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무거운 로비 귀재' 이영복.."그의 돈은 탈 없다" 소문

글·사진 권기정 기자 2016. 10. 24.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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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부산 정·관계로 번지는 ‘엘시티 특혜’ 의혹

부산 해운대에서 공사 중인 국내 최고층 주거복합단지 ‘엘시티(LCT)’ 현장. 각종 특혜와 시행사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24일 검찰이 수사 인력을 보강하고 전방위 수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부산 엘시티 사업 부지는 해운대해수욕장 주변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이었다. 부산시는 2006년 ‘해운대 4계절 집객 관광시설’을 조성하기로 하고 2007년 민간사업자로 트리플스퀘어(현 엘시티)를 선정했다. 이후 부산시는 엘시티 측에 싼값으로 부지를 매각하고 경관규제를 풀었다. 부산시는 또 교통영향평가 부실 논란이 일자 진입도로 등 기반시설도 대신 조성해주기로 했다. 2009년엔 주거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용도변경안을 30분 만에 처리하기도 했다. ‘부산판 수서비리’ 사건이라 불리는 다대·만덕 택지전환 특혜 사건 때보다 더 큰 특혜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회장 돈은 받아도 탈이 없다”

이후 2011년 3월 부산시건축위원회는 사업을 승인했고 2011년 10월 해운대구는 건축을 허가했다. 결국 ‘해운대해수욕장과 달맞이고개 등 바닷가 절경과 조화되는 개발’이라는 최초의 개발방향은 사라지고 아파트, 오피스텔이 들어서는 주거용 건축으로 사업이 변질됐다. 당시 시민단체는 인허가 반대를 주장하며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윤일성 부산대 교수(사회학)는 2012년 논문 ‘해운대 관광리조트의 도시정치학’에서 “해운대해수욕장이라는 공공자산을 민간개발업자의 수익을 위해 함부로 난도질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 검사는 2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거액의 비자금 조성 혐의가 포착됐고 총 사업비가 수조원에 이르는 엘시티 사업을 둘러싼 국민적 의혹이 제기돼 보다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확대 개편한 수사팀을 수사 여건이 인적·물적으로 나은 본청에 배치했다”며 “비자금 조성·횡령, 사기대출, 정·관계 로비 의혹 등 범죄 혐의 전반을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엘시티 사업을 주도한 청안건설 이영복 회장(사진)은 로비의 귀재로 알려져 있다. 부산 다대·만덕사건은 1998년 추미애 의원(당시 새정치국민회의)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수많은 정·관계 인사가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 회장은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수배됐고 도피생활 2년 만인 2001년 12월 검찰에 자진출두했다. 의혹이 제기된 정치인과 공무원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부산판 수서사건’으로 불린 이 사건은 결국 용두사미로 끝났다. 이 회장은 징역 3년과 벌금 20억원을 선고받았고 ‘정치권 로비’ 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부산에서는 곧바로 “남자답다. 재기에 성공할 사람”이란 평가가 나왔다. 이 회장이 다시 부산에 등장하자 “그의 돈은 받아도 탈이 없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각종 의혹 꼬리 물어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지난 8월10일 허위 용역과 회사자금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수백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사기·횡령 등)로 엘시티 시행사인 청안건설 대표 박모씨(53)를 구속했다.

박씨는 금융기관을 속여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 320억원을 대출받고, 회사자금 200억원을 빼돌리는 등 5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비자금 조성을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비자금의 최종 사용처를 캐는 것이 이번 수사의 핵심이라고 검찰 관계자는 밝혔다. 검찰은 지난 8월 이 회장을 지명수배하고 행방을 쫓았지만 이 회장은 1999년과 마찬가지로 종적을 감췄다. 당시 검거전담반까지 편성했으나 그가 자수할 때까지 검거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이 회장이 잠적하자 해외도피설, 밀항설까지 나돌았다.

검찰은 “대포폰을 수십개씩 사용하며 흔적을 남기지 않고 숨어 있어 검거가 쉽지 않다. 국내에 있는 것으로는 파악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22일 이 회장을 공개수배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경찰에 보냈다. 새로운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엘시티에만 부동산 투자이민지역으로 특혜 허가했다는 주장도 있다. 법무부가 다른 곳은 ‘지역 일대’를 선정하면서 부산 해운대의 경우 엘시티 건물 3개동만 허가했다는 것이다. 또 2013년 5월 허가를 내줘 2018년 5월이 만기인데도 지난 7월에 기간을 연장해준 것도 특혜라는 지적이다.

2010년 시민단체의 수사의뢰로 부산지검의 엘시티 수사가 진행됐으나 몇 달 만에 무혐의로 결론이 난 것과 관련, 외압설이 돌았다. 또 이 회장이 잠적한 것은 수사상황 내부정보가 유출됐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판검사 접대장부’ ‘영장전담판사 교체설’ 등 새로운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엘시티 사업■부지: 해운대해수욕장에 접한 6만5934㎡



■규모: 101층 랜드마크타워 1개 동(높이 411.6m)과 85층 주거타워(아파트) 2개 동



■사업기간: 2015년 10월 착공, 2019년 11월 완공 예정



■사업비: 2조7000억원



■분양가: 아파트 3.3㎡당 2700만원. 펜트하우스 3.3㎡당 7200만원

<글·사진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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