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그랜저', 유리 천장에 가로막힌 퇴역 기함의 복잡한 속내

2016. 10. 2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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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희수 기자] ‘임원 급여 자진 삭감’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꺼내 든 현대자동차가 시장에는 새로운 구원투수를 등판시킨다. 1986년 출생해 지난 30년간 ‘고급 세단’으로 사랑받은 ‘그랜저’의 신형 모델이 그것이다. 현대자동차는 25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더케이호텔에서 자동차 담당 기자들을 불러 ‘신형 그랜저’의 실제 모습을 공개했다. 아직은 정식 출시 전이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고, 실내 디자인도 공개 되지 않았다. 오로지 외관만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대신 티저 렌더링은 일반에 공개했다. 신형 그랜저의 일부 모습을 공개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고조시키는 목적의 이미지다. 렌더링 이미지가 실차와 큰 차이는 없다. 다만 렌더링 이미지는 개발 과정에서 중점을 둔 요소를 강조해 표현하다 보니 현실 이상으로 장점이 부각 된 측면은 있다. 

사전 미디어 설명회라 상세 사양은 알려지지 않았다. 개발팀으로부터 디자인의 방향성과 차에 적용 된 신 기술 설명을 듣고, 눈으로 외관을 확인하는 정도였다. 

1986년 1세대 그랜저 출시 후 진화를 거듭해 온 신형 그랜저는 6세대 모델이다. 그 사이 30년이라는 세월도 흘렀다. 한 세대를 이어온 시간 동안 ‘그랜저’라는 이름은 우리나라 자동차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자동차 모델 이상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성공의 상징이고 권위의 표상이었다. 

그랬던 그랜저가 옛 명성을 ‘제네시스’에 내줬고, 제네시스는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이런 배경은 출범도 하지 않은 ‘신형 그랜저’에 묵직한 영향을 끼친다. 신형 그랜저를 개발하는 이들은 30년 ‘성공의 상징’에 해코지를 해서도 안 되며 프리미엄 브랜드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제네시스에 도전해서도 안 된다. 신형 그랜저가 국민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상징’으로 절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이유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이 가로막고 있어서다. 

권위를 양도한 그랜저가 선택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 현대자동차 총괄PM을 담당하고 있는 정락 부사장은 미디어 프리뷰 행사에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는 단어를 썼다. 과거의 그랜저가 부와 성공의 상징이었다면 신형 그랜저는 새로운 ‘도전의 상징’으로 삼겠다고 한다. 완결체의 그랜저가 아니라 도전체의 그랜저가 됐다. 

미디어 프리뷰에서 만나 본 ‘신형 그랜저’는 당당했다. 동시에 왠지 모를 어수선함도 있었다. 검증 된 요소들의 실험적 짜깁기랄까? 그랜저의 독자성은 유리 천장 아래서는 움트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차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신형 i30’에 적용했던 ‘캐스캐이딩 그릴’을 적용했다. 캐스캐이딩은 용광로에서 녹아 내리는 쇳물의 웅장한 흐름과 한국 도자기의 우아한 곡선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 됐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그런데 ‘신형 그랜저’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신형 i30’ 그릴에서 본 느낌은 찾기가 어려웠다. ‘신형 i30’에 있는, 쇳물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듯한 디자인은 신형 그랜저에는 없다. 

오히려 신형 그랜저의 그릴은 ‘크레스트 그릴’이라고 현대차가 부르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그것을 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형 그랜저’의 그릴은 캐스캐이딩 그릴이라고 불러야 한다. 제네시스가 아닌 현대차 브랜드 제품이기 때문이다. 

전면부의 보닛은 신형 쏘나타, 제네시스 브랜드에 이미 적용 된, 이음새가 보닛 위로 올라간 형태를 취했다. 그릴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그것보다 상대적으로 작고, 측면에서 보면 오버행 앞쪽으로 뾰족하게 튀어 나온 모양을 갖췄다. 

후면부는 종전 그랜저(HG)의 펜더 라인을 거의 그대로 살렸다. 인피티니 차량에서 느껴지는 볼륨감이 살아 있었다. 날렵한 전면부에서 출발한 캐릭터 라인은 끊김없이 볼륨감 있는 후면부로 이어지다 뒷문짝 중앙 부근에서 잠시 사라진다. 문짝 끝 부근에서 다시 살아나는 캐릭터 라인은 후면부의 펜더로 이어지며 도드라진다. 전면부의 디자인 콘셉트와 후면부 디자인 콘셉트가 따로 노는 것이 끊긴 라인에서 입증 된다 .

YF 쏘나타에서 꽃을 피웠던 플루이딕 스컬프쳐 디자인 철학은 신형 그랜저에서 와서는 뒷문짝에 흔적만 남았을 뿐이다. 리어 램프는 양쪽의 램프가 가운데까지 LED로 이어진 형태를 취해 안정감을 강조했다. 

디자인에서의 고민은 많았던 모양인데 첨단 사양에서는 크게 고민하지 않은 듯하다. ‘신형 그랜저’에는 현대차가 자랑하는 첨단 기능들을 대거 탑재했다. ‘현대 스마트 센스’가 대표적이다. 이는 궁극적인 자율주행차로 가는 단계에서 가장 진화 된 지능형 안전 장치라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운전자 뿐만 아니라 보행자, 다른 차량을 모는 운전자까지 보호할 수 있도록 안전 기술이 좀더 정밀해졌다. 충돌 위험이 있을 시 제동제어를 통해 충돌 방지를 보조하는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 차로 이탈 시 조향제어를 통해 차로 유지를 돕는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LKAS)’, 사각지대의 충돌 위험을 감지해 안전하게 차로 변경을 돕는 ‘후측방 충돌 회피 지원 시스템(ABSD)’, 주행중 운전자의 피로∙부주의 운전패턴을 단계별로 분석해 휴식을 권유하는 ‘부주의 운전경보 시스템(DAA)’, 주행 중 설정된 속도로 차량 속도 유지를 돕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운전자가 안전하게 주차할 수 있도록 차량 주변 상황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AVM)’ 등이 신형 그랜저에 탑재 된다. 

8단 자동 변속기를 달고, 3.3리터 람다Ⅱ 엔진, 2.2리터 R엔진(디젤), 2.4리터 세타Ⅱ 엔진을 달고 나올 신형 그랜저는 가격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책정 될 것이라고 한다. 국내 시장에서는 11월 2일부터 사전계약을 실시하고 11월 중에 출시 예정이다. /100c@osen.co.kr  

[사진] 현대자동차가 25일 공개한 신형 그랜저의 티저 렌더링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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