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극작가 크리스토퍼 말로, 셰익스피어 '헨리 6세' 공저자 인정
옥스퍼드대 출판사, 30년 만에 셰익스피어 전집 출간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영국 극작가 크리스토퍼 말로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6세'의 공동저자로 인정받았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옥스퍼드대학 출판사가 올해 야심 차게 내놓는 셰익스피어 전집 '뉴 옥스퍼드 셰익스피어'에서 말로가 셰익스피어와 함께 '헨리 6세'의 저자로 나란히 이름을 올린다고 전했다.
5개국 23명으로 학자로 이뤄진 공동 연구진은 전통적인 학문 연구 방법과 21세기 자동화 도구를 동원해 저작들을 분석한 결과, 셰익스피어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다른 작가들과의 협업이 훨씬 많았다고 주장했다.
셰익스피어의 초기작으로, 랭커스터 왕가와 요크 왕가의 '장미 전쟁' 기간을 다룬 '헨리 6세' 1∼3부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1명 이상의 다른 작가들이 참여했다고 알려진 17개 작품 중 하나다.
말로가 '헨리 6세'에 참여했다는 주장은 18세기부터 나왔지만, 셰익스피어의 전집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처음이다.
'포스터스 박사의 비극'으로 잘 알려진 말로는 셰익스피어의 주요 경쟁자이자 셰익스피어에게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연구진을 이끈 4명의 공동 주간 중 한 명인 게리 테일러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교수는 "(헨리 6세에서) 말로의 존재를 강력하고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단순히 영향을 주고받은 것이 아니라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며 "두 경쟁자는 때로 함께 작업했다"고 말했다.
테일러 교수는 "전통적인 관점은 셰익스피어가 협업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1986년 옥스퍼드가 전집을 내면서 8개의 작품에 다른 작가가 참여했다고 했을 때 일부에서는 분노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새로운 연구 방법과 기술, 자료가 쌓이면서 당시 우리는 그동안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이뤄진 협업이 과소평가 됐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에는 총 39개 작품 중 20% 정도인 8개 작품이 협업의 결과라고 확인했지만, 올해는 44개 작품 중 17개로 38.6%를 차지한다.
협업 작품 중에는 '헨리 6세'처럼 셰익스피어와 다른 작가가 함께 작업한 것도 있고, '끝이 좋으면 다 좋아'(1605년)처럼 다른 작가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각색한 것도 있다.
'끝이 좋으면 다 좋아'도 19세기부터 다른 작가가 참여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 온 작품이다. 이번 전집에서는 이전 연구에서 협업자일 가능성이 제기됐던 토머스 미들턴이 각색자로서 처음 이름을 올렸다.
테일러 교수는 "실증적인 증거를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셰익스피어가 분명한 원저자이고, 미들턴이 1620년대 초에 다시 썼다"고 말했다.
4권으로 이뤄진 옥스퍼드의 새로운 셰익스피어 전집과 디지털 버전은 이달 말부터 12월 사이에 차례로 출판될 예정이다.
이번 전집에는 1592년 익명으로 출판된 '아든 오브 파버샴'(Arden of Faversham)도 작자 미상과 셰익스피어의 공동 저작으로 처음 포함됐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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