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판도라 상자' 열었지만.. 실현 가능성은

김동진 입력 2016. 10. 24. 18:36 수정 2016. 10. 2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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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합의까지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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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정국의 ‘판도라 상자’(개헌)를 과감히 열어젖혔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개헌 요구가 터져 나올 때마다 번번이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일축했던 박 대통령이 24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스스로 개헌 논의의 봉인을 해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여야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남정탁 기자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곧바로 개헌론에 가세하며 연말연초 정국은 개헌 이슈로 달아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야권도 ‘청와대발 개헌론’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면서도 “개헌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향후 논의 상황에 따라선 언제든 발을 담글 여지를 남겨놓은 셈이다.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났던 기존 개헌 제안과는 분명히 다른 흐름이다.

그럼에도 개헌이 박 대통령의 임기 내 이뤄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개헌의 주체, 내용과 방식, 시기 등을 둘러싸고 극복해야 할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당장 개헌 주체를 놓고 정치권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개헌 주도권을 쥐고 국정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청와대 주도론’에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당은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차단하기 위한 개헌엔 절대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정국 반전 노림수에 걸려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당에서도 청와대가 아닌 국민과 국회가 개헌을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개헌론의 핵심인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선 정치권의 의견이 분분하다. 현행 직선제 대통령제를 보완한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부터 4년 중임 대통령제와 독일식, 스웨덴식 등 다양한 형태의 의원내각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더구나 권력구조 개편을 넘어 경제와 사회, 문화, 환경 등의 헌법 조항까지 손을 대려면 국민 전체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야 하기 때문에 논의는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 원로들 입에서 “시작은 쉽지만 정리가 어려운 게 개헌”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국민의당 등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 연설이 끝난뒤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기자간담회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4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이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다음 수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왼쪽)와 우상호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 도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남정탁 기자
개헌 방식과 시기도 간단치 않은 변수다. 개헌 방식은 국회 해산과 국회의원 또는 대통령 임기 단축 등 복잡한 요인이 작용하는 난제로 꼽힌다. 내각제 혹은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한다면 현 국회를 해산하고 새 의회를 구성해 총리를 뽑아야 한다. 4년 중임 대통령제로 한다고 해도 대통령과 의원 임기를 일치시키려면 현 20대 금배지들이 임기를 3년 단축해 내년 말 대선 직후 총선을 치르거나 아니면 19대 대통령의 임기를 3년 단축해야 한다. 여야 정치인들이 이 같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개헌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개헌 시기의 경우 일부에선 내년 4월 재보선 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상 개헌안 발의 후 국민투표까지는 약 110일이 소요되는 물리적 요인을 감안한 것이다. 다른 쪽에선 차기 대선주자들이 개헌을 공약한 뒤 차기 정부에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김동진 기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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