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생각 표현 못하면 그게 대통령입니까?"

CBS 시사자키 제작팀 2016. 10. 2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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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 "연설문은 곧 대통령"

- 최종 연설문 손 본 최순실
- "그럼 최순실이 대통령이란 소리"
- 본인 생각 없으면 시스템 도움 받았어야
- 연설문은 청와대 내 가장 기밀 문건
- 법리 논쟁으로 될 문제 아냐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00)
■ 방송일 : 2016년 10월 25일 (화) 오후 6시 30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

◇ 정관용> 최순실 씨와 대통령 연설문 이야기 이어갑니다. 먼저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을 지내셨죠. 강원국 전 비서관 연결해 봅니다. 나와계시죠.

◆ 강원국> 네,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 정관용>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때 계속 청와대에 계셨죠?

◆ 강원국> 김대중 대통령 때 3년 있었고요. 노무현 대통령 5년 동안 있었습니다.

◇ 정관용> 8년을 계속 연설비서관실에만 계셨어요?

◆ 강원국> 네, 김대중 대통령 때는 연설행정관이었고요. 노무현 대통령 때는 연설비서관을 했습니다.

◇ 정관용> 대통령의 연설문이라고 하는 것의 정치적 위상이랄까? 의미는 뭡니까?

◆ 강원국> 양방향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우선은 대통령의 말이 연설문이고 연설문은 곧 국정, 국정운영이죠. 또 다른 한편으로 보면 굉장히 사적인 거죠. 대통령의 말이니까 대통령 입장에서는. 그래서 이게 일단은 국정운영이란 측면에서 보면 이게 대통령의 말이 파급력이 엄청난 거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대통령의 개인적인 말이라고 볼 때는 누구도 섣불리 그거에 대해서 이렇게 왈가왈부하기가 청와대 안에서도 조심스러운 부분이죠. 대통령한테 그렇게 말하지 마십시오, 이렇게 말하기 쉽지 않잖아요. 정책이나 이런 제도와 달라서.

◇ 정관용> 대통령 특유의 표현도 있을 수 있는 거고, 그렇죠?

◆ 강원국> 그렇죠.

◇ 정관용> 8년 동안 계셨을 때 연설문 하나가 확정되는 과정이 대체로 어땠어요, 좀 간략히 정리해 주시면.

◆ 강원국> 우선 제가 모신 두 대통령은 본인이 하고자 하는 얘기가 분명하고 본인만의 어떤 표현 방법이 있어요. 그래서 아무리 좋은 생각, 좋은 명문장을 갖다 대도 자기 게 아니면 안 쓰시는 분들이거든요.

그러니까 저의 입장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은 직접 구술해 주시니까 구술해 주신 그대로 글로 옮겨서 이지원이란 시스템을 통해서 보고 드리면 이지원상에서 직접 고쳐주시거나. 제가 너무 잘못 썼다 싶으면 직접 불러서 앉아서 고치시죠. 그게 얼추 되면 중요한 연설 같은 경우는 비서실장이나 관련 수석 장관들 모시고 대통령 주재로 독회라는 걸 하죠. 그때 의견수렴하고. 물론 의견수렴 과정은 초안을 쓰는 연설비서관이 자기가 쓰는 과정에서 확인도 하고, 그건 하죠.

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 (사진=메디치미디어 제공)

◇ 정관용> 물론 그래야 되겠죠.

◆ 강원국> 그렇지만 밖에다 이렇게 의견을 구하거나 완성된 연설문을 밖으로 내돌리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 정관용> 그러니까 이번에 지금 날짜나 시간으로 봐서는 이번 박근혜 정부, 청와대 내에도 연설비서관이 있고 비서실장과 수석들과의 독회도 한다고 그러지 않습니까? 그런 걸 쭉 거쳐서 맨 마지막 본 쯤 됐을 때 최순실 씨한테 간 것으로 지금 딱 확인이 되잖아요. 그럼 최순실 씨 역할은 뭐가 된 겁니까?

◆ 강원국> 마지막 검사한 거죠.

◇ 정관용> 마지막 검사.

