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중임제·내각제·이원집정부제.. 권력구조 개편이 '태풍의 눈'

김지은 2016. 10. 25.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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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정치권에 개헌 논의 시작을 요청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불을 댕긴 개헌론은 권력구조 개편이 핵심이다. 5년 임기의 대통령 단임제를 “대선을 치른 다음날부터 다시 차기 대선이 시작되는 정치체제”라고 표현하며 한계를 조목조목 짚었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에서 권력의 정점에 도전하려는 여야 잠룡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태풍의 눈’이기도 하다.

그간 정치권에서 권력구조 개편의 방향으로 거론된 것은 4년 대통령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내각제, 이원집정부제다. 이날 박 대통령의 개헌론에 적극 찬성하고 나선 여야의 두 전 대표는 내각제 개헌론자다. 바로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다. 현행 권력구조가 승자 독식의 제왕적 대통령제로서 사생결단식 정치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연정과 협치,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선 새 권력구조로 내각제가 적합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치권은 그러나 두 사람이 내각제에 적극적인 데는 다른 정치적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내각제 개헌이 될 경우, 임기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과도기 대통령’의 적임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이다. 두 사람은 이날 임기내 개헌시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해야 한다는 데도 한 목소리를 냈다. 여야 잠룡 중에서 상대적으로 ‘올드보이’인데다, 지지율이 높지 않은 두 주자는 내각제 개헌→ 과도기 대통령에 승부수를 걸만 하다고 정치권 관계자는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국민들이 여전히 많아 내각제 개헌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내각제 구현을 위해선 현행 소선거구제의 선거제도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이해가 직접 걸려 있는 선거제도 개편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그야말로 권력 나눠먹기식 내각제 개헌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보완하는 또 다른 대안은 이원집정부제다. 외교 안보는 대통령이 맡고, 경제 사회 등 내치는 총리가 맡아 권력을 분점하자는 것으로 내각제적 요소와 대통령제를 절충한 형태다. 이원집정부제 개헌 목소리를 가장 크게 내는 쪽은 친박계다. 그러나 여기에도 이원집정부제에 대한 원론적 주장과 별개로, 정치적 입지와 관련된 계산이 깔려 있다. 여당 내에선 여야를 통틀어 현재 지지율이 가장 높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영입해 ‘반기문 대통령- 친박 국무총리 체제’를 만들려는 의도란 설이 파다했다. 친박계가 독자적으로 권력을 잡기 힘든 상황에서 반 총장을 내세워 실질적인 권력을 잡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많은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개헌안을 이례적으로 정부가 발의하겠다고 밝힌 의도를 잘 파악해야 한다”며 “여당의 ‘친박계 재집권’에 유리한 안을 내세울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조차 “정치적 계산과 당리당략에 따른 권력 나눠먹기를 위한 개헌은 야합”(유승민 의원) 등의 반응이 나오는 것 역시 이런 배경 때문으로 보인다.

대통령 4년 중임제는 현행 단임제의 폐해를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춘 권력구조 대안이다. 단임제로 인해 장기적인 정책 비전을 세우기 어렵고 조기 레임덕 등으로 롤러코스터식 정책 난맥상이 나타난다는 문제 의식에 따른 것이다. 4년 중임제가 한국 사회의 문제를 수술하는 개혁정책을 지속적으로 펴는 데 적합한 모델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오히려 8년으로 늘릴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등이 4년 중임제 개헌을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이 친박계의 이해 관계에 따라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개헌 논의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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