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회의 "성추문 깊은 반성 계기로.. 엄중 조사하겠다"

김인구 기자 2016. 10. 24. 11: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문학계, 미술계 모임 등에서 성추행이 자행됐다는 피해 여성들의 증언이 잇따르자, 문화계 내부에서 자정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 문화계 자성 목소리



박진성·함영준 등 잇따른 파문

“문화계 넘어 사회 전체 문제”

무분별 마녀사냥 경계 시각도

문학계와 미술계 등에서 잇따라 성추행이 자행됐다는 피해 여성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가해자로 지목된 문화계 인사들이 이를 인정하며 사과하는 등 성추문이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문화계 내부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 속에 “이번 기회에 성추행을 일상적으로 자행하는 일부 문화 권력자들의 고질적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대표적 문학단체 중의 하나인 한국작가회의가 24일 긴급하게 성명을 발표하기 위한 내부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작가회의, “자성의 계기 삼을 것” = 작가회의 관계자는 이날 오전 “이번 성추문은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문학계의 일부 부도덕한 행위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깊은 반성의 계기로 삼는 것과 동시에 이번 일을 엄중하게 조사해 정관에 정해진 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번 일로 인해 문학계가 예술적 창의성마저 잃을지 우려된다. 문인들의 자정 능력을 믿고 기다려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성추행 가해자 중 한명으로 지목된 박진성 시인은 작가회의 소속이다.

미술계도 성추문 근절을 위한 움직임에 동참했다. 성추행 파문으로 모든 활동을 중단한 함영준 큐레이터가 참여했던 도미노 총서의 출판사 측도 22일 “피해자의 용기에 지지와 연대를 더한다”고 트위터를 통해 의사를 표명했다.

국내 문단의 경우, 김현 시인 등이 지난달 계간지 ‘21세기 문학’에 “문단 내 성폭력이 만연해있다”는 내용의 글을 실어 여성 혐오와 성폭력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김 시인은 “문단 사람이라면 대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남녀 기성 문인, 습작생과 기성 문인 등 다양한 형태로 성폭력 또는 성희롱이 있었다. 하지만 피해 사실을 발설했을 경우 뒤따를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으로 폭력을 당했더라도 털어놓기 어려웠다”면서 “이는 특정 문인들 혹은, 문화계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이고 그 안에 문단이 포함돼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민음사에서 발간하는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도 지난달 발간한 2월호에서 페미니즘을 커버 스토리로 다뤄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무분별한 폭로는 경계…김지연 소설가협회장 “일방적 매도는 곤란” = 하지만 무분별한 폭로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박범신 작가의 성희롱 사건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낸 여성들이 그 예다. 성희롱 자리에 동석했던 것으로 알려진 한 방송작가는 “성희롱으로 느끼지 않았다”며 ‘마녀사냥’식의 무분별한 여론을 경계했다. 또 다른 여성 팬도 “성추행 같은 건 없었다”고 증언해 일방적인 관점에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지적했다.

박 작가는 23일 자신의 SNS에 “내 일로 인해∼상처받은 모든 분께 사과하고 싶어요. 인생-사람에 대한 지난 과오가 얼마나 많았을까, 아픈 회한이 날 사로잡고 있는 나날이에요. 더 이상의 논란으로 또 다른 분이 상처받는 일 없길 바라요. 내 가족∼날 사랑해준 독자들께도 사과드려요.”라고 다시 사과했다.

문단의 한 중견 시인은 “문단에 만연했다고 하는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그러나 고발과 고소가 난무하면서 예술 행위 자체가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김지연 한국소설가협회장은 “성추행에서 해당 당사자가 불편하게 받아들였다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하지만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편집하고 출간해준 편집자 등에게 밥을 사면서 친근함을 표시하는 일도 있는데 이런 것들까지 한꺼번에 매도당하면 곤란하다”고 밝혔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 문화닷컴 바로가기 | 소설 서유기 | 모바일 웹]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