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PD "촬영현장에선 욕이 쏟아졌다"

정민경 기자 2016. 10. 2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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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윤태 SBS PD "이걸 사람한테 쐈단 말이야? 화면상에서 느낀 것보다 훨씬 심했다"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SBS ‘그것이 알고싶다’ 1049회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는 고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다뤘다. 해당 방송은 고 백남기 농민이 맞은 물대포의 압력과 거리 등을 재현해 보여줬다. 수박이 깨지고 나무판자가 뚫렸다. 방송이 전하는 건 ‘공권력이 사람을 죽였다’는 간결하고 정확한 메시지였다.

해당 방송을 기획하고 연출한 안윤태 SBS PD 역시 “본질은 하나”라고 말했다. 1049회를 마지막으로 ‘그것이 알고싶다’를 떠나는 안윤태 PD를 인터뷰했다. 해당 인터뷰는 24일 오전 전화로 이뤄졌다.

-가장 공들였던 장면은 물대포 실험장면인 것 같다. 이 실험 장면으로 말하고 싶었던 건 무엇인가?

안윤태 PD: 그 실험을 보여주는 게 핵심인 것이 맞다. 고 백남기씨가 지난해 물대포에 맞아서 쓰러졌다는 것은 이미 영상으로 남아있고, 이를 납득한 국민도 많았다. 하지만 수사 기관이나 가해 책임이 있는 경찰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백남기씨가 물대포에 맞아 다쳤고, 돌아가셨다’는 것을 가장 쉽게 보여주는 것이 물대포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전에도 다른 기관에서 살수차를 구해서 쏴보기도 하고 기자들이 맞는 실험한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시 백남기씨가 맞은 물대포의 위력을 유사하게 재현한 실험은 한 번도 없었다. 결국 저희가 하고 싶었던 것은 정확히 백남기씨가 그곳에서 어느 정도 충격을 받았을까라는 점이다. 그걸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물대포가 얼마나 센가, 얼마나 위험한 것이느냐를 말하는 게 1차 과제였다. 다른 문제는 이 문제가 해결되면 풀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실험을 하는 당시 이 정도의 위력일 거라고 예상했나? 당시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안윤태 PD: 사실 제작진의 사견이 들어가는 부분이라 방송에서는 현장 분위기를 뺐다. 솔직히 실험을 하기 전에 어떻게 결과가 나올지 확신은 없었다. 예상이 쉽지 않았고 자신도 없었다. 화면에서 물줄기 모습을 많이 봐서 크게 다를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물줄기를 쏴보니까 화면상에서 느낀 것보다 훨씬 심했다. 현장에서 목격자들이 한 말이 맞았다. 현장에서 느끼는 공포가 너무 심했고, 실제로 물대포가 그만큼 셌다. 방송으로 나갔지만 사람한테 쏠 순 없으니 물체에 쐈는데, 책상이 날아가고 나무가 부서지고. 현장에서 이걸 본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욕을 했다. 너무 놀라서. 그리고 다들 “이걸 사람한테 쐈단 말이야?” 이런 반응이 나왔다. 저 정도 수압으로 사람에게 쏘면 절대 안 된다는 확신이 들었다.

▲ 22일 방영된 '그것이 알고싶다' 화면.
-물대포 검증은 다른 곳에서도 많이 했는데 시기적으로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윤태 PD: 늦었다. 개인적으로는 취재를 할 때도 유가족에게 “늦게 취재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기획 시작 시점은 돌아가시기 전이었다. 지난해에 사건이 터지고 1년 가까이 상황이 지속된 것이어서 제작의 계기를 잡기가 쉽지는 않았다. 기획을 시작하고 사전 취재 단계에서 돌아가셨다. (‘그것이 알고 싶다’ 한 편의 제작기간은 6주다.)

-제작을 진행하는 도중에 백남기씨가 돌아가셨다면 기획 단계에서 계획한 부분과 결과물이 달라진 것이 있는지?

안윤태 PD: 돌아가시고 난 후 사망진단서, 사인논란, ‘빨간 우비’까지 나오면서 이야기가 굉장히 복잡해졌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물대포가 사람을 죽게 만들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다. 빨간 우의, 사인 논란은 본질이 아니다. 논란을 다루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병사와 외인사 논의는 짧게 다뤘다. 백남기씨 죽음의 원인이 물대포냐 아니냐만을 보여주면 다 해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기획 전 비교해 기획 도중에 상황이 복잡해진 것은 맞지만 내용이 바뀌진 않았다. 돌아가시기 전에 기획을 짠 부분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예의’에 대한 부분이었다. 공권력 집행 과정에서 한 사람이 그렇게 크게 다쳤는데 왜 사과를 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청문회도 다 지켜봤다. 청문회를 보면서 이건 도저히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보면 청문회가 결정적인 계기였다는 생각도 든다.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예의에 대한 부분을 중요하게 여겨서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 장면을 넣었던 것인가? 그 장면이 현재 정권과 비교되어서 좋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결국 사람을 죽인 것은 같다는 부정적인 지적도 나왔다.

