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개헌 카드']정치적 이해관계 속 개헌..또 '찻잔 속 태풍' 그칠까

김재중·이지선 기자 입력 2016. 10. 24. 22:48 수정 2016. 10. 2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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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29년 거론·무산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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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헌법 제정 이후 30년 가까이 생성과 소멸을 되풀이하던 개헌론이 다시 정국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어느 때보다 여론이 개헌에 호의적이고, ‘진보-보수’ 정부 20년을 거치면서 5년 단임 대통령제와 거대 양당 대결 정치체제에 대한 비관론이 큰 시점에서다. 하지만 돌연한 청와대 주도 개헌론의 정략적 배경에 대한 의심도 커지고 있다.

실상 지난 30년은 개헌 논쟁사라 할 수 있을 만큼 주체·명분·내용 모두 다양하게 개헌론이 제기돼 왔다. 대선 때마다 후보들도 개헌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번번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는 ‘흑역사’였다. 개헌 논의가 ‘헌법개정 권력’인 국민보다는 정치권 이해관계에서 출발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이번 청와대발 개헌론도 확산이냐, 소멸이냐의 갈림길에 섰다.

1990년 1월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 당시 주역인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김종필 총재는 내각제 개헌에 합의했다. 이후 노 대통령이 ‘국민 합의가 없다’는 명분으로 반대하면서 개헌은 무산됐다.

김종필 총재는 1997년 10월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DJP연합’을 결성하고 단일화를 하면서 다시 내각제 개헌을 추진했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 후인 1999년 7월 내각제 개헌을 유보한다고 밝히면서 DJP연합은 와해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 1월 대국민담화를 통해 ‘대통령 4년 연임제’로 바꾸는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노 대통령의 제안은 각당 원내대표들이 다음 국회 초반 처리키로 합의하면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명박 대통령도 2010년 8월 광복절 특별담화와 이듬해 1월 신년방송좌담회 등을 통해 개헌론을 꺼냈지만 힘을 받지 못했다.

국회 차원의 논의도 활발했다. 18대 국회 김형오 국회의장은 의장실 산하에 ‘헌법연구자문위원회’를 설치했고, 19대 국회에선 새누리당 이재오, 민주당 우윤근 의원을 중심으로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이 결성돼 논의를 주도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20대 국회 개원 연설에서 개헌 애드벌룬을 띄워올렸다.

이처럼 주기적으로 개헌론이 터져나오는 것은 시대 변화로 인해 개헌 필요성이 대두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정치인 또는 정치세력이 이해관계에 따라 추진한 측면이 더 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나온 개헌 논의가 대통령 중임제, 내각제 혹은 이원집정부제 등 권력구조에 집중된 것이 방증이다.

헌법학자인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간 개헌 논의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친 것은 국민으로부터 출발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정치인의, 정치인을 위한 논의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들에겐 권력구조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노동권, 알 권리, 노인·아동 인권 등 기본권 관련 논의와 문제제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주로 역대 대통령의 임기 말에 개헌론이 부상한 것도 현실화를 어렵게 한 측면이 있다. 국정동력이 떨어진 정부가 던진 개헌론을 ‘미래권력’들이 호의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개헌이 가능하기 위한 첫번째 조건이 ‘진정성’인데 정권 재창출 또는 국면전환을 위해 던진 개헌론은 결코 힘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성공하려면 그동안 ‘개헌 블랙홀’이라며 반대해오던 것에서 돌연 선회한 배경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은 물론 최순실 게이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의혹에 대한 정리와 사과가 전제조건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김재중·이지선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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