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특명, 5개월 만에 '월드컵' 준비할 감독을 찾아라

임성일 기자 2016. 10. 2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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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FIFA U-20 월드컵을 목표로 팀을 이끌던 안익수 감독이 갑작스럽게 사퇴를 발표했다. © News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지난여름 리우 올림픽이 막을 내린 이후 체육계에서는 이제는 '평창 동계올림픽'이라고 외치고 있는데 우리는 아니다. 이제는 U-20 월드컵이다."

2017피파20세월드컵조직위원회의 수장인 정몽규 조직위원장이 지난 18일 전한 메시지다. 대회 개막 214일을 앞두고 마련된 브리핑에서 정 조직위원장은 "2002년 FIFA 월드컵과 2007년 U-17 월드컵에 이어 3번째 FIFA 주관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 단독 개최로는 가장 큰 FIFA 대회인 만큼 조직위 임직원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그날은, 사실 특별한 지점이 아니었다. '214'라는 숫자가 대회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게 아니라면 어떤 대회든 개막을 214일 앞두고 행사를 마련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조직위가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방증이다. 아직까지도 한국에서 U-20 월드컵이 열리는지 모르는 팬들이 많고, 스폰서 유치 등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도 주목도가 떨어지는 것을 만회하고자 만든 자리였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대회인데 악재가 발생했다. 대회를 7개월 앞둔 상황에서 팀을 이끌던 감독이 사라졌다. 물론,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 현상만 가지고 '악재'라고 못 박는 것은 섣부른 규정일 수 있다. 하지만 혼선을 피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은 분명하다.

대한축구협회는 24일 "파주NFC에서 제5차 기술위원회를 열고 U-19 대표팀을 맡고 있는 안익수 감독과 계약을 중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협회는 "안 감독이 AFC U-19 챔피언십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느껴 사퇴의사를 밝혔고, 이를 협회가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발표였다. 깔끔한 느낌도 아니었다. 애초 축구협회는 '계약 해지'라고 첫 알림을 전했다가 약 1시간 40분 뒤 '사퇴'라는 단어 변경과 함께 수정된 보도자료를 뿌렸다. 계약해지든 사퇴든, 지난 2014년 12월 선임돼 2년 가까이 U-20 월드컵을 준비해온 대표팀 감독이 물러난 것은 사실이다.

사퇴(혹은 계약해지)의 결정적 계기는 지난 20일 사우디와의 AFC U-19 챔피언십 조별예선 3차전에서 1-2로 패배, 2승1패(승점 6점)로 8강 진출이 좌절된 결과였다. 토너먼트에 오르지 못했으니 분명 기대 이하였다. 그러나 사우디, 바레인과 승점-상대전적-골득실이 모두 동률이 되고도 다득점에서 밀린 조 3위였으니 운도 없었다.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안익수 감독은 "결과는 아쉽지만 내용이 나쁘지 않았다"면서 "조직력을 만들어나가는 단계다. 중요한 것은 내년 본선"이라는 말로 성원을 당부했다. 그때가 21일이다. 그로부터 사흘 뒤 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계약해지(혹은 사퇴 수용)'를 발표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부랴부랴 새로운 감독을 선임해야한다. 그 감독은, 5개월 만에 월드컵에 나갈 수 있는 팀을 꾸려야한다. © News1

축구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니 다양한 '설'들을 모을 수 있었다. 안익수 감독의 안정적이고 수비 지향적인 운영이 협회가 원하는 철학과 어긋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승우와 백승호 등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의 기용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안 감독의 고집이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들렸다. 상대적으로 스타성이 덜한 안익수 감독이 국내에서 열리는 큰 대회의 감독으로는 '약하다'는 뉘앙스도 있었다. 과연 내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지도력에 의구심이 든다는 주장도 있었다.

나름대로 이유들이 있었다. 전부 옳은 지적일 수도 있다. 문제는, 결정이 너무 늦었다는 점이다. 개막 214일 전에도 특별 기자회견을 마련할 정도로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성적의 열쇠를 쥔 감독을 개막 7개월 전에 덜커덕 바꾸는 결정은 쉬 이해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새 감독은 7개월도 없다는 사실이다.

안익수 감독의 후임은 오는 11월말 열리는 기술위원회에서 선임할 예정이다. 지금은 10월25일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좋은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1달 정도는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결국 새 감독은 아무리 빨라야 12월부터나 팀을 이끌 수 있게 된다. 대회 개막은 내년 5월20일이다.

중요한 것은 안익수라는 지도자가 물러났다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U-20 월드컵 유치가 결정된 것은 2013년 12월이다. 이 대회를 바라보고 안익수 감독을 선임한 것은 2014년 12월이다. 진짜 대회를 이끌 새로운 감독은 2016년 12월에 부임할 예정이다. 그 지도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불과 5개월이다. 이 그림은 분명 세련되지 않았다.

lastun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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