안윤태 PD: 맞다.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 장면을 넣은 이유는 다른 것을 다 떠나서 사람이 죽었으면, 기본적으로 사과는 해야한다는 생각에서 였다. 그때는 잘했는데, 지금은 왜 못하냐는 취지는 아니었다.

▲ 22일 방영된 '그것이 알고싶다' 화면.
-방송 시작이 강신명 경찰청장의 이임식이다. 이임식 속 강신명 경찰청장과 백남기씨의 모습이 교차편집된다. 인상 깊은 장면인데 왜 방송 처음을 이렇게 구성했나?

안윤태 PD: 처음에 이야기를 꺼낸 것은 작가다. 이임식때 강신명 경찰청장의 자녀들이 들고 나온 현수막이 화제였다. '자랑스러운 아버지'라는 문구 말이다. 그 친구들은 당연히 아버지가 자랑스러울 것이다.

동시에 백남기씨도 그 자녀들에게 매우 자랑스러운 아버지였다. 똑같이 자랑스러운 아버지다. 그런데 한쪽의 아버지는 가해자로, 한 쪽의 아버지는 피해자로 되버린 모습이 묘했다. 자식들에겐 똑같은 아버지인데. 이게 이야기의 시발점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삶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 가족이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면 사람들에게 남는 이미지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방송에서 스스로 찾아온 경찰이 경찰의 입장을 대변하다가 실제 CCTV 영상을 보고 입장을 바꾸는 장면이 들어갔다. 이 장면의 취지는?

안윤태 PD: 그 제보자의 기본적인 입장은 방송에서 표현한대로 ‘반반’이었다. ‘백남기씨가 다친 것은 안타깝긴 한데, 운이 안 좋았다’ 이런 입장이었는데 이야기를 나눠보니 현장 영상을 봤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그 장면을 다시 보고 이야기하자고 했다. 방송에서는 취재원 보호를 위해 모자이크를 했으나 표정이 바뀌었다. 영상을 보고 웃음기가 확 사라진다.

이 분의 사례를 보면서 현장 영상이 워낙 많으니 사람들도 다 봤겠지, 하는 생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의외로 못 본 사람도 많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현장의 영상을 저도 반복적으로, 여러 앵글로 보여드리려 했다. 그래서 방송에서 수차례 노출했다.

-‘그것이 알고싶다’가 방송된 바로 다음날, 경찰이 시신 탈취를 시도했다. ‘그알’ 이후 여론이 들끓을 것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외에도 ‘그알’에 외압이 있었다더라는 말이 몇 번이나 나온다. 이런 관심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안윤태 PD: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예전에는 ‘PD수첩’, ‘추적60분’과 같이 ‘그것이 알고싶다’가 있었고 서로 경쟁하면서 굉장히 자유롭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그 시절에 비해 제약이 많다. 그러다보니 ‘그알’이 엄청나게 잘했다거나, 엄청나게 어려운 내용을 방송한 게 아닌데 관심을 많이 받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것 뿐이다. 그런데 ‘당연한 이야기’가 굉장히 특이하게 받아들여지는 씁쓸한 상황인 것 같다.

-방송에서도 여러번 이 질문이 나온다. 왜 경찰이 부검에 집착한다고 생각하나?

안윤태 PD: 나도 궁금하다. 중요한 것은 부검을 해야 하는 상황이냐는 거다. 아니지 않나.

-이번화 이후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또 백남기씨 사건을 다룰 계획은 없나? 돌아가신 이후에도 논란이 많지 않나.

안윤태 PD: 정확히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진행 중인 상황이라 여지는 있다. 사실 나는 이번 편이 ‘그것이 알고싶다’ 마지막 연출이다. 몇 달 전부터 이편이 마지막이라고 이야기하고 다녔다. ‘그알’을 한지 3년이 됐고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너무 지친 상태였다. 외압과는 관련없다.

-마지막 ‘그알’을 백남기 편으로 정한 이유는?

어쨌든 제일 중요한 것은 ‘예의’에 관한 부분이다. 지금 진행되는 상황들은 예의가 없는 상황이다. 나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상황에 기본적인 질문을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빨간 우비니, 사인 논란이니, 논쟁이 붙으면서 ‘유가족 마음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방송 말미에도 표현했지만 그분들이 눈물이 없어서 안 우는게 아니다. 지금 그렇게 꿋꿋하게 버티는 것이 더 슬프게 느껴졌다.

다른 것도 아니고 공권력에 의해서 다치신 거다. 논쟁이 붙을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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