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호수비 하나, 열 투수 안 부럽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입력 2016. 10. 25. 14:11 수정 2016. 10. 2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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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안익훈(오른쪽)이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11회초 NC 나성범의 2루타성 타구를 호수비로 잡아낸 뒤 오지환의 축하를 받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서 야수들의 수비는 아웃카운트 1개 늘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닐 때가 많다. 야수들의 좋은 수비는 투수의 어깨를 가볍게 해줄 뿐더러 때로는 승패의 향방까지 결정한다. NC와 LG의 플레이오프에서도 호수비 하나가 실점을 막고 팀을 패배의 위기에서 구하는 장면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 LG의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은 양팀 합계 사사구 25개를 남발하고 잔루 33개를 남기며 연장 11회까지 진행됐다. 25사사구는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사사구 허용 신기록(종전 19개)이고, 33잔루도 포스트시즌 신기록(종전 27개)이다.

쌓여가는 잔루와 늘어지는 경기에 관중들이 지쳐가던 연장 11회초였다. 1-1 동점 상황에서 LG 구원투수 임정우는 2사 1·2루 위기에 NC의 3번타자 나성범과 마주섰다. 나성범이 앞선 5번의 타석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나긴 했으나 그래도 한 방이 있는 타자다.

나성범은 임정우의 바깥쪽 초구를 당겨 중견수 방향으로 큰 타구를 날렸다. 궤적으로 미뤄 외야를 가르고도 남을 법한, 안타가 된다면 주자 2명이 모두 홈으로 들어올 수도 있을 타구였다.

LG의 중견수는 하필이면 11회초에 대수비로 투입된 안익훈이었다. 안익훈은 공이 외야로 향하기 무섭게 곧바로 펜스 쪽으로 달렸고 머리 위로 넘어가는 공을 워닝트랙에서 낚아챘다. 숨 죽이고 있던 LG 응원석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경기를 내줄 뻔한 위기에 극적으로 벗어난 임정우는 마운드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LG는 이 호수비를 발판 삼아 11회말 양석훈의 끝내기 안타로 2-1 승리를 거두고 승부를 4차전(시리즈 전적 1승2패)으로 끌고 갔다.

팬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호수비는 NC에서도 나왔다. LG가 1-0으로 앞서던 3회말 2사 1·3루 김용의가 NC 구원투수 최금강의 2구째 공을 중견수 방향으로 받아쳤다. 타구가 내야를 넘어가긴 했지만 중견수가 잡기엔 짧아보였다. NC 중견수 김준완은 타구를 향해 앞으로 달려나오다 정확한 타이밍에 몸을 던졌고 김용의의 타구를 글러브로 빨아들였다. 김준완의 그림 같은 다이빙캐치가 성공하면서 추가점을 얻으려던 LG의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LG의 1-0 리드가 이어지던 5회말은 NC 2루수 박민우의 쇼타임이었다. 박민우는 LG 손주인이 2루수와 우익수 사이로 퍼올린 뜬공을 가볍게 처리한 데 이어 정상호의 까다로운 땅볼 타구도 아웃으로 연결시켰다.

특히 정상호의 타구는 포구하기 직전 큰 바운드로 튀어올랐기 때문에 자칫 글러브에 맞고 튕겨나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민우는 유연한 백핸드 캐치로 타구를 잡아 1루로 던져 정상호를 더그아웃으로 돌려보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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