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어선 싹쓸이에 오징어잡이 '최악'

백경열·최승현 기자 2016. 10. 24.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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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남하 시기에 은덕어장 활동…1100여척이 중간서 씨 말려
ㆍ울릉군 어획량 80% 감소…어민 “해마다 수량 줄어”

동해안에서 오징어 씨가 마르고 있다. 역대 최악의 흉년이다. 북한 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들의 무분별한 남획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경북도가 집계한 ‘울릉군 수산물 생산·위판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9월 이후 이날까지 오징어 어획량은 102t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와 2014년 같은 기간 각각 475t, 580t과 비교해 80%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올해 전체 생산량 역시 현재까지 230t에 불과해 지난해(609t)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어획량이 태부족해 수협에서 위판(어민에게서 위탁받아 판매)하는 날짜도 지난해보다 10일 정도 늦었다”며 “오징어는 9월 말부터 이듬해 2월까지 최성수기인데도 이런 상황이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강원도도 비슷한 사정이다. 강원 동해안 지역의 올 들어 지난 18일까지 오징어 어획량은 4822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022t에 비해 20%가량 줄었다. 2013년 1만4568t, 2014년 9462t, 지난해 7641t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북한 원산항에서 동쪽으로 209㎞, 을릉도에서 북쪽으로 직선거리 193㎞ 일대 ‘은덕어장’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중국 어선 때문이다.

오징어가 러시아 인근에서 남하하는 이 시기에 이곳에서 집중적으로 어획 활동을 벌여, 우리 해역으로 넘어오는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 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의 숫자는 민간 어업협약이 체결된 2004년 140척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0월 기준 1145척으로 8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경북 울릉군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중국 어선은 그물로 바다 밑바닥을 훑는 일명 ‘쌍끌이’ 조업으로 오징어 씨를 마르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생계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울릉도에서 38년째 오징어잡이를 하는 김해수씨(59)는 “한 번 조업 시 어획량이 작년 이맘때 10분의 1인 10~20축(1축 20마리) 수준”이라며 “해가 지날수록 남쪽으로 내려오는 오징어 수량이 줄어들고 있어 어민들이 모여서 시위를 벌일까 논의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오징어 판매 가격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울릉군 현지 위판가 기준으로 오징어 1축은 현재 5만8000원까지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는 3만5000원이 최고가였다.

<백경열·최승현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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