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 주민들 "핵실험에 돈 다 쓰고 복구 외면" 불만

김청중 2016. 10. 2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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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뒤늦게 복구 지시' 확인

대북 소식통이 북한 주민들에게서 입수한 첩보에 따르면 이번 두만강 홍수 피해로 함경북도를 중심으로 북한 주민의 불만이 상당히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난 9월8일 뒤늦게 친필 지시를 통해 신속한 피해 복구 명령을 내린 것도 주민 불만이 심각한 상태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서해위성발사장을 방문해 `새형(신형)의 정지위성 운반 로켓용 대출력 발동기(엔진)`의 지상 분출 시험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9월 2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23일 ‘전당 전군 전민을 총동원하여 함북도 피해 복구를 빠른 기간에 끝내기 위한 대책 보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2일과 3일 기상관측 이래 있어본 적이 없는 폭우가 내려 대재앙을 당하고 한지에 나앉은 함북도 인민들의 생활을 안착시키는 사업을 통하여 인민을 위하여 멸사복무하는 것이 조선노동당의 당풍이라는 것을 온 세상에 다시 한번 보여줘야 한다”며 복구 총동원령을 내렸다.

북한 주민의 불만이 커지는 데는 김 위원장의 복구 총동원 지시 이후 한 달이 훨씬 지났지만 북한 매체의 선전과는 달리 복구사업이 지연되는 것도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한 함북 주민은 대북 소식통에게 “평양 대동강은 이렇게 흘러 넘치게 내버려두지도 않았겠지만 함경도를 무시해도 너무 무시한다”며 “‘우리가 아무 소리 안 하고 가만 있으니 함경도 사람을 바보로 아는지 싶고, 이 참에 탈북하면 좋겠다’고 주민들이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투먼 지역에서 최근 촬영된 북한 남양시 모습. 수해가 발생한 지 두 달 가까이 됐지만 곳곳에서 주택 신축 등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제공
막대한 홍수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5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온다. 함북 무산 지역 한 주민은 “무산 주민들은 핵실험 당일 큰 진동이 느껴져 전쟁이 일어난 줄 알았다”며 “당시 홍수 피해로 (모든 게) 뒤죽박죽인데 생각지도 못한 진동이 있어서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공포를 느꼈다”고 대북 소식통에게 전했다. 두만강 지역 주민도 “같은 비에 중국 쪽 제방은 튼튼해서 큰 피해가 나지 않았는데 우리 제방은 바로 무너지고 구조작업도 느리다”며 “핵실험 같은 데 돈을 다 쓰니 홍수를 막지 못해 일어난 피해”라며 김 위원장을 비난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현재 복구 장비나 담요 등을 현지 주민에게 보냈다는 보도는 나오고 있으나 아직 피해 현장을 방문하지는 않았다.

북한 해외공관도 수해 복구 관련 궐기모임을 갖고 가능한 모든 채널을 동원해 자금·물자를 지원받기 위한 작업에 나서고 있다. 주중 북한 공관들에도 1인당 즉시 1만위안(약 168만원) 정도를 상납하라는 지시가 내려져 주재원들 사이에 “밤낮없이 돈 내라는 말밖에 없다”고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대북 소식통은 전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날 통화에서 “북한 당국이 병력 등 가용 자원을 모두 함북 수해복구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피해 규모가 워낙 커서 복구 완료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것 같다”며 “피해 복구에도 지역별 편차가 있어 아직 제대로 복구되지 않은 곳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정부가 탈북 문제를 제기하니 북한 당국은 대량탈북을 막기 위해 단속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러다 보니 다시 북한 주민의 불만이 고조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청중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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