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뒤 곧장 52km 터널 진입.. 진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

홍준기 기자 입력 2016. 10. 25. 03:05 수정 2016. 10. 2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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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개통 앞둔 수서발 고속철 SRT 미리 타보니] 소음·진동·속도감 거의 안 느껴져.. 출발 17분 만에 평택 지제역 도착 좌석 간격 넓고, 1좌석 1콘센트.. 높이 조절되는 머리 받침대 설치 KTX보다 최대 14% 더 저렴해

24일 오전 11시쯤 서울시 강남구 수서역 SRT(수서발 고속철 열차) 승강장. 신형 SRT가 출발 지점에서 약 700m 앞에서 입을 벌린 율현터널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자 차창 밖은 곧 칠흑처럼 어두워졌다. 이 터널은 수서에서 경기도 동탄까지 52.3㎞ 뻗은 국내 최장 터널이다. 출발 7분쯤 뒤 고속철이 시속 300㎞까지 속도를 올렸지만 컴컴한 터널 안에서는 속도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소음과 진동도 거의 없어 마치 진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KTX 열차와 노선을 공유하는 평택 지제역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7분이었다.

오는 12월 초 개통 예정인 SRT는 서울역·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코레일의 KTX와 출발부터 풍경이 판이했다. 지하 2층에서 열차가 출발한 뒤 곧장 터널 안으로 들어가 차창 밖 풍경은 전혀 볼 수 없었고, 마치 지하철을 탄 듯한 느낌이 들었다. SRT는 수서역을 출발해 동탄역·지제역을 지나 평택의 한 지점에서 현재 KTX가 다니는 경부 고속선으로 합류한다. 개통 이후 부산행 경부선(하루 편도 40회)과 목포행 호남선(편도 20회)은 하루 60회 운행되는데, KTX보다 7~8분가량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다. 이용 가격도 KTX에 비해 평균 10%(최대 14%) 저렴하다.

SRT는 이달 말까지 '큰 이상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지면 다음 달 1일부터 한 달 동안 실제로 사람을 태우고 운행을 해보는 '영업 시운전'을 진행하게 된다. SRT 운영사인 ㈜SR 관계자는 "다음 달 중으로는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실제 열차 예매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당초 지난해 말 개통 예정이었으나 '연약 지반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올해 8월 개통에서 12월 초로 늦춰졌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터널 내부 균열 등 문제가 됐던 부분을 모두 보완했다"며 "12월 초 개통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율현터널 내부에는 총 20개의 비상 대피 통로가 마련돼 있어 비상 상황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철도시설공단은 전했다.

◇접근성·요금·열차 환경 등이 SRT의 매력

SRT가 개통되면 서울 강남·강동 및 수도권 동남부 지역 주민들의 고속철 이용이 편리해진다. SRT의 출발역인 수서역의 경우 현재는 서울 지하철 3호선·분당선 '수서역'과 지하 통로로 연결돼 있다. 지하철 3호선에서 내려 SRT 승강장까지는 걸어서 5분, 수서역 앞 버스 정류장에서 승강장까지는 걸어서 2~3분 정도가 걸린다. 향후 수도권급행철도(GTX) 등이 완성되면 수서역으로의 접근성은 더 좋아진다.

SRT는 좌석마다 1명당 1개의 콘센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KTX 열차에 비해 무릎이나 발을 뻗을 수 있는 공간도 5.2~5.7㎝ 정도 더 길어 편리하다. 특실과 일반실 일부 좌석에는 높이를 조절해 머리를 기댈 수 있는 '헤드 레스트'도 설치돼 있다. 특실의 경우에는 좌석을 뒤로 젖힐 수 있는 장치가 전동식으로 돼 있어 버튼으로 조절이 가능하며, 비행기처럼 수하물을 넣을 수 있는 보관함이 좌석 위에 설치돼 있어 편리하다. 열차 내에서 무선 인터넷도 사용 가능하다.

2013년 철도노조는 SRT를 위한 별도 회사 설립을 '철도 민영화'로 규정하고 23일간 파업을 이어갔다. 한 철도 전문가는 "이제 KTX와 SRT가 이용객들에게 요금·서비스 등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한 셈"이라며 "국민 입장에선 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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