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PC에서 발견된 소름 돋는 파일들

임병도 2016. 10. 2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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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휴가사진부터 대통령 취임기념 우표 이미지까지.. 지금이 '봉건시대'인가

[오마이뉴스 글:임병도, 편집:김지현]

 JTBC가 입수한 최순실PC에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 드레스덴 연설문 파일 열람 날짜와 실제 연설 날짜
ⓒ JTBC 캡처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은 물론이고 각종 청와대 내부 문건까지 받아왔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JTBC는 최순실씨가 버리고 간 PC를 입수했고, 최씨의 PC에서 각종 청와대 문건 및 대통령 연설문을 발견했다고 지난 24일 보도했습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최순실씨는 44개의 대통령 연설문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기도 전에 받아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국정 철학이 돋보였다고 평가받는 2014년 3월 28일 독일 드레스덴 연설마저도 박 대통령 연설이 있기 하루 전인 3월 27일 받아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통령 연설문은 사전에 극도의 보안을 거치기 때문에 청와대 내부에서도 공유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순실씨 PC에서 연설문이 발견됐습니다. 앞서 최씨의 측근이었던 고영태씨는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국가 정책의 방향을 담고 있는 대통령 연설문 등이 외부에, 그것도 특정인에게 전달됐다는 사실은 국가의 존폐가 흔들릴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최순실, 박 대통령 정치 활동 기획하고 움직였나

최순실씨 사무실에 있던 PC에서는 각종 문서 등 200여 개의 파일이 있습니다. 이 파일들 속에는 대통령의 연설문을 비롯해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모든 정치 활동을 기획하고 움직였다는 의혹을 낳는 증거들도 있습니다.

 최순실 PC에 있었던 파일 리스트와 박근혜 대통령 행적들
ⓒ 임병도
① 파일명 : 130728휴가... 2013년 저도 여름 휴가 사진

최씨의 PC에는 '130728_휴가'라는 사진 파일이 있습니다. 이 파일 속 날짜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저도에서 여름 휴가를 보냈던 시기와 일치합니다. 문제는 날짜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여름 휴가 사진을 올린 날짜는 7월 30일입니다.

당시 언론조차도 박근혜 대통령 페이스북을 보고 휴가 사진을 보도했는데, 최씨의 PC에는 '130728(2013년 7월 28일) 휴가'라는 파일이 있었습니다. 페이스북이라는 파일도 있다는 점을 본다면 최씨가 박 대통령의 소셜미디어까지 관여했다는 의혹이 생길 수 있습니다.

② 파일명 : 오방낭...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행사

최씨의 PC에는 '오방낭'이라는 제목의 파일이 있습니다. 다소 생소한 단어인데, '오방낭'은 건강과 복을 기원하는 부적 등을 넣었던 주머니를 말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식이 끝난 후 광화문 광장에서 '희망복주머니'라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 희망복주머니의 다른 말이 바로 '오방낭'입니다. 최씨의 PC에 오방낭이라는 파일이 있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 행사에 최순실씨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을 들게 합니다.

③ 파일명 : 나만의우표_사진교체... 박근혜 취임 기념 나만의 우표

'나만의 우표'라는 기념 우표가 있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이미지로 기념 우표를 발급받는 서비스인데, 대중에 널리 알려진 제도입니다.

최씨의 PC에는 '나만의 우표_사진교체' '우표시안' '우표제안(1)' '우표제안(4)'라는 파일들이 있었습니다.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 기념 우표에 사용되는 사진까지 선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입니다. '시안'과 '제안'이 각기 따로 적힌 파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④ 파일명 : 옷1_1... 박 대통령 취임식 후 2년 동안 새옷만 124벌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고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바로 '패션'입니다. 매번 바뀌는 옷과 함께 '패션 외교' '패션 정치'라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한복까지 챙겼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씨의 PC에는 '옷1_1' '옷1'이라는 파일이 있습니다. '박근혜 가방'을 만든 고영태씨가 최순실 측근이었다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최씨가 박 대통령의 옷차림을 모두 정해줬다'는 의혹은 허무맹랑한 소설은 아닌 듯 보입니다.

그래도 '십상시' '환관'은 최소한 공무원이었다

 조선일보의 10월 25일 사설
ⓒ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10월 25일 사설에서 "해괴한 것은 이 놀라운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3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라며 "관계자들 전화는 꺼져 있거나 응답이 없었다. 이 경우 통상적으로 보도가 사실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청와대도 잘 알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청와대 이원종 비서실장은 "최순실씨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일"이라는 보도에 대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믿을 사람이 있겠느냐, 기사 처음 봤을 때 실소를 금치 못했다. 성립 자체가 안 되는 이야기다.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가 어떻게 밖으로 회자되는지 개탄스럽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봉건시대에나 있을 수 있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아예 묵묵부답입니다. '국기 문란'이라는 말을 달고 살았던 박근혜 대통령이 과연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변명할지 자못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십상시' '환관'들은 최소한 공무원이었습니다. 2016년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청와대 내부 인사가 최순실이라는 개인에게 각종 청와대 문건을 줬는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하야를 하든, 대통령을 탄핵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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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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