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진보 공약 현실화..클린턴 압박할 것"

워싱턴 | 박영환 기자 2016. 10. 25.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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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인사 영향력 행사”…상원 중책 맡을 듯

미국 대선 레이스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승기를 잡자 당내 진보진영이 미리부터 견제에 나섰다. 클린턴이 대통령이 된 후 공화당과 타협하지 않고 진보적 정강정책을 실현하도록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클린턴과 대선후보 경쟁을 했던 버니 샌더스(사진) 상원의원이 선봉에 섰다.

샌더스는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후 국정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민주당 정강에 있는 진보적 공약을 현실화하고 이를 위해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비판하고 클린턴이 자신의 공약을 가장 잘 실천할 후보라고 강조하던 이전의 인터뷰와는 사뭇 달라진 내용이다. 대선 후를 대비한 힘겨루기가 시작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샌더스는 “민주당이 정강을 이행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며 “정강은 클린턴과 나, 민주당 다수가 서 있는 자리이며 실행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에서 나는 22개 주에서 이겼고 46%의 대의원을 확보해 총 1340만표를 얻었다”면서 자신의 뒤에 젊은이들과 진보적 유권자가 있음을 강조했다. 샌더스가 말한 정강은 최저임금 15달러, 공립대학 학비 무료, 기후변화 적극 대응, 투옥률 낮추기 등이다.

샌더스는 이미 이런 정강을 입법화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으며 당내 진보의 상징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비공식 협력을 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워런을 간판으로 하는 민주당 내 진보그룹은 이미 클린턴의 인사와 관련해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샌더스는 “클린턴이 정강에 맞지 않는 인사를 임명하면 강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금융개혁을 집행, 감독하는 데 중요한 규제 역할에 노회한 월스트리트 사람들을 임명하면 두고보지 않겠다”고 했다. 클린턴의 내각 인사, 특히 재무장관 지명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억만장자 기업인은 중산층이 원하는 재무장관이 아니다”라면서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재무장관 발탁설에 반대했다.

대선 후 민주당에서 샌더스의 위상은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샌더스는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이 되면 주요 상임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예산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본인은 최저임금 등을 관할하는 건강·노동·교육·연금위원장을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샌더스가 선거가 끝나기도 전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클린턴이 대선 후 공화당과 타협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현재 상원은 민주당이 과반을 되찾을 가능성이 있지만, 하원은 계속 공화당이 다수당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샌더스는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했다고 해서 집권 첫날부터 ‘타협해야 한다’는 것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말했다. 대선 과정에서 공화당 주류 일부가 클린턴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보인 것도 클린턴에게는 빚일 수 있다. 언론들은 클린턴이 집권 초기 이민정책 개혁과 인프라 투자 관련 입법을 위해 공화당과 타협할 가능성을 벌써 제기하고 있다. 클린턴 캠프의 대변인은 “클린턴이 당선되면 샌더스와 함께 공유 과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후 클린턴은 공화당의 발목잡기와 당내 진보진영의 압박이라는 이중의 견제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 박영환 기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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