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중임제 혹은 내각제?' 불투명한 개헌 방향..임기 1년 2개월 만에 가능할까

전슬기 기자 2016. 10. 24.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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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형 대통령제·대통령 중임제 등 각론 많아이해관계에 따라 개헌 방향 주장 엇갈릴 듯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에 도착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권의 ‘개헌(改憲) 요구’를 전격 수용했다. 박 대통령은 임기 내 헌법 개정을 완수하겠다고 밝히며, 정치권에 내년 중 개헌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 대통령 선거는 지금부터 1년 2개월 뒤 실시된다.

정치권은 이미 대선 주자들을 중심으로 개헌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박 대통령도 개헌을 공식적으로 수용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탈 예정이다. 다만 각 정당과 대선주자들은 이해 관계에 따라 개헌의 각론에서는 다른 ‘셈법’을 주장하고 있어 1년 2개월 동안 최종 개헌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내년 대선에서 개헌을 ‘지렛대’로 기존 정당이 아닌 제 3지대가 등장할 수 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박 대통령은 24일 ‘2017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현행 5년 대통령 단임제의 문제점을 강조하며 개헌 추진을 공식화했다. 박 대통령은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과거 민주화 시대에는 적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됐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위한 개헌을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4년 중임제나 내각제 등 구체적인 개헌 방향이 거론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과거 박 대통령이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생각하고, 이에 대해 긍정적 의견을 피력한 적은 있다"면서도 "당장 4년 중임제, 내각책임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 등 이런 것들을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내부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개헌 방향은 어느 정도 윤곽이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수석은 “국회안이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면서도 “향후 개헌 일정은 대통령이 주도한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필요하다면 정부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개헌 방향은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와 대통령 4년 중임제, 의원 내각제 등이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대통령은 통일·외교·국방 등 안정적 국정수행이 요구되는 분야를 맡고, 총리는 내정에 관한 행정권을 맡아 책임 정치를 수행토록 하는 제도다. 4년 중임제는 현행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4년으로 축소하고, 연임을 허용한다. 의원 내각제는 국회 내 다수당이 내각(수상과 각료)을 구성하는 정부 형태로 수상이 정치적 실권을 행사하고, 대통령은 상징적 국가 원수의 역할을 맡는다.

여야의 대선 주자들은 이같은 개헌 방향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개헌에 대해 비교적 소극적이다. 문 전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적극적이지 않다. 안 전 대표 또한 개헌 전 선거제도 개편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더민주 의원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언급하고 있다. 정계에 복귀한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은 내년 대선 전 개헌은 불가능하며, 차기 대통령이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새누리당의 대선 주자인 김무성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등도 개헌을 지지한다. 김 전 대표는 내각제 요소를 가미한 권력 분산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유 의원과 오 전 시장은 대통령 4년 중임제, 남 지사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거론하고 있다. 대통령이 내각을 구성할 때 제1당에 총리직을 주고 장관은 의석 수에 따라 각 당이 분배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진=연합뉴스

새누리당 내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도전 행보를 염두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통해 ‘반기문 외교 대통령- 친박(친박근혜)계 실세 총리’의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선주자들은 개헌에 대한 생각이 다른 만큼 박 대통령의 시정 연설 발언에 대해서도 다른 반응을 나타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개헌논의를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대통령 말씀은 대한민국 발전·미래를 위한 애국의 결단"이라며 "대통령이 말씀하시면서 강력한 개헌 추진 동력이 생긴 만큼 이런 호기에 반드시 개헌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이 그동안 개헌은 블랙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임기 말, 또 우리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말해 오셨다"며 "지금 갑자기 개헌을 말씀하시니 거꾸로 무슨 블랙홀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인가 하는 의아한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현행 헌법상 개헌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의결에는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200명 이상의 국회의원들이 찬성해야 개헌이 가능하다. 현재 의석 분포를 감안하면 사실상 3당이 합의해야 개헌이 가능하다. 국회 개헌특위를 통한 여야의 사전 합의가 개헌의 전제조건이다. 박 대통령은 임기 내 개헌 추진을 위해 국회 '개헌특위' 구성을 제안한 배경이다. 이에 따라 여야는 향후 특위의 구성과 논의 방향, 활동 기한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분권형 대통령제 혹은 의원 내각제가 채택되면 새로 원(院) 구성을 통해 총리를 뽑아야 하는 만큼 지금 국회는 해산돼야 한다. 대통령의 임기를 4년 중임제로 한다고 해도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려면 내년말 대선 직후 총선을 치러야 한다. 결국 20대 국회의 임기는 절반이 잘려나가는 셈이 된다.

이를 피해 국회의원의 임기를 보장하려면 차기 대선을 앞당겨야 하고 결과적으로 19대 대통령의 임기는 3년이나 깎이게 된다. 지지율이 높은 유력 대선주자로서는 향후 집권 가능성을 고려할 때 받아들이기 힘든 선택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1년 2개월이라는 남은 임기동안 개헌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최근의 여러가지 논란으로 인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헌 제안이 나왔기 때문에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력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현재의 청와대와 여권이 개헌 정국을 적극적으로 주도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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