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금 삭감" vs "어린이집 예산 0원"..누리과정 전쟁 시작

2016. 10. 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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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올해 누리과정 예산 편성하지 않은 교육청엔 내년 교부금을 삭감한다.”(교육부)

“내년 어린이집 예산은 절대로 편성할 수 없다.”(경기도교육청)

누리과정 예산 전쟁이 시작됐다. 24일 국회가 내년 예산안 심사에 들어간 가운데 핵심쟁점으로 꼽히는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 예산을 둘러싼 교육계 갈등이 이미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는 올해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하지 않은 시도교육청의 내년 교부금을 삭감했고, 해당 교육청은 내년 누리과정을 절대로 편성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싸고 3년째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올해 도 공전을 예고, 보육대란이 다시 현실화될 우려가 높아졌다.

[사진=헤럴드경제DB]

교육부는 지난 21일 올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하지 않은 경기ㆍ전북 교육청에 내년 보통교부금 삭감을 통보했다. 올해 미편성분 만큼 깎은 것이다. 경기교육청은 5356억원, 전북교육청은 762억원 등 총 6117억원이 감액 교부된다. 감액된 예산은 유보금으로 배정해 이들 교육청이 연말까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경우 내년 2월 확정교부 때 지원하기로 했다. 만약 연말까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전체 교육청에 나눠서 지원할 계획이다.

가장 먼저 경기교육청이 정부 방침에 정면으로 맞섰다. 내년도 본예산안에 어린이집 누리과정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경기교육청이 내년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액은 9조624원이다. 이 가운데 어린이집에 편성하는 예산은 한 푼도 없다는 뜻이다. 앞서 지난 6일 진보 교육감들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 의무지출 경비로 편성하지 않는 한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24일 “정부가 교부금 예산안 내역에 누리과정을 넣었으니 편성하라고 하지만 그건 정부의 계산법이다”고 주장하며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우리 교육청은 내년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 교부금 삭감 등의 불이익이 두려워서 원칙을 어긴다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야말로 원칙을 지켜주길 간곡히 요구한다”고 전했다.

현행 지방재정교부금법은 내국세의 20.27%에 해당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교육기관’이나 ‘교육행정기관’에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률상 어린이집은 교육기관이 아닌 ‘보육기관’이기 때문에 이를 교부금으로 지원할 수 없다는 게 교육감들의 입장이다. 반면 교육부는 지난해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이를 ‘의무 편성’으로 못박았다. 이에 교육감들은 보육기관 지원을 위해 누리예산을 편성하게 한 시행령은 상위법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입법 취지를 벗어난 것이라며 반발해 왔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이에 대해 “이미 감사원에서 지난 5월 한국공법학회와 로펌 등의 법률자문을 통해 어린이집을 교육기관으로 인정했고, 이에따라 시행령이 상위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면서 “자꾸 법률적으로 아니다고 주장하면서 예산 편성을 안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어린이집에 돌아간다”고 했다.

경기교육청은 특히 국회에 발의된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법안’이 통과되지도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의 특별회계 ‘칸막이’를 지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특별회계를 누리과정, 방과후학교, 초등 돌봄교실, 학교시설 교육환경 개선 등 5개 사업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경기교육청은 특별회계 지원금 절반 이상을 빼내 예산 부족분으로 돌려 사용하는 방향으로 예산안을 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특별회계로 편성한 5조1990억원을 내년 예산에서 전액 삭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상황이다. 야당은 칸막이 친 특별회계가 교육자치를 훼손한다며 반대해 왔다. 대신 지방교육재정교부율 인상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은 전액 국고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누리과정 예산 문제는 지난 2년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단골손님으로 여야간 최대의 정쟁 소재였다. 2015년도 예산안에는 5000억원, 2016년도 예산안에는 3000억원을 각각 예비비로 지원하는 선에서 갈등을 봉합했다. 여야는 올해만큼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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