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조의 파업이 한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군 소속 대체인력들이 운전한 열차에서 최근 일주일 사이 3건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코레일과 정부가 사태 해결 노력 없이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파업 장기화로 인한 대형 참사 우려도 커지고 있다.

24일 코레일과 철도노조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일주일 동안 승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수도권에서 열차사고가 3건이나 일어났다. 모두 군 소속 대체인력이 운전한 열차다. 지난 22일 오후 3시34분 분당선 열차가 서울 왕십리역과 서울숲역 사이에서 멈춰 승객 150여명이 1시간 10분 동안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코레일은 동력장치 고장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철도노조는 군 소속 대체기관사의 조작 미숙이 원인이라고 맞서고 있다. 사고 원인은 조사 중에 있다. 23일에도 경기도 고양시 지하철 3호선 대곡역에서 오금역 방향으로 출발하려던 전동차 밑에서 연기가 나 승객 200여명이 승강장으로 대피하는 일이 있었다. 일주일 전인 지난 17일 오전 출근 시간에도 지하철 1호선 서울 종로3가역 승강장에서 열차가 1시간30분이나 운행이 중단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대체인력인 차장과 기관사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승객이 직접 문을 열고 나가는 등 혼란이 가중됐다.

열차사고가 빈번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레일이 파업에 맞춰 투입한 대체인력 기관사는 군인이나 퇴직자, 열차 운전 경력을 가진 관리직 등으로 구성됐다. 일상적으로 열차 운행을 하지 않아 숙련도가 떨어지고, 위급 상황에서 대처 능력도 미흡하다. 또 안전 운행을 위해 열차 정비가 중요한데도 인력이 부족하고 대체인력은 전문성이 떨어져 위험한 상황이다. 김정한 철도노조 정책실장은 “정부와 코레일이 파업 영향력을 줄이려고 대체인력을 무리하게 투입해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며 “대화를 통해 파업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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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부와 코레일이 핵심 쟁점인 성과연봉제를 놓고 대화도 중재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홍순만 코레일 사장의 강경 행보가 사태를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 사장은 “기관사는 기득권층이다”, “노조의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겠다”, “정치권이 개입하니까 파업이 길어진다” 등 대화보다 ‘노조 길들이기’에 나선 상태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도 사실상 문제 해결에 손을 놓고 있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이날 서울 구로구 철도교통관제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노조는 파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말하는 등 한 달째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노동부는 철도노조가 노동문제의 준사법기관인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조정 과정을 거쳐 사실상 합법파업의 길이 열렸는데도 ‘불법 딱지’를 붙여 오히려 파업 장기화를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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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은 이날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기 전 기자회견을 통해 “합법파업을 업무방해로 처벌할 수 없는 만큼, 철도공사의 고소에 당당히 맞서기 위해 경찰 조사에 응한 것”이라며 “사회적 대화와 교섭의 물꼬가 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