다. 이것조차 LG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박용택과 히메네스는 올해 LG의 가을야구를 이끈 공신들이다. 박용택은 역대 최초로 5년 연속 150안타 이상을 때려내며 LG 타선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냈다. 176안타 11홈런 90타점 84득점을 기록했다. 히메네스는 팀내 홈런(26개), 타점(102개), 득점(101개) 1위다. 이들이 없었다면 LG의 가을야구도 없었다.

하지만 정작 박용택과 히메네스는 자신들의 이끈 PS 무대에서 한없이 작아졌다. 박용택은 KIA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넥센과 준PO에서는 4할대 맹타를 휘둘렀지만 PO에서는 완전히 달라졌다. 3차전까지 12타수 무안타 6삼진에 머물렀다. 4차전에서야 빗맞은 안타로 2타수 1안타 2볼넷을 기록했다.

히메네스는 3차전까지 12타수 4안타 1타점 2득점이었다. 1차전 선제 홈런이 존재감을 보인 전부였다. 4차전에서도 1-6으로 뒤진 8회 박용택의 볼넷에 이어진 4번째 타석에서야 3루 선상 2루타를 때렸지만 너무 늦었다. 정성훈의 적시타로 박용택과 함께 홈을 밟았지만 거기까지였다. 초반 터져야 할 때 침묵한 것은 3차전과 같았다.

LG 중심 타자들의 역량은 엄밀히 따져 PO까지였다. KS 진출 자격을 입증한 중심 타선은 NC였다. LG는 올 시즌 세대 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룬 점에 만족해야 했다. 우승을 위해서 보강해야 할 부분이 어떤 점인지는 명확해졌다.

[잠실=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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