◆ 강원국> 하루 전이면, 하루 전에도 연설문이 안 돼 있으면 거의 그건 사고죠. 사고인데 그게 거의 최종본이라고 봐야 하는 거죠. 그런데 최종본을 보내준 건데 그러면 그거는 대통령 말고는 거기에 손을 대서는 안 되죠. 그럼 손을 댔다 그러면 그 사람이 대통령인 거죠.

◇ 정관용> 그런데 오늘 박근혜 대통령은 사과문을 통해서 사실상 시인하고 본인이 시켰다라고 인정한 거 아닙니까? 그거는 어떻게 보세요?

◆ 강원국> 저는 본인이 그걸 쓸 만한 생각이 없고 그래서 생각을 빌려왔다는 것 같은데요. 일단은 이런 거잖아요. 본인이 생각이 없으면 청와대 내 시스템을 통해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이제 두 번째 차선이죠. 왜냐하면 대통령의 말은 자기 생각이기 때문에. 자기가 쓰고, 그러니까 저걸 할 수 있어야죠. 그게 리더의 기본 역량이죠. 자기 생각을 표현 못하면 그게 리더입니까? 그런데 그게 안 되면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야죠. 참모들이 있으니까.

그런데 이 단계를 건너뛰고 밖에다 도움을 요청한 경우니까 그건 정말 황당한 거죠. 그 안에 있던 참모들은 무슨 생각으로 그걸 지켜봤는지. 물론 이제 몰랐겠죠, 대부분은. 일부만 당연히 연설비서관 알았을 테고. 부속실 비서관도 알았을 테고. 그런데 그분들이 어떤 생각으로 그걸 지켜보고 있었는지.

그건 대통령의 연설은 어찌 보면 즉 국민이 뽑아준 거 아닙니까, 대통령의 권력은. 그래서 이제 권력을 행사하는 거는 대통령의 말로서 행사를 하잖아요. 그런데 전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밖에서 그걸 행사하고 있는데, 그걸 국민을 향해서 행사하고 있는데. 대통령 연설이라는 게 국민한테 얘기한 거 아닙니까? 그러면 국민 전체를 모독하는 거고 모욕하는 거죠. 얼마나 참 그런 얘기를 듣고 있었던 국민들 부끄러운 거죠, 참 이런 나라에 살고 있었다는 게.

◇ 정관용> 마지막 검사한 그 사람이 바로 대통령이다 아까 그렇게 표현하셨는데.

◆ 강원국> 그럼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게?

◇ 정관용> 그런 상황 판단을 내려주신 분한테 이렇게 어찌 보면 좀 사소한 걸 물어봐서 죄송하지만 대통령 기록물로서의 법적 기준은 어떻게 적용되는 겁니까? 이 연설문이라는 게.

◆ 강원국> 저는 법적인 건 잘 모르고요. 그런데 아마 청와대 안에서 만들어진 문건 중에 가장 기밀문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중요도라든가 모든 면에서 봤을 때. 청와대 안에서 만들어진 모든 문건은 대통령께 보고하는 거죠. 대통령이 참고해서 판단과 결정은 대통령이 하는 거죠. 최종적으로 그런데 이 대통령 연설문은 그냥 대통령 그 생각 자체예요. 그러니까 이거는 뭐 중요도나 어떤 기밀성 이런 것으로 따지면 최고 등급이 높은 거죠. 그런데 이걸 보니까 법적으로 이게 무슨 연설하기 전에는 미완성이니까 어쩌고 이런 얘기를 하는데 그게 무슨 법리 논쟁으로 될 문제입니까?

(사진=윤창원 기자)

◇ 정관용>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으로?

◆ 강원국> 이거는 저는 결국 결자해지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걸 한 사람이 풀어야죠. 그거는 본인밖에 결정할 수 없죠. 누가 뭐라고 어떻게 하겠어요.

◇ 정관용> 대통령 스스로 본인의 거취를 결정하라?

◆ 강원국> 네, 그 방법밖에 없잖아요. 그리고 밑에서 한 일이 아니라고 하니까. 그러면 그걸 시키고 스스로, 아니 밑에 직원이 연설문도 아니고 무슨 문건 하나 밖으로 내돌린 것을 그걸 국기문란, 일벌백계한다고 하신 분이.

◇ 정관용>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 강원국> 고맙습니다.

◇ 정관용> 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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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시사자키 제작팀] woo